'화려한 군무', '속도감 넘치는 댄스음악', 'BTS' 등으로 대표되는 K-POP은 외국 음악을 흉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고유한 색깔을 갖고 세계의 많은 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K-POP의 '원조'가 바로 민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주장하는 이들의 공연이 23일 열릴 예정이다.

그 주인공은 23일부터 25일까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기획공연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이하 문밖의 사람들)'의 첫 번째 순서를 맡은 '신이나 올스타즈'다.

'신이나 올스타즈'는 한국 시스터즈 그룹의 계보를 잇는 '미미시스터즈', 뉴트로 하이브리드 팝을 지향하는 '트레봉봉', 경기민요를 토대로 장르 융합을 시도하는 '이희문과 놈놈', 베이시스트 서영도, DJ 하세가와 료헤이와 소울스케이프가 함께하는 팀이다.

지난해 열린 첫 번째 '문밖의 사람들'이 이광수, 안은미, 아시안체어샷 등과 함께 전통예술의 동시대성을 제시했다면 올해에는 전통예술과 대중성이란 어려워보이는 조합을 시도한다.
 
 좌측부터 '트레봉봉' 김하늘, 김도연, '미미시스터즈' 큰 미미, 작은 미미.

좌측부터 '트레봉봉' 김하늘, 김도연, '미미시스터즈' 큰 미미, 작은 미미. ⓒ 서정준

 
지난 19일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신이나 올스타즈'의 네 멤버(김하늘, 김도연, 큰 미미, 작은 미미)를 만났다. 이들은 "전통예술을 잘 모르는 관객이어도 진짜 재밌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신이나 올스타즈'의 공연으로 인해 문밖의 사람들이 새롭게 문을 열고 들어오길 기대했다.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닌 이상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는 전통예술을 과연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어떻게 접근했을까. '시스터십'으로 무장한 네 뮤지션의 유쾌한 토크에 잠시 귀를 기울여보자. 뺄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알찬 인터뷰에 기자 역시도 공연장을 찾기로 마음 먹었다.

 - '문밖의 사람들'이란 공연 제목은 꽤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느껴지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문밖의 사람들'은 어떤 공연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김하늘: "외부에 있는 사람(청자)과 뮤지션의 생각이 사실 다르지 않은데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다고 보거든요. 이 시리즈를 통해 문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도연: "문밖의 사람들에게도 안의 사람에게도 서로는 '문 바깥'의 사람이잖아요.그런데 그게 벽으로 막힌 게 아니라 문이 있으니까 서로 오고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저만 해도 관객일 수도 있고 아티스트일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요."

큰 미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주관하는 공연이고 사실 전통이 무척 멀게 느껴지잖아요. 그렇지만 전 세계가 K-POP에 열광하고 있는데 결국 그 뿌리도 전통에서 시작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한국사람들이 하는 공연을 한국사람들이 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전통음악도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은 미미: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게 해주는 문이에요. 다른 팀은 또 다르겠지만, 23일 공연은 여러 팀이 서로 소통하며 공연을 만들고 있거든요. '트레봉봉'이랑 '미미시스터즈'만 해도 장르적으로 공통되는 부분이 크게 없어요. 그런 교집합이 적은 팀이 서로 소통하며 문을 두드리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미시스터즈' 작은 미미

'미미시스터즈' 작은 미미 ⓒ 서정준

 
- 공연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김하늘: "각자 다를 텐데 '미미시스터즈'는 음악은 물론이고 공연에 대한 홍보나 기획 노하우를 발산하는 계기가 됐어요. '트레봉봉'은 음악적으로 더 집중하고 있고요. 민요를 원곡 그대로 보여주기보단 저희가 해온 음악 스타일과 접목시켜서 하려 해요. 기존 스타일의 음악들은 이미 유튜브에도 많이 있어서 그걸 답습할 필요는 없거든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걸로 민요를 재해석 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김도연: "민요나 국악 전공을 한 게 아니다보니 저도 전문적 지식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일단 민요라는 건 어떤 나라마다 다 있잖아요. 그 시대의 언어, 삶의 방식이 민요에 담겼다고 생각하니 이해 못할 건 없다고 봐요.

예를 들면 민요에 요즘 안쓰는 단어들이 있지만 저희들도 지금 시대에 맞게 여러 은어를 쓰잖아요. 그런 점에 착안해서 언니들이랑 새로이 개사도 해봤어요. 지금 세대도 민요 음율에 맞게 부를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풀어봤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타령의 가사지만 혼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바꿔본다거나 했죠. '군밤타령'이 '혼술타령'이 되고요.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가사로 쓰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또 예전에 어떤 선배한테 들은 것 중에 우리가 잘 아는 민요인 '아리랑'도 가사가 구전되서 내려온 거라서 '진도아리랑'도 여러 버전이 있대요. 블루스처럼 자기 생각을 얹으며 곡이 완성되는 그런 것도 민요의 재미여서 개사 작업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2020년이 다가왔는데 민요가 만들어진 후 엄청난 시간이 지났지만, 노래는 계속 이어져오고 있잖아요. 언어가 달라져도 멜로디가 남고요. 그런 걸 노래해볼 수 있는 기회라서 재밌게 생각하고 있어요."

큰 미미: "공연 준비하며 크게 잡은 모티브는 '민요'였어요. 당시에는 민요가 히트곡이자 대중가요잖아요. '미미시스터즈'는 한국 50-60년대 '시스터즈' 선배님들 노래를 좋아하는데 70-80년대 시절까지도 민요 리메이크 곡이 많더라고요. 건전가요 수준이 아니라 곡의 퀄리티도 높아요. '노고지리' 같은 팀은 아예 민요 앨범도 있더라고요. 저희가 하려는 작업을 이미 선배님들이 해오신거죠.

김상국 선배의 '쾌지나 칭칭나네'는 그 당시에도 파격적인 개사를 통해 대중가요로 히트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대의 풍자나 해학이 담긴 '쾌지나 칭칭나네'죠. 저희 역시 그런 걸 2019년에 담아낸 거죠.

또 '요즘이나 옛날이나 애들 노는 건 다 똑같다'는 콘셉트로 공연 전체를 구성했어요. 하세가와 료헤이, 소울스케이프가 디제잉을 하는데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영상도 들어갈 예정이에요. 한형모 감독님이 1950년대에 찍은 '자유부인'과 '청춘쌍곡선'이란 영화가 있는데 두 개 다 당시 젊은이들이 노는 모습을 담았기에 그런 모습도 함께 관객들이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노는 건 어떻게 보여드릴 거냐면 가상의 '신이나 올스타즈'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요. 그걸 통해 지금은 어떻게 노는지 보여드릴 수 있는 그런 영상들도 선보여질 예정입니다."

작은 미미: "이 기획을 시작할 때 큰 미미가 제게 펄 시스터즈 배인숙 선생님의 '창부타령'을 들려줬어요. '이게 무슨 민요야' 했죠. 지금 들어도 너무 신나는 레게 리듬의 댄스넘버에요. 민요를 기반으로 한 우리 공연이란 말에 너무 어렵지 않냐 했는데 그걸 듣고 '이런 거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합주를 하다보니 어느새 민요의 거리감이 살결에 느껴지는 순간이 왔어요. 어르신들의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국 우리 노래고 우리 안에 있는 거구나 싶어서 아주 좋은 공연이 될 것 같고 관객분들도 이걸 함께 느끼시고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큰 미미: "또 '이희문과 놈놈'이 그동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또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 '트레봉봉'이 새롭게 편곡해주셨고 저희가 코러스로도 참여했어요. 무척 적극적으로 여성 코러스 셋과 함께하는 시너지를 내고 싶어하셨죠(웃음). 그래서 저희도 너무 영광스럽게 세 곡을 같이 하게 됐어요. 앞서 말씀드린 건 민요를 가요화, 저희노래화 하는 거라면 이 작업은 저희가 정말 민요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공연 후반부에 보여드릴 예정인데 저희에게도 의미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어요."
 
 '트레봉봉' 김하늘.

'트레봉봉' 김하늘. ⓒ 서정준

 
 - 이런 스포일러라면 무척 환영이네요(웃음). 어떻게 이런 신선한 조합이 탄생했는지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큰 미미: "작년 '문밖의 사람들' 시리즈 중 '아시안체어샷' 공연을 봤는데 무척 흥미로웠어요. 전통재단이라면 클래식한 전통음악, 전통무용을 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 그걸 벗어나고 싶어하는 의지랄까 그런 게 느껴져서, 이런 건 나라에서 돈들여서 계속 해야하는 시리즈가 아닌가(웃음) 그런 생각이 팍팍 들었죠.

사실 대중음악인들은 이런 걸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주변에 많이 알렸고 트레봉봉도 작년에 지원했었다고 하고요(*트레봉봉은 작년에 탈락했다고 밝혔다). 보통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답지 않게 새로움을 갈망하는 의지같은 게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올해 공모를 보고 아이템을 찾다가 '시스터즈+민요'를 검색했는데 아까 이야기한 '창부타령'이 나왔어요. 그걸 토대로 곡을 더 찾아서 추려보고 이후 함께할 분들을 모았죠. 서류 심사를 받은 뒤에 재단 측과 인터뷰가 있었는데 저희 목표는 최대한 많은 대중가요인들이 '문밖의 사람들'에 참여하게 해서 진짜 원조 K-POP을 동시대 청년들이 따라부르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러면 더 많은 대중음악인들이 함께해야한다고 설득해서 '신이나 올스타즈'가 성사됐죠."

김하늘: "원래 언니들(미미시스터즈) 기획공연은 재밌어요. 그렇지만 막연하게 상상을 늘어놓은 뒤 그걸 행동화하려면 힘든 것도 알죠(웃음). 그래도 제가 밴드를 하고 있으니까 멤버들과 함께하면 그래도 좀 합을 맞추기 수월하니까요. 이런 특별한 기획공연은 '트레봉봉' 멤버들에게도 장기적으로 성장에 도움될 것 같다고 느꼈고요. 다들 정말 바빠서 한 번 모이기도 힘들지만 의미있게 생각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도연: "'같이 하자'고 제안을 받았다기보다 큰 미미 언니의 이런저런 생각을 듣고 '나도 하는거구나' 싶었어요(웃음). 저도 여러 경험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언니들 공연은 재밌어요. 생각지도 못한 걸 경험하기도 하고 견문을 많이 넓혀준 언니들이어서 기획 듣고 '무조건 될 거고 나도 어떻게든 참여할 수 있겠다' 그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어요. 공연까지 하고나면 많은 게 남을 것 같아요."

작은 미미: "저희는 사실 도연양에게 보컬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보컬트레이너로서 항상 같이 간다는 느낌이에요. 저희끼리 '시스터즈십'이 있거든요(웃음)."
 
 '트레봉봉' 김도연.

'트레봉봉' 김도연. ⓒ 서정준

 
- 기존에 해오던 협업과 달리 이번 '문밖의 사람들'을 하며 느낀 서로가 빛나는 순간이 있었을까요?
김하늘: "개인의 파워로 잘되는 건 극히 소수라고 생각해요. 모든 분야가 다들 어렵다고 하고 그럴수록 협력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협력하긴 어렵고요. 그런데 서로 장점을 믿고 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어요. 언니들의 기획력,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색깔. '이희문과 놈놈', 서영도님 등 여러 분들과 한 가지 목적에 집중해서 뜻을 모아보니 재밌고 큰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작은 미미: "빛나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어떻게 편곡하나 싶었는데 모이는 게 힘들지 막상 모이기만 하면 일이 술술 풀리는 순간이 있었죠. 저희가 뭔가 같이 컬래버하는 것들은 첫 만남에서 거의 30분 만에 일이 진행됐어요."

김하늘: "저도 처음 모였을 때 '노들강변'이라는 신민요를 접했는데 무척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 번 노래를 불러달라고 먼저 요청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드럼을 즉흥으로 맞췄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나중에 보니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그 지점이 좋았고 재밌겠다는 신뢰가 생긴 거예요. 만난 지 5분만에 잼(밴드의 즉흥 합주를 이르는 말)을 한 셈이죠."

큰 미미: "또 아미두는 서아프리카 출신 사람이고 저희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저희가 민요를 연주하면 알아서 굿거리장단을 젬베로 쳐요."

김하늘: "제가 먼저 하면 아미두도 장단을 치고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게 있어' 라고 했죠."

김도연: "우리나라에도 아일랜드 민요를 개사하거나 번안한 게 있잖아요.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 같은 게 있기 때문에, 민요가 이런 점에선 흥미로운 것 같아요."
 
 '미미시스터즈' 큰 미미.

'미미시스터즈' 큰 미미. ⓒ 서정준

 
- 재미있는 스포일러가 됐네요. 어떻게 민요를 재해석할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김하늘: "많은 얘길 했지만 그냥 다 잊어주시고 느껴지는대로 재밌게 놀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트레봉봉'은 1월에 뭔가 새로운 곡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김도연: "전통이라는 타이틀을 어렵게 생각마시고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전통의 일부분인 셈이니 재밌게 노는 역사를 함께 그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2월 31일에 홍대 스트레인지프룻에서 '트레봉봉' 공연이 있어요. 같이 카운트다운 해주세요(웃음)."

큰 미미: "저희 공연이 프리드링크로 '문배주'를 제공해서 만 19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신분증을 꼭 지참하셔야 해요(웃음). 낭만과 유머에 술이 빠질 수 없잖아요. 일단 오셔서 많이 드시고 많이 추시고 많이 따라부르시고 그래서 많이 호응해주시면 내년에도 공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듣고 싶다고 하시면 들으실 수 있게 음원도 준비하고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많이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를 본보기 삼아서 다른 아티스트들도 더 많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해주셔서 더 많은 분들이 전통에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작년 10주년 기념으로 위로캠페인 1탄 '우리, 자연사하자'를 냈고 올해 3월에 2탄 '우리, 다 해먹자'를 냈어요. 3탄이 나왔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 중입니다. 내년에 꼭 낼 거에요(웃음). 인도에서 뮤직비디오도 찍어왔어요."

작은 미미: "전석 스탠딩 공연입니다. 춤을 춰야 하거든요. 저희가 쉴 틈 없이 춤을 추게 해드릴 테니 체력빵빵하게 충전해주시고요. 저희가 합주하며 느꼈던, 마음 속 깊이 '쑥' 들어왔던 그 느낌을 여러분도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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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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