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 MBC

 
"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고 부자가 그러니까요.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인천 중부경찰서 이재익 경위)

세상이 그렇지가 않다. '요즘 세상에'도 밥을 굶는 사람이, 없지 않다. 30대 아버지와 그의 10대 아들이 인천의 한 마트에서 도둑질을 하다 마트 직원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훔친 건 고작 "우유 2팩과 사과 여섯 개 그리고 마실 것 몇 개"가 전부였다고 한다. 다 합쳐도 1만 원 상당의 식료품이었다.

마트 CCTV에는 부자가 아들의 가방 안에 허술하게 식료품을 집어넣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이들 부자의 사연을 전한 13일 MBC <뉴스데스크>의 기사 제목은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이었다.

인터뷰에 나선 이 경위 역시 카메라 앞에서 울컥했는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소셜 미디어상에는 주말 내내 눈물을 훔쳤다는 사연이 속속 올라왔다. 비록 짧은 뉴스 화면이었지만, 좀도둑질에 나서게 된 두 부자와 이를 돕겠다고 나선 일반 시민들의 사연은 어떤 비애와 감동을 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뉴스데스크>가 전한 사연인 즉슨 이랬다. 아버지는 택시를 몰았지만 6개월 전 실직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 부자와 홀어머니와, 7살 난 아들이 임대 아파트에 거주 중이었고, 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태였다. 부자가 좀도둑질에 나선 배경 자체가 애처롭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경찰도 이들 부자를 훈방조치 했고, 끼니를 때우라며 음식점에서 국밥을 사주기도했다. 그때 한 남성이 봉투 하나를 식탁에 던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마트에서부터 직원들에게 선처를 구하던 부자를 지켜보던 이였다. 봉투 속에는 현금 20만 원이 들어있었다. MBC가 '현대판 장발장'이라고 이름 붙인 것처럼, 영화 같은 일이었다.

'장발장' 사연에 답지한 손길들  
 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 MBC


"솔직히 애들한테 미안하죠. 가장으로서 일을 못해가지고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중략). (돈 봉투를 건넨 남성이) 서로 모르는데 우선 그렇게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고마우셔가지고, 만나면 감사하다는 말밖엔 못하겠죠…"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의 말이다. 14일 <뉴스데스크>는 재차 이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 직후 하루 만에 해당 마트에 "돕고 싶다", "도울 방법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쇄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연이 알려진 후, 부자에게 전해달라며 생필품을 계산하고 그대로는 가는 손님도 있었고, 마트 계좌로 돈을 보내며 대신 전달해 달라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한다. 해당 마트 직원은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만에 벌어진 일화들을 이렇게 전했다.

"(시민들이) 어제 뉴스 보시면서 좀 많이 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작지만 사과라도 한 박스 보내드리고 싶다… 그래서 아이한테 먹이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여기서 알아서 장을 봐서 좀 가져다주시면 안 되겠느냐' 그렇게 하시면서 또 다른 어려운 분들 알고 계시면 여기서 그걸 나눠서 또 다른 분들도 해줬으면 좋겠다."

돈 봉투를 건네고 사라진 남성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이재익 경위는 그 남성이 사라진 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 경위의 시각으로 본 당시 부자의 행동은, 자연스레 '장발장'을 연상케 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일까 해서 아마 지켜보신 것 같고요, 추측을 하기에. (저희가) 국밥집으로 이동하는 것까지 확인을 하셨어요, 다. 그리고 이제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 와서 2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말없이 놓고 나가셨고.

없는 형편이라면 눈앞에 놓여 있는 현금 20만 원에 욕심을 낼 법도 하죠. 그런데 그 아들이 바로 쫓아가서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 시민 분이) 그냥 말없이 뛰어가셨죠. 그 모습을 보면서 아들이 타고난 인성이 나쁘지 않구나, 좋은 애구나. 그 모습이 저한테는 많이 와 닿았습니다."


또 이 경위가 전한 부자의 행색이나 당시 상황 역시 안쓰러움을 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자의 행색은 초라했고, 범행 동기도 "배가 고파서"가 전부였다. 택시 기사였던 아버지는 아내와 이혼한 상태였고, 당뇨병과 갑상선 관련 지병으로 인해 힘든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구직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일을 하겠다(라고 했다). 그런 내용도 사회복지사분한테 말씀드리고 지금 이 분의 건강 상태와 부합하는 일자리가 있는지... 그 상담을 하고 최대한 노력을 해 보겠다는 그런 확답을 듣고 왔죠.(중략) 제가 아버지한테 신신당부했다. '하늘이 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봉양하고 두 아들 양육하는 데 꼭 보탬이 되는 곳에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행이 되는지 제가 한 번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기생충>과 존엄, 인간에 대한 예의
 
 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지난 13일 보도된 MBC <뉴스데스크> '배고파 음식 훔친 '현대판 장발장'…이들 운명은' 방송 화면 ⓒ MBC



'인지상정'이, '측은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울컥할 만한 사연이었다. 그래서인지, 여러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내년 2월, '송파 세 모녀'와 '성북 네 모녀'의 합동 추모식이 열린다는 뉴스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떠올랐다.

작년과 올해, 나란히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 작품은 공교롭게도 '가족'의 이야기이자 빈곤과 계급 불평등을 다룬 이야기였다. <어느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6명의 '만비키'(도둑질) 가족을 통해 '정상 가족'과 '인간애'를 묻는 이야기였고, 부연할 필요 없을 <기생충>은 '백수' 가족(들)이 '부자' 가족에게 '기생'하기 위해 눈물 나는 쟁투를 벌이는 희비극이었다.

"<기생충>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다."

봉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힌 <기생충>의 주제다. 마트에서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치려했던 이 부자와 시민들의 대응에서, 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경찰이, 마트 직원들이 이들 부자를 호되게 내쳤다면, 훈방이 아닌 '법'대로 처리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20만 원을 건넨 남성에게 돈이 든 봉투를 되돌려 주려고 뛰어나갔다던 아들은 이 사회와 어른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일말의 재고도 없이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법 앞에, 돈 앞에 휘발되는 어른들의 세계를 어린 나이에 체득하게 되지 않았을까. MBC가 '장발장'이란 이름을 붙여준 것도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이 보도를 보고 눈물을 훔친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을 것 같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이들 가족을 보듬어 안을만큼 충분히 '인지상정'을, '측은지심'을 발휘하고 있는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그 '존엄'을 우리 각자가 담보해내고 유지해 나가고 있는가. 이들 부자에게 답지한 사례와 응원, 그리고 관심은 각자 그러한 '존엄'을 확인하고 싶은 우리 안의 열망이 담긴 제스처가 아니었을까.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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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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