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MBC 기자

김정인 MBC 기자 ⓒ 이영광

 
최악의 인권유린으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 등의 내용을 담은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과거사법)'은 이번 정기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사실 과거사 법은 17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고, 이번 개정안은 기간을 늘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죽음의 복지원 진실규명을 막은 세력들'을 통해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이 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인지 그 실태를 취재해 보도했다.

해당 취재 과정에서의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이 편을 취재한 김정인 MBC 기자를 지난 1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방송을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아직켜봐야 할 내용이 많아서 뭔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진 않고요. 아직 국회에서 과거사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잖아요. 국회가 아직 답 나오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많이 됩니다."

- 형제 복지원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부산의 형제 복지원이라는 데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 사건이고요.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복지원에 데려간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부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그 안으로 끌고 가 음식 등도 제대로 주지 않고 폭행,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이에요.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겐 강제로 약물을 투여한 의혹도 있고요. 구타로 인한 사망자도 굉장히 많았고요. 공식 기록으로, 10년 동안 500명 훨씬 넘게 죽었다고 하니까요. 이 시신들이 당시 의과대학 실습 해부용 넘어갔다는 의혹도 있어요." 

-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건 박정희 정부 때부터 부랑인을 보호하고 선도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요. 저희가 취재하며 보니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1981년 즈음에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부랑인들의 신체장애나 구걸이 많아지니 빨리 잡아 선도조치 하라'고 총리에게 지시한 친필 메모도 나왔더라고요. 이건 국가에서 하는 정책이었고, 박인근 원장이라는 사람이 매년 10~20억 정도 국가 보조금을 타서 형제 복지원을 했던 거예요. 그리고 일차적 관리 책임이 부산시에 있기에, 국가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찰이라든지 부산시 공무원들이 부랑인들을 굉장히 많이 잡아갔거든요."

- 형제 복지원을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문무일 당시 검찰 총장이 피해자들에게 눈물로 사과할 때 저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때 다른 사건을 취재하고 있어서 형제 복지원을 언제 취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상황이었어요. 그 당시엔 검찰 총장이 사과했고 비상 상고도 했으니 일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올해 피해자 최승우씨께서 고공 단식 농성에 들어가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검찰 총장이 눈물로 사과했는데도 잘 풀리지 않는구나. 도대체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란 생각을 했어요. 단식 농성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꼭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취재 전에 형제 복지원에 대해 알고 계셨어요?
"저는 예전에 방송을 통해 형제 복지원 사건을 접했어요. 그런데 취재하면서 이전엔 몰랐던 심각한 상황을 알게됐고 굉장히 괴로웠어요. 피해자 한 분, 한 분 만나보니 아직도 괴로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누이가 정신병원에 가 있거나 동생과 함께 끌려갔다가 나온 뒤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분도 있었어요. 트라우마 같은 게 너무 심각한 상황인 거예요. 이 분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요. (그래서 취재를 하면서) 아직 진실 규명이 안 됐단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 가장 충격적이었던 어떤 부분이었나요.
"두 가지가 충격적이었는데 첫째는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CPZ라는 향정신성 약을 강제로 먹였다고 하더라고요. 방송에 담지 못했지만, 정신의학과 의사분에게 이게 어떤 약인지 그리고 이걸 강제로 먹게 되었을 때 어떤 부작용 생길 수 있는지 들었는데요. 이 약을 오래도록 잘못 복용하면 근육 마비 같은 게 오고 고혈압 증상 나타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인) 한종선씨가 인터뷰하면서 'CPZ 약이 널려 있었다. 겉은 단맛이 났기 때문에, 먹을 게 너무 없어서 아이들끼리 단맛 나는 겉만 먹고 버리기도 했다. 말 안 듣는 애들에게는 손 묶어놓고 강제로 먹였다'고 말했거든요. 사실 의사처방 없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인데... 널려 있었다는 자체가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김정인 MBC 기자

김정인 MBC 기자 ⓒ 이영광

 
- 폭력행위 또한 많았다고 들었어요. 
"네. 구타도 많았는데 굉장히 다양한 가혹행위가 이뤄졌더라고요. 원산폭격부터 시작해서 물고문까지... 한종선씨는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이야기 해주기도 했어요. 또 성폭력이라든지 이런 게 많이 일어났다고 해요. 제가 만난 한 유족은 형이 청각 장애인이었는데, 갑자기 집을 나갔고 2~3일 후에 연락받았는데 병원에서 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병원에 갔더니 형제 복지원에서 나온 사람이 있었고 형 시신이 있었다고 해요. 나갈 땐 너무도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사인'에 쇠약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해요. 이 분이 차마 부모님껜 시신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동생인 본인이 가서 형의 시신을 봤는데 온몸에 피멍이 잔뜩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구타로밖에 보이지 않는 흔적들이 (시신에) 너무 많이 있었다고 해요."

- 방송에 사실상 형제복지원 2~3년 전까지 존재했다는 내용도 나오던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던 건가요?
"저도 되게 놀랐던 건데, 운영자가 형제 복지원 부지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부자가 됐다는 건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어요. 근데 박인근 원장 일가가 실로암이라는 중증 장애인 시설을 2016년까지 운영했더라고요. 500명 넘게 죽은 시설을 운영하던 사람이 다시 사회복지 법인 운영한다는 게 말 안 되는데... 처벌이 제대로 안 되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 수사 같은 게 제대로 안 되었고 원래 첫 재판 때 징역 10년이 나왔는데, 이후 7번 재판이 오가면서 결국 2년 6개월로 줄었어요."

- 과거 수사가 미흡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부산 형제 복지원에서 벌어졌던 의문사나 가혹행위 폭행 성폭행 같은 사건은 지금 거의 수사 안 되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도 징역 10년이 나왔었는데 이게 재판하면서 깎이고 깎여서 징역 2년 6개월이 나왔어요. 마지막 대법원에서는 울산에 있는 작업장에 원생을 강제로 가둔 걸 특수 감금 혐의를 적용했는데 그것조차 무죄가 나왔었어요.

그래서 작년 문무일 전 검찰 총장이 '이건 대법원에서 잘못 판단한 것 같다. 다시 판단해 달라'라고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요청하기도 했죠. 제가 취재해 봤더니 대법원에서는 신속하게 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지만 법리 검토가 충실히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비상상고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좀만 더 기다려 달라는 상황이에요."

- 데감 진상조사단 과정에서 당시 형제 복지원 본원 수사 과정에서 부산지방검찰청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잖아요. 당시 부산지검장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고요. 
"박 전 의장뿐만 아니라 전두환씨 때부터 정권 차원에서 벌인 일을 축소 수사하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는데요. 수사 축소로 저는 보고 있는데 울산지청장이 남긴 메모 같은 것에도 'VIP(대통령)가 금주 내에 부산에 온다. 금주에는 소란 떨지 말고 있어라'라고 수사 담당 검사에게 그런 식으로 말할 정도였으니... 정권 차원의 축소 수사였다고 봐요."

- 방송에 박 전 의장과 전화 통화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박 의장에게 찾아뵙고 정식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는데 찾아오지 말라고 하셨죠. 그러나 마지막에 못 찾아오게 해서 미안하다며 대포나 한잔하자고 하셨죠. 그런데 그게 너무 한가한 말씀인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왜냐면 피해자들은 지금도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괴로워 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박희태 전 의장이) '축소하라 말한 게 기억이 안 난다'거나 '그런 적 없고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말하니 굉장히 당황스러웠죠."

-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에서 '2017년 과거사법이 발의된 이후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미루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요. 
"저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매우 답답했어요. 왜냐면 과거사법 같은 경우 지금의 자유한국당 분들이 잘못한 것 아니죠. 과거에 있었던 일 진상규명 하자는 것인데, 지연시키고 합의 안 하는 상황이라 너무도 답답하죠. (법안은) 진실화해 위원회 2기를 만들자는 건데 진실화해 1기 같은 경우 2000년대 중반 여야 합의로 만든 것이거든요. 지금 와서 법안에 반대하는 건 말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계속 지연하고 합의를 안 하고 있는지 굉장히 답답합니다."

- 1기 때와 지금 법안이 다른가요?
"아니오. 그때 법에서 기간만 다시 연장하자는 원 포인트 법안이고 인재근 의원이 발의했어요.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예전 법안에서 자기들이 추천할 수 있는 조사위원 수가 적다면서 이를 바꿔달라고 햤어요. 그래서 비율을 바꾸기로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이죠."

- 그럼 어느 정도 합의된 것 아닌가요?
"민주당은 거의 합의 된 것으로 보고요. 자유한국당은 합의가 되지 않았고 합의가 거의 됐다는 민주당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입장이에요. 민주당에서 조사위원이라든지 기간 등 자유한국당에서 요구하는 걸 최근에 받아들였는데 받아들이면 한국당은 또 다른 걸 들고나오는 거예요. 청문회 등의 얘기가 계속 나와요."

- 지연전략이라고 보나요. 
"그런 의심을 갖고 있는 거죠. 왜냐면 실재적으로 논의해야 했던 행정안전위 법안 소위 등의 속기록을 찾아보니까 자유한국당 의원들 말 대부분 비슷해요. '국회가 정상화되면 그때 논의하자', '국회가 정상화되길 기다려달라', '다른 소위는 안 여는데 왜 행안위 법안 소위만 회의합니까?', '우리는 이렇게 의결하면 안 된다. 왜냐면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조금만 참아달라'는 게 반복되거든요. 

지난 5월 28일에는 과거사 법과 관련된 보도연맹 유족분과 민간인 학살 유족분들이 와서 호소도 많이 하셨어요. 그러나 그날도 권은희 의원이나 바른미래당에서 표결하자고 얘기하니 여야합의가 중요하다면서 미뤘어요. 근데 다음 회기인 6월 25일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권은희 의원과 이재정 의원이 표결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그날도 표결한다고 하니 한국당 의원들은 전부 퇴장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날치기였다고 주장하죠. 나중에 자유한국당에 찾아가 여쭤보니까 이채익 간사가 '원래 법안 소위 같은 경우에는 여야 합의되어 안건 상정하고 표결해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한 거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끼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과거사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끝난 일 아니냐'거나 '너무 오래된 일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제가 피해자들을 만나보니 이분들에게는 이 사건이 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걸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거예요. 국가 폭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면, 그게 몇 십 년 전 일이라 해도 바로잡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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