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인삼공사를 4연패에 빠트리며 선두로 도약했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 20-25, 25-22, 25-20)로 승리했다. 최근 8경기에서 7승을 따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대건설은 승점 30점 고지에 선착하며 14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덜미를 잡힌 GS칼텍스 KIXX(28점)를 제치고 선두자리를 탈환했다(11승3패).

현대건설은 '거요미' 양효진이 68.97%의 높은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외국인 선수 헤일리 스펠만과 2년 차 센터 정지윤도 35득점을 합작하며 좋은 컨디션을 과시했다. 반면에 인삼공사는 언제나 그런 것처럼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가 35득점으로 고군분투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부족한 지원으로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문제는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혹사가 비단 이번 시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공격수 부족한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 의존
 
 몬타뇨는 한국에서 활약한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끌었다.

몬타뇨는 한국에서 활약한 세 시즌 동안 두 번이나 인삼공사의 우승을 이끌었다. ⓒ KGC인삼공사

 
지난 2005년 원년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인삼공사의 전신인 KT&G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소위 '몰빵배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효희 세터(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중심으로 왼쪽에 최광희와 임효숙, 오른쪽에 박경낭, 중앙에 김세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지정희가 고른 득점 분포를 보이며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던 팀이 바로 KT&G였다. 

인삼공사가 자랑(?)하는 몰빵의 역사를 만든 선수는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마델라이네 몬타뇨였다. 콜롬비아 출신의 몬타뇨는 2009-2010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인삼공사에서 활약하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몬타뇨가 활약하던 시절 V리그에는 케니 모레노, 미아 예르코프, 알레시아 리귤릭 같은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몬타뇨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2009-2010 시즌 34.9%에 불과(?)했던 몬타뇨의 공격 점유율은 2010-2011 시즌 36.6%를 거쳐 2011-2012 시즌에는 무려 53.8%로 급상승했다. 당시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였던 한수지(GS칼텍스)가 2개 중 하나 이상의 공을 몬타뇨에게 올렸다는 뜻이다. 결국 몬타뇨는 2011-2012 시즌 인삼공사의 세 번째 우승을 이끈 후 한국을 떠나 아제르바이잔리그로 이적했다.

몬타뇨에 이어 인삼공사의 몰빵배구를 책임진 선수는 2013-2014시즌과 2014-2015 시즌에 활약했던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였다. 조이스는 2013-2014 시즌 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득점을 돌파했는데 당시 조이스는 무려 2186번의 공격을 시도하며 54.5%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조이스는 2014-2015 시즌에도 53.6%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한 후 인삼공사를 떠났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드래프트 제도로 바뀐 후에도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은 줄어들지 않았다. 인삼공사는 2015-2016 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한 202cm의 장신 공격수 헤일리가 무려 2022회의 공격을 시도하며 44.7%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인삼공사 시절 코트에서 언제나 지친 표정이었던 헤일리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서 활약하며 표정이 몰라보게 밝아졌다.

득점 1위 디우프 보유하고도 4연패로 봄 배구 불투명
 
 인삼공사는 매 경기 절반에 가까운 공격을 책임지는 디우프의 체력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인삼공사는 매 경기 절반에 가까운 공격을 책임지는 디우프의 체력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의 몰빵배구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미스 오리건' 알레나 버그스마다. 2016-2017 시즌 사만다 미들본의 대체 선수로 인삼공사에 입단한 알레나는 43%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며 인삼공사를 세 시즌 만에 봄배구로 이끌었다. 하지만 재계약에 성공한 알레나의 공격 점유율은 2017-2018 시즌 45.6%로 더욱 늘어났고 알레나를 제외하면 확실한 국내 공격수가 없었던 인삼공사는 5위로 떨어졌다.

두 시즌 연속 엄청난 혹사를 당했던 알레나는 2018-2019 시즌 공격 점유율이 26.4%로 대폭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발목부상으로 9경기에 결장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변화였을 뿐 코트에 있을 때는 언제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져야 했다. 실제로 알레나는 정규리그에서 9경기나 결장했음에도 전 경기에 출전한 최은지(23.8%)보다 높은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세 시즌을 함께 했던 알레나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또 한 번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의 거포 디우프를 지명했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주전 세터가 한수지에서 이재은으로, 그리고 이번 시즌 다시 염혜선으로 바뀌었음에도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인삼공사의 경기 스타일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디우프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가 치른 14경기에 모두 출전해 무려 981회의 공격을 시도하며 45.3%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공격 성공률 1위에 올라 있는 양효진의 공격 점유율이 20.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디우프는 엄청난 양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11월 5일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는 5세트에서만 무려 11득점을 기록했는데 한 선수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인삼공사는 지난 6일 서남원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이영택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승점 13점의 인삼공사는 최하위 기업은행(12점)에게 1점 차이로 쫓기고 있고 3위 흥국생명(27점)과는 무려 14점 차이로 벌어져 있다. 하지만 봄 배구 진출이 불투명한 시즌에 디우프의 체력과 에너지를 이렇게 심하게 소비하는 것은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마델라이네 몬타뇨 발렌티나 디우프 외국인 선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