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회로 4회째를 맞는 로드FC 더블엑스(XX)는 썩 많지 않은 로드FC의 여성 파이터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대회가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얇은 선수층으로 남자 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여성부 경기를 전면에 내세운 대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로드FC는 2017년부터 더블엑스 대회를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 이벤트로 배치해 격투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4일에 열렸던 로드FC 057 XX에서는 1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 '꽃미녀 파이터' 이수연이 중국의 '격투 여동생' 스밍에게 판정으로 패했다. 만15세 6개월이라는 로드FC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한 신유진은 자신보다 한 살이 많은 김혜인과의 경기에서 판정으로 승리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저돌적인 파이팅으로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은 신유진은 승리가 결정된 후 15세 소녀로 돌아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무에타이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내 여성 파이터들 중 손꼽히는 타격가로 '타격 지니어스'라는 별명이 붙은 심유리는 1년 만의 복귀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물론 신장에 멍이 드는 부상으로 한 동안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지만 복귀전에서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난 탓이 컸다. 이날 심유리와 싸운 상대는 어느덧 챔피언 함서희를 제외하면 국내에 이렇다 할 적수가 보이지 않는 '몬스터 울프' 박정은이었다.
 
 '몬스터 울프'로 진화 중인 박정은(왼쪽)에게 심유리는 썩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몬스터 울프'로 진화 중인 박정은(왼쪽)에게 심유리는 썩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 로드FC

 
번번이 실패로 끝났던 로드FC의 여성 스타 만들기

여성부 경기를 출범시킨 로드FC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스타부재'였다. UFC가 론다 로우지라는 걸출한 스타를 중심으로 여성부가 성장했던 것처럼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스타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다. 출범 초기 로드FC는 현 로드FC 아톰급 챔피언인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를 앞세워 여성부를 키워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 함서희가 UFC로 진출하면서 여성부를 활성화시키려는 로드FC의 계획은 어긋나고 말았다.

함서희가 UFC에 진출한 이후 로드FC에서 점 찍은 차세대 여성 파이터는 청순한 외모와 상반되는 도합 12단의 무술실력을 갖춘 송가연이었다. 로드FC는 송가연이 데뷔하기 전부터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인지도를 끌어 올렸고 송가연의 데뷔전을 파격적으로 메인 이벤트로 배치하기도 했다. 비록 데뷔 2번째 경기에서 패하긴 했지만 송가연은 분명 로드FC 여성부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성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품성을 갖춘 선수였다.

하지만 로드FC와 송가연의 인연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송가연은 2015년부터 불공정 계약 및 원치 않는 방송출연 강요 등을 이유로 소속사 측에 계약해지를 요청했고 이는 약 3년에 걸친 지루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송가연은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하며 MMA 훈련을 계속하고 있지만 2014년12월 이후 5년 넘게 공식 경기를 갖지 못하고 있다. 현역 복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송가연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후 로드FC가 주목한 파이터는 '여고생 파이터'로 유명세를 떨친 이예지였다. 2015년7월 고등학교 1학년생 신분에 프로 파이터로 데뷔한 이예지는 2연패 후 내리 3연승을 달리며 로드FC 여성부의 간판 파이터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예지는 로드FC041대회를 시작으로 1년 4개월 동안 3연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다. 지난 7월 일본 원정에서 커리어 첫 4연패를 당한 이예지는 현재 연패 탈출이 매우 시급하다.

데뷔 전부터 귀여운 외모로 주목을 받았던 '꽃미녀 파이터' 이수연 역시 로드FC 여성부의 간판스타가 되기엔 경험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작년 12월 이예지와의 데뷔전에서는 투혼을 발휘하며 값진 승리를 따냈지만 1년 후 스밍과의 경기에서는 심판전원일치로 판정패했다. 물론 여전히 지켜봐야 할 유망주임에 분명하지만 당장 로드FC 여성부의 간판으로 내세우기엔 무리가 있다.

실력으로 정상권에 오른 '몬스터 울프'

송가연과 이예지, 이수연 등이 외모나 나이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면 박정은은 철저히 실력으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경우다. 종합격투기에 입문하기 전 삼보와 킥복싱을 배웠던 박정은은 2015년5월 일본의 후지노 에미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판정으로 패했고 3개월 후에도 다카노 사토미에게 패하며 2연패로 프로파이터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박정은은 2016년1월 중국의 류시아오니를 암트라이앵글 초크로 제압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고 2017년 3월에는 박나영을 KO로 꺾었다. 두 경기 연속 인상적인 피니시 승리로 로드FC 여성부의 특급 유망주로 떠오른 박정은은 2018년 연말 아톰급 챔피언 함서희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함서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강 여성파이터로 박정은에게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박정은은 함서희에게 도전하기엔 경험과 기량이 모두 부족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엄청난 투혼으로 대선배 함서희를 지치게 만들며 경기를 판정까지 끌고 갔다. 함서희가 2016년을 끝으로 UFC에서 퇴단한 후 치른 4경기 중에서 피니시에 실패한 유일한 경기가 바로 박정은과의 2차 방어전이었다. 그만큼 함서희에게도 박정은은 상당히 끈질긴 상대였다는 뜻이다.

함서희와의 경기를 통해 국내 여성부 2인자로 자리를 굳힌 박정은에게 심유리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1라운드에서 탐색전을 벌이던 박정은은 2라운드 초반 심유리의 킥을 잡아 경기를 그라운드로 끌고 간 후 상위 포지션에서 심유리의 안면에 위력적인 파운딩을 꽂아 넣으며 간단히 경기를 끝냈다.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했을 때 2라운드 시간은 여전히 3분51초나 남아 있었다.

작은 신장에도 저돌적인 경기스타일로 상대를 밀어 붙이는 박정은은 데뷔 초기부터 '꼬마늑대'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하지만 박정은은 지난 13일 계체량에서 앞으로 자신을 '몬스터 울프(괴물늑대)'로 불러 달라며 선수로서의 진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2019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회에서 멋진 KO승리를 따낸 박정은은 이제 로드FC 여성부에서 누구도 쉽게 도전장을 내밀기 힘든 선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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