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대표팀, 이재영(왼쪽)-박정아 선수

여자배구 대표팀, 이재영(왼쪽)-박정아 선수 ⓒ 박진철 기자

 
여자배구 대표팀 주요 공격수인 이재영(흥국생명), 박정아(한국도로공사)가 사실상 도쿄 올림픽 예선전 준비에 돌입했다.

두 선수는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를 끝으로 다음달 1월 7~12일 태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대륙별 예선전)'이 종료될 때까지 V리그 경기가 없다.

아울러 이날 경기를 마친 흥국생명의 이재영, 김해란, 이주아, 한국도로공사의 박정아 등 4명은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대표팀 14명 중 가장 먼저 V리그 경기가 종료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더 생겼다.

이들은 15일까지 3일 동안 소속팀에서 휴식과 체력 회복 위주로 몸 관리를 하고, 16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실시되는 대표팀 소집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특히 이재영과 박정아에게는 의미가 큰 '여유 시간'이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 공격 비중이 크게 증가하면서 체력 저하가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휴식만으로도 보약이자 최고 훈련인 셈이다.

이재영·박정아, '40득점 클럽'... 외국인 몫까지 '부담 가중'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주 공격수인 이재영과 박정아는 올 시즌 V리그에서 사실상 외국인 선수 몫까지 감당하고 있다. 때문에 갈수록 공격 비중과 체력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재영은 지난 11월 17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혼자 40득점을 올렸다. 이날 이재영의 팀 내 공격점유율은 46.7%에 달했다. 사실상 '몰빵 배구'였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게 핵심 이유였다. 12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는 소속팀의 외국인 선수가 출전했음에도 34득점을 기록했다.

박정아도 7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혼자 40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박정아의 팀 내 공격점유율도 45.6%에 달했다.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공격을 도맡아서 했기 때문이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배구 국내 선수가 한 경기에서 40득점 이상을 올린 선수는 총 6명이다. 김연경이 2005-2006시즌에 달성한 44득점(2006.1.22)이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것도 V리그에 막 데뷔한 신인 선수가 달성한 기록이어서 더 충격적이었다.

이어 김세영 42득점(2005-2006시즌), 김민지 42득점(2005-2006시즌), 양효진(2012-2013시즌) 40득점, 이재영(2019-2020시즌) 40득점, 박정아 40득점(2019-2020시즌) 순으로 '40득점 클럽'에 등극했다.

이재영과 박정아는 올 시즌 국내 선수 중 '팀 내 공격점유율' 부문에서도 1~2위를 달리고 있다. '공격점유율'이란 해당 선수의 공격 시도 횟수를 해당 팀 전체 선수의 공격 시도 횟수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팀 전체 선수의 공격 분포도와 특정 선수의 '몰빵 정도'를 알 수 있는 수치다.

14일 오전 현재 V리그 여자부 '팀 내 공격점유율' 부문 1위는 단연 디우프(KGC인삼공사)다. 무려 44.5%에 달한다. 이어 러츠(GS칼텍스) 40.2%, 이재영(흥국생명) 37.8%, 어나이(IBK기업은행) 35.3%, 박정아(한국도로공사) 33.7%, 강소휘(GS칼텍스) 22.9%, 양효진(현대건설) 20.4% 순이다.

지친 몰빵... 책임감-부상 우려 '줄타기'

이재영은 12일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영은 "오늘은 너무 힘들었다. 진이 다 빠졌다. 한 경기를 뛰면 체중이 5㎏ 정도 빠진다. 현재 체지방률이 8%일 정도로 체지방이 엄청 많이 빠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힘들긴 한데 코트에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며 "대표팀 소집 전 마지막 경기라서 무조건 이기고 싶어서 젖 먹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정아도 7일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팀에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까 점유율과 득점이 올라갔다. 조금 힘들기는 하다"며 "주 공격수인 제가 득점을 해야 랠리가 끝난다. 주장도 됐고, 코트 안에 어린 선수들도 많아져서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버텨 왔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빡빡한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우려도 적지 않다. 체력이 크게 떨어지면 경기 도중 부상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마음과 달리 몸 컨트롤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영은 지난달 30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블로킹하고 내려오다 발목이 접질리는 일이 발생했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앞과 뒤로 V리그 경기 일정을 빡빡하게 편성한 것도 대표팀 선수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림픽 예선전이 다음달 1월 12일 종료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14일부터 바로 V리그 경기가 재개된다.

주 공격수로서 책임감, 그리고 극심한 체력 저하와 부상 우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 제일 중요하고 간절"

이재영과 박정아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팀 소집훈련과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임하는 각오도 밝혔다. 

이재영은 12일 "제일 중요한 경기가 남았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러시아에서 봤던 대표팀 언니들의 그 간절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엔 태국에서 꼭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대표팀 들어갔을 때 예전보다 더 책임감이 생겼다. 김연경 언니를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언니는 혼자 다 때리고 받아서 힘든데 도와주고 싶다"며 "시즌 도중 연경 언니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정아도 7일 "정말 중요한 경기다. 올림픽에 가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서 꼭 이기고 돌아올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영과 박정아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도 있다. 대표팀 조기 소집 결정으로 대표팀 동료 선수들보다 V리그 경기를 가장 일찍 종료했기 때문이다. 휴식과 체력 회복할 여유가 조금은 더 생긴 것이다.

흥국생명 구단 핵심 관계자도 13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재영 선수가 대표팀 소집 전에 부상 없이 경기를 무사히 마쳐서 다행스럽다"며 "여자배구 대표팀이 꼭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서 선수, 프로구단, V리그 흥행 모든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태국, 20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경기장 적응' 훈련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2019 서울 이사아선수권 대회 (2019.8.18)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 2019 서울 이사아선수권 대회 (2019.8.18) ⓒ 박진철 기자

  
한편,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도 다음달 자국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준비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태국은 올림픽 본선 티켓 한 장을 놓고 한국과 끝장 승부를 벌일 경쟁 상대다.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필리핀 파시그(Pasig)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서 '무패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 경기를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압승을 거두었다.

이번 대회에서 태국 대표팀 엔트리 14명 전원의 몸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몸놀림이 가볍고, 경기력도 정상 궤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게 호전된 선수는 그동안 부상 여파로 국제대회에서 고전하거나 출전조차 하지 못했던 찻추온과 삠삐차야였다. 두 선수는 부상 이전까지만 해도 태국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 했었다.
 
태국 여자배구가 자국 리그까지 연기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서 지난 2개월여 동안 대표팀에서 부상 회복, 체력 관리에 전념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대목으로 보인다.

태국 대표팀은 동남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방콕에서 16일까지 대표팀 훈련을 이어간다. 그리고 17일부터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이 열리는 장소인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대표팀 훈련을 실시한다. 대회 개막을 20여 일이나 앞두고 있음에도 경기장 적응 훈련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다.

태국 배구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SMM SPORT' 등 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지 날씨와 경기장 둘 다 익숙해져야 한다. 도쿄 올림픽 예선전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와 태국의 도쿄 올림픽 티켓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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