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도로공사를 꺾고 선두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3, 25-20, 26-28, 25-16)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27점)은 선두 GS칼텍스 KIXX(28점)와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줄이며 선두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8승 6패).

흥국생명은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주포 이재영이 34득점을 폭발시키며 공격을 주도했고 2년 차 센터 이주아도 6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14득점을 올리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3라운드 후반으로 가고 있는 이번 시즌 여자부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후반기 순위 싸움이 시시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정도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승점 1점 차이로 치열한 선두 경쟁 벌이는 상위 3개 팀
 
 202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새 외국인 선수 헤일리가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2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새 외국인 선수 헤일리가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3위 GS칼텍스는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며 기세를 올렸다. 206cm의 최장신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는 뚜껑을 열어본 결과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고 강소휘와 이소영으로 이어지는 토종 날개도 펄펄 날았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센터 한수지가 시즌 초반 블로킹 1위에 오르면서 GS칼텍스의 유일한 약점마저 지워 버렸다. 공격과 서브,블로킹까지 갖춘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GS칼텍스는 지난 11월 17일 흥국생명전에서 '살림꾼' 이소영이 발목과 발등을 다치면서 한동안 결장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토종 거포 강소휘도 손가락부상으로 열흘 넘게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2년 차 윙스파이커 박혜민과 루키 권민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언니들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휴식기 이후 '완전체' 전력이 구축된다면 GS칼텍스는 후반기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외국인 선수의 부상과 중도교체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잘 유지하고 있다. 만약 V리그의 순위 선정방식이 승점제가 아닌 승률제였다면 승률 .769(10승 3패)의 현대건설은 GS칼텍스(승률 .692)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현대건설은 대표팀을 거치며 부쩍 성장한 이다영 세터와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중앙공격수 양효진을 중심으로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무릎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 대신 202cm의 장신 공격수 헤일리 스펠만으로 교체한 것이 현대건설에게는 뜻밖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5-2016시즌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하며 '혹사논란' 속에 득점왕에 올랐던 헤일리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서 동료들과 공격을 적절히 나누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도 더욱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이며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맹장 수술로 결장하는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고비를 넘겼다. 루시아,이주아,조송화 세터 등 여전히 기복이 심한 선수들이 있지만 에이스 이재영이 'MVP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지난 시즌을 능가하는 활약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저력을 앞세워 시즌 중반 이후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후반기에도 반전 기미 보이지 않는 하위권 팀들, 봄 배구 경쟁 끝?
 
 인삼공사는 서브와 속공5위,블로킹9위에 오른 2년 차 센터 박은진의 성장이 유일한 위안이다.

인삼공사는 서브와 속공5위,블로킹9위에 오른 2년 차 센터 박은진의 성장이 유일한 위안이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후반기 대약진에 성공하면서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반환점을 앞둔 현재 5승 9패 승점 16점으로 3위 흥국생명에 11점이나 뒤져 있다. '클러치박' 박정아가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 테일러 쿡의 중도퇴출과 수술 및 재활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중앙공격수 배유나의 공백이 치명적이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가 후반기 반전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새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의 조기 합류와 활약, 그리고 경쟁상대였던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부진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도로공사는 새 외국인 선수가 정해지지도 않았고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 상위 3팀의 전력은 흔들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도로공사의 후반기 전망이 지난 시즌처럼 마냥 밝지 않은 이유다.

지난 시즌 알레나 버그스마의 부상 속에 19연패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던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가 득점 1위(399점)를 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센터 한송이의 각성과 지민경, 박은진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우프를 보좌할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아쉽다. 여기에 지난 6일 서남원 감독이 사퇴하면서 팀 분위기도 어수선해 앞으로도 큰 전력상승을 기대하긴 힘들다.

이번 시즌 김우재 감독이 부임하면서 부활을 노렸던 기업은행은 성적상승은커녕 유일하게 한 자리 수 승점(9점)에 머물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시즌 초부터 논란이 됐던 김희진의 포지션 문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지난 시즌 득점왕 어도라 어나이의 위력도 크게 반감됐다. 팀 창단 후 첫 최하위의 위기에 놓인 기업은행의 현실적인 후반기 목표도 봄 배구 복귀가 아닌 '탈꼴찌'가 될 것이다.

여자부는 오는 19일까지 3라운드 일정을 끝낸 후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일정으로 인해 3주 넘게 휴식기를 갖는다. 쉽지 않은 전반기를 보낸 하위권 팀들에겐 전력을 재정비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도로공사 정도를 제외하면 휴식기 동안 큰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팀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2019-2020시즌의 봄 배구 경쟁은 전반기로 일찌감치 정리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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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봄배구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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