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물거나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지 못하거나 혹은 한때 메이저리그 정상권에서 내려온 선수들이 KBO리그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들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돌아간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전성기 나이를 넘어간 뒤에 돌아가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 정도의 기회만 받고 마지막 불꽃을 태운 뒤 은퇴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KBO리그에서 기량을 증명하며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하며 정착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스프링 캠프에서 기회만 받는 것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장받고 주전으로 자리 잡기도 한다.

2년 연속 최동원 상 수상, 메이저리그 계약 성공한 린드블럼

2019년 KBO리그 MVP를 수상했으며, 2년 연속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외국인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얼마 전 두산 베어스에서 보류권을 풀었다. 메이저리그에 돌아가고 싶다는 린드블럼의 의지가 강했고, 두산은 린드블럼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린드블럼은 시즌이 끝난 직후 봉사활동 일정이 겹쳐서 MVP 시상식에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참석했다. 린드블럼은 시상식에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출국하기 전에 잠실 야구장에 있는 베어스 사무실에도 들러 김태룡 단장 등에게도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린드블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했다. 12월 12일(이하 한국 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 5천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브루어스는 1969년 시애틀 파일러츠로 시작하여 1970년에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 연고를 두었다.

브루어스는 원래 아메리칸리그에 있던 팀이었으나 1998년부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로 옮겼다. 메이저리그 양대리그 체제가 확립된 이후 리그를 옮긴 팀은 브루어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두 팀이다. 애스트로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있다가 2013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옮겼다.

브루어스는 1993년부터 2006년까지 2005년(81승 81패)을 제외하고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지 못하는 위기의 시대도 있었다. 2002년에는 56승 106패로 구단 역사상 최다 패 시즌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내셔널리그 이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도 했고, 2011년과 2018년에는 중부지구 우승도 차지했다. 2019년에도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자격을 얻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하필이면 맥스 슈어저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1+1로 등판했던 월드 챔피언 워싱턴 내셔널스를 만나 패하고 말았다.

브루어스는 지난 시즌 브랜든 우드러프, 애드리안 하우저 등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조쉬 헤이더가 버티고 있는 불펜이 든든하여 린드블럼이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 승리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팀이다.

린드블럼의 기본 보장 연봉은 3년 912만 5000달러이지만 옵션도 900만 달러에 가깝다. 옵션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최대 1800만 달러까지 챙길 수 있다. 브루어스와의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린드블럼은 스프링 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위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브루어스에서 3년 보낸 테임즈, 린드블럼과 합류 가능성은?

한편 린드블럼이 계약한 브루어스에는 이전 3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던 미국인 선수가 있었다. NC 다이노스에서 3시즌을 뛰었던 에릭 테임즈였다. 테임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애틀 매리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쳤다가 NC와 인연을 맺었다.

NC에서의 3년 동안 테임즈는 리그 MVP도 한 차례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소속 팀의 선전으로 한국 시리즈 경기까지 출전했다. 특히 2015년 MVP 시즌에는 히트 포 더 사이클 기록을 단일 시즌에 2번이나 성공했다.

테임즈는 2015년 아시아 리그 최초로 40홈런-40도루 시즌까지 이뤄냈고, 2016년에는 3시즌 만에 KBO리그 외국인 최소경기 100홈런도 성공했다. 3시즌 동안 124홈런 382타점 343득점에 타율 0.349 OPS 1.172라는 괴력을 선보인 테임즈는 브루어스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테임즈의 계약 내용을 보면 3년 1600만 달러가 보장이었고, 성적에 따라 2020시즌 750만 달러의 팀 옵션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에 2018년 부상도 겹치면서 3시즌 동안 72홈런 171타점 191득점에 그쳤고, 3시즌 모두 타율은 0.250 미만이었다.

결국 브루어스는 테임즈의 2020시즌 750만 달러 옵션을 포기하고 바이아웃 100만 달러만 지급했다. 일단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다시 나왔고 아직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브루어스는 테임즈의 옵션을 포기했지만 아직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니다. 한때 강정호(FA)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그랬듯이 옵션을 포기하고 보장 조건 등을 수정하여 다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11일 밀워키 지역 언론 "저널 센티널"에 의하면 브루어스의 데이비드 스턴스 단장은 아직 테임즈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테임즈는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30팀과 모두 협상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린드블럼과 한 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SK 출신 켈리의 선전, 린드블럼은?

린드블럼과 테임즈는 주전은 아니었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을 어느 정도 거친 뒤 KBO리그에서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 사례다. 그러나 메릴 켈리는 2010 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지명된 이후 메이저리그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SK 와이번스에서 4시즌을 활약한 뒤 메이저리그 계약에 처음 성공한 사례다.

켈리는 2013년과 2014년 레이스의 트리플A 소속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레이스에서 켈리보다 유망주 순위 상위권에 있었던 다른 선수 자원들에 밀려 기회를 보지 못했다. 레이스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이학주(현 삼성 라이온즈)와 마찬가지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었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례다.

그 와중에 SK가 레이스에 이적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켈리를 영입했다. 그리고 SK와 켈리의 선택은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켈리는 SK에서의 4시즌 동안 119경기에서 729.2이닝을 던졌고, 48승 32패 평균 자책점 3.86에 641탈삼진을 기록했다.

켈리는 득점 지원 문제로 승률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2017년에 16승 7패로 KBO리그 다승 3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16년에는 200.1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2018년에는 28경기로 출전 경기는 다른 시즌보다 적은 편(?)이었지만 SK의 에이스 김광현의 복귀 시즌이었던 덕분에 이닝 부담을 어느 정도 덜었던 시즌이었다.

켈리는 KBO리그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년에는 소속 팀 SK의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게도 기여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희망했고, 팀 공헌도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여 SK도 그의 의사를 존중하여 보류권을 풀어줬다.

그리고 켈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하 디백스)와 2년 550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보장된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성적에 따라서 2021년과 2022년 옵션까지 실행될 수 있는 2+2년 계약으로 최대 175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켈리는 메이저리그 첫 풀 타임 시즌인 2019년 32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183.1이닝 13승 14패 평균 자책점 4.42에 158탈삼진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라는 점과 건조한 사막 기후 탓에 공기 저항이 적어 타자들에게 친화적인 체이스 필드를 홈으로 쓰고 있음을 고려하면 무난한 성적이다.

켈리와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켈리가 2019년 시즌 부상 없이 풀 타임을 무난하게 보내면서 KBO리그의 우수한 용병 투수들의 기량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이 어느 정도 검증된 상황도 린드블럼에게는 호재다.

류현진도 성공 사례, 김광현이 또 다른 한류 투수 될까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낸 사례는 사실 이들 전에도 있었다. 바로 KBO리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던 류현진(FA)이다. 다른 몇몇 선수들도 이전에 있었지만 마이너리그 옵션이 포함되어 있었고 류현진이 최초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은 사례다.

만 25세 시즌에 KBO리그 98승을 달성했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7년 동안 정규 시즌 126경기(125선발) 54승 3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98에 665탈삼진을 기록했다. 비록 2015년과 2016년은 어깨 부상, 2018년에 사타구니 부상을 겪긴 했지만, 나머지 시즌에서는 좋은 구위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2013년에 30경기 192이닝 14승 8패 평균 자책점 3.00으로 연착륙한 류현진은 2019년에 29경기 182.2이닝 14승 5패 평균 자책점 2.32를 기록,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타이틀까지 따냈다. 2018년 15경기 1.97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뒤로는 제2의 전성기를 달리는 중이다.

KBO리그 출신 선수들 중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보장받으며 메이저리그 계약을 성공한 선수들을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류현진(포스팅), 김현수, 테임즈, 켈리 그리고 린드블럼이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출전 기회의 제한으로 인해 2년 동안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뽐내기 어려웠고, 테임즈 역시 포지션 중복 문제로 출전 기회가 어느 정도 제한된 상황이었다.

KBO리그 출신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현재 포스팅 공시가 되어 있는 김광현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5년 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협상이 결렬된 적이 있었던 만큼 기량이나 협상에 있어서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도전하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5년 전 몸 상태나 당시 기량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파드리스로부터 이적료 200만 달러만 보장받은 채로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독 교섭권이 아니라서 계약할 팀과 협상하면 되고 이적료는 계약 규모에 비례하여 책정된다. 몸 상태도 예전보다 훨씬 건강한 만큼 김광현에 대한 관심이 5년 전보다는 높다.

물론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윤석민(KIA 타이거즈)은 첫해 마이너리그 옵션을 피하지 못했고,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역시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정착하지 못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사고로 취업 비자 발급이 한때 거부되는 바람에 경기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김광현이 5년 전 협상에 실패했던 것처럼 포스팅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응찰액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나머지 협상하지 않았고, 손아섭(롯데 자이언츠)과 황재균(kt 위즈)은 메이저리그 30팀 중 그 어떤 팀에게도 협상 제안을 받지 못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현재 KBO리그에서는 김광현 이외에도 프리미어 12를 통해 극적으로 서비스 타임 7시즌을 채운 김재환(두산 베어스)도 포스팅 신청을 한 상태다. 김하성(키움 히어로즈)은 키움 측으로부터 다음 시즌 종료 후 포스팅 허가를 받은 상태이며, 양현종은 다음 시즌 종료 후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 있다.

KBO리그를 거친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실현하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들 중 성공 사례가 발생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의 철저한 몸 관리와 기량 유지 그리고 협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선수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등장할지, 그리고 KBO리그를 거쳐 얼마나 더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꿈을 펼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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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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