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 ⓒ AP/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자존심' 손흥민은 최근 소속팀에서 물오른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토트넘은 최근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잇달아 반등에 성공했다. 감독교체 이후에도 손흥민의 팀내 위상은 확고하다. 조제 모리뉴 감독의 신임도 두터워보인다.

순항하고 있는 손흥민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체력이다. 손흥민은 올해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쉴틈없이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양팀 모두에게 대체불가한 손흥민의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과부하에 따른 체력부담이나 부상의 우려와 자유로울수 없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1-3 패)에서 손흥민을 교체로 투입했다. 이미 토트넘이 16강 진출과 B조 2위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해리 케인이나 델레 알리같은 주축 선수들은 아예 명단에서 빠지며 독일 원정에도 합류하지않았다. 손흥민도 선발에서는 제외되었지만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후반 20분 투입되어 25분 이상을 소화해야 했다. 사실상 승패가 의미가 없는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온전히 쉴 수가 없었다.

사실 케인이나 알리보다도 어쩌면 더 휴식이 필요했던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뮌헨전처럼 선발로 나서는 것에 비하여 경기 출장시간 자체는 많지 않더라도, 원정에 합류하여 훈련을 소화하고 몸을 푸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체력 안배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손흥민은 토트넘 내 다른 동료 선수들보다 대표팀까지 포함한 경기 출장 수도 더 많고, 평균 이동거리는 훨씬 더 길었다. 1년 내내 이미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손흥민에게 모처럼 승부에 부담이 없는 뮌헨전같은 경기만이라도 온전히 휴식을 줄 수는 없었는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은 이미 팀 내 역할이나 플레이스타일 상으로도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모리뉴 감독 부임 이후 수비적인 역할이 더 강조되며 윙백에 가깝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번리전 70미터 단독드리블 득점 장면에서 보듯,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이 강점으로 꼽히는데 이 역시 체력적인 뒷받침이 되어있지않다면 보여주기 힘든 플레이다.

사실 이런 유형의 선수들에게 가장 큰 적은 바로 부상이다. 손흥민과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많은 활동량과 팀플레이를 장점으로 하던 박지성이 고질적인 무릎부상과 혹사 문제로 인하여 대표팀을 조기 은퇴해야했고 궁극적으로는 선수 생명까지 단축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손흥민과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던 선수들이 30대를 넘기거나 혹은 무릎이나 햄스트링에 한번 부상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복귀하더라도 기량이 급격히 하락했던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손흥민이 지금 27세의 한창 전성기이지만 이런 식의 빡빡한 경기일정과 기용방식은 지금도 손흥민의 몸상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누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편이지만 손흥민은 알고보면 경이적일 정도의 '내구성'을 보여준 선수다. 손흥민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만 봐도 손흥민처럼 경기에 엄청난게 많이 출전하고 체력부담을 요구하는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잔부상이 없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손흥민이 뛰고있는 EPL은 유럽의 다른 어떤 빅리그와 비교해도 경기 템포가 빠르고 압박도 강하다. 심지어 체격조건에서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동양인 선수가, 소속팀과 대표팀까지 오가는 강행군을 수년째 거듭하면서도 건강한 몸상태를 이어가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오히려 손흥민의 튼튼한 내구성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겨지다보니, 정작 '손흥민을 적절하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문제인식은 자꾸 뒷전으로 밀리며 소홀하게 취급받는 분위기에 있다.

당장 토트넘이 지금 모리뉴 감독의 방식대로 계속 손흥민을 기용한다면 시즌 후반기에 체력이 방전되어 나가떨어진다고해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평가전과 국제대회를 가리지않고 손흥민을 차출하며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약팀과의 경기에서도 매번 풀타임을 소화하게 하고 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대회가 아니라 유럽파를 소집할 수 없었을뿐 만일 차출이 가능했다면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불렀을 가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심지어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는 주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까지 안고 있어서 A매치에 대한 부담이 크다. 설사 손흥민 본인이 모든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서 혹사 자체에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토트넘이나 국가대표팀이나 내년에 더 중요한 경기가 많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4위권 진입(UCL 차기 시즌 진출권)이나 UCL 16강 토너먼트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한다. 국가대표팀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의 능력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여유가 있을 때 좀 더 관리를 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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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홋스퍼 모리뉴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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