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 특유의 과격한 '소림축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열린 2019 EAFF-1(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 경기에서 일본에 1-2로 패했는데, 이날 경기 결과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중국 선수들의 도를 넘은 거친 플레이였다.

전반 볼경합 과정에서 중국 장즈펑이 다리를 높게 들어 헤딩을 하던 일본 하시오카의 뒷머리를 걷어차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 이후로도 태클이나 몸싸움에서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는 계속됐다. 경기 후 당연히 중국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중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리티에 감독대행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발뺌으로 일관했다. 오는 15일 중국과 맞대결을 앞둔 벤투호로서도 신경 쓰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벤투호는 이미 부상자가 많다. 김신욱과 이용이 이미 부상으로 아예 동아시안컵 소집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홍콩과의 1차전에서 공격수 김승대마저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동아시안컵이 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가 아니라서 유럽파들이 합류할 수 없는 만큼, 더 이상의 전력 손실은 일본과의 최종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소림축구에 의한 피해사례라면 역사적으로 한국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의 황선홍이다.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가진 중국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당시 대표팀 에이스였던 황선홍은 문전으로 쇄도하다가 중국 선수의 거친 태클로 심각한 무릎부상을 당했다. 누가 봐도 공이 아니라 사람을 노리고 들어간 위험천만한 장면이었다. 황선홍이 공중에서 한바퀴 제비를 돌며 쓰러지는 모습은 당시 관중들이나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도 일제히 경악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때 당한 부상으로 인하여 황선홍은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결국 대표팀이 구상한 월드컵 운영 전략 자체가 완전히 꼬이는 부메랑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은 이후로도 중국을 만날 때마다 여러 차례 상대의 거친 파울성 플레이로 선수들이 위험한 순간에 노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소림축구는 중동팀의 '침대축구(시간 지연 플레이)'와 더불어 아시아 축구에서 가장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손꼽힌다. 하지만 소림축구가 침대축구보다 훨씬 더 나쁜 이유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침대축구는 먼저 리드만 잡게 되면 애초에 상대가 시간 지연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조금 전까지 엄살을 부리며 땅바닥을 뒹굴던 중동 선수가 한국에게 실점을 허용한 직후에는 벌떡 일어나 펄펄 날아다니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림축구는 경기 내용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사실 상대 팀이 '먼저 리드를 잡은 상황일수록' 소림축구가 등장할 확률도 높아진다. 부족한 실력과,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만회하기 위하여 거친 플레이를 승부욕으로 포장하여 상대를 위협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약자의 발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일본에 대하여 전통적으로 라이벌 의식이 강한 데다 특히 축구에 한해서는 열등감이 깊은 중국축구인 만큼 더 거칠게 나오는 측면도 있다.

결국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거친 파울을 시도하는 것은, 상대가 겁을 먹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전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을용타' 사건으로 이슈가 된 2003년 한중전은 기 싸움이 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당시 이을용은 볼경합 과정에서 중국 선수 리이가 발목을 걷어차는 파울을 저지르자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며 응징했다. 이 장면 하나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계속된 중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도 이을용의 분노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었다. 양 팀 선수들이 뒤엉켜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을용은 퇴장당했다.

물론 이을용의 행동은 축구에서 금기시되는 '폭력성 보복 행위'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한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을용이 퇴장을 불사하고 중국 선수들에게 보여준 것은 '건드리면 절대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을용의 퇴장은 중국과 한창 신경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선수들이 더욱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경기는 1-0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을용타 이후 한국 선수들이 예상보다 거칠게 반격해오자 중국 선수들은 수적 우위를 확보한 상황에서도 이전만큼 노골적인 폭력성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한-중전과 중-일전에서 소림축구의 온도 차이도 여기에 있다. 지난 10일 중국과 일본전에서 장즈펑의 파울 시점도 일본의 선제골이 나온 이후였다. 일본 선수단이 벤치에서 격렬하게 항의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후로도 일본은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만만하게 보이면 더욱 심하게 도발해온다. 심판에게만 호소하거나 무시하려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을용타같은 폭력은 안되겠지만 최대한 룰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당하면 강하게 갚아줄줄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 온 공한증을 떨쳐내기 위하여 이번 한국전도 강하게 도전해올 것이다. 다만 중국도 안팎으로 소림축구에 대한 비난 여론과 대중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 한국전에서도 마냥 거친 플레이를 남발했다가는 자칫 퇴장을 불러올 부담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선수들이 실력으로든, 기 싸움으로든 중국에 밀리지 말고 과감하게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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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소림축구 공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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