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김보경 ⓒ 대한축구협회


벤투호가 약체 홍콩을 맞아 세트피스 2골로 오랜만에 A매치에서 승리를 맛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홍콩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북한(0-0무), 레바논(0-0무), 브라질(0-3패)과의 A매치 3연속 무승을 끊어내고, 4경기 만에 승리를 챙겼다. 

유럽파 대신 ‘K리거’ 중심의 선발 라인업

이번 E-1 챔피언십에서 벤투 감독은 시즌 중인 유럽파를 차출하지 못하는 대신 K리거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포함된 소집 명단을 꾸렸다. 포메이션은 4-2-3-1이었다.

원톱 김승대를 중심으로 2선은 나상호-김보경-문선민으로 구성됐다. 황인범-손준호가 3선에 포진했고, 포백은 박주호-권경원-김민재-김태환, 골문은 구성윤이 지켰다. K리거만 무려 7명이었다.

올 시즌 K리그1 MVP를 놓고 다툰 김보경, 문선민의 2선 조합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선보일지 관심을 모았다. 한국은 초반부터 일방적인 볼 점유율을 확보하며 홍콩 진영을 누볐다. 홍콩은 원톱 제임스 하를 제외한 9명이 모두 내려서며 수비에 치중했다.

홍콩의 밀집 수비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하자 전반 11분 손준호, 전반 15분 권경원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전반 19분에는 박주호의 크로스가 수비수에 의해 걸리고 흘러나온 공을 황인범이 지체하지 않고,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김보경, 문선민의 움직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 24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김보경의 재치있는 패스를 문선민이 받지 못하면서 기회를 잃어버렸다.

한국은 전반 26분 홍콩의 한 차례 역습에 위기를 맞았다. 제임스 하의 왼발 마무리 슈팅이 좀 더 정확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반 31분에도 제임스 하에게 슈팅 기회를 허용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한국 축구 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해법은 세트피스… 벤투호, 황인범-나상호 연속골로 첫 승

한국은 다시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전반 35분 세트피스에서 얍 훙 파이 골키퍼가 잡으려다 놓친 공을 골문 앞에서 권경원이 슈팅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36분에는 김승대가 쇄도하는 과정에서 얍 훙 파이 골키퍼와 충돌해 부상을 입고, 전반 39분 들것에 실려 나갔다. 결국 전반 41분 벤치 멤버 이정협이 김승대의 빈 자리를 메웠다.

답답한 분위기 속에 포문을 연 시점은 전반 추가시간이었다. 46분 황인범이 페널티 박스 아크 서클 부근에서 절묘하게 오른발로 감아찬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초반 경기 템포를 올리면서 잠시나마 활발한 공격이 전개됐다. 후반 3분과 4분 황인범은 공간이 열릴 때 땅볼 중거리 슈팅으로 홍콩을 위협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소강상대로 접어들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6분 부진한 문선민을 빼고 윤일록을 투입했다. 후반 중반에는 왼쪽 측면을 활용한 공격으로 전술을 변화했다. 

후반 21분 왼쪽 공간을 무너뜨린 나상호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쇄도하던 이정협에 닿지 않고, 수비수 태클에 걸렸다. 이후 나상호가 오른쪽, 윤일록이 왼쪽으로 이동하며 위치를 정비했고, 윤일록을 중심으로 하는 왼쪽 공격에 집중했다.

후반 23분 황인범의 코너킥에 이은 김민재의 헤더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두 차례 코너킥 상황에서 권경원의 두 차례 골대를 빗나갔다.

또 다시 해법은 세트피스였다. 후반 37분 황인범이 올린 코너킥을 김보경이 헤더로 패스했고, 나상호가 머리로 마무리지었다. 나상호는 지난 9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1차전 이후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39분 김보경을 불러들이고, 이영재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한국은 홍콩에 2-0으로 승리하며 챔피언십의 첫 단추를 잘 꿰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필드골 없는 한국, 아쉬움 남긴 김보경-문선민 2선 조합

비록 승리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경기 내용이었다. 약팀들의 밀집 수비 공략범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북한, 레바논, 브라질전 무득점 이후 4경기 만에 골맛을 본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을 뿐 정작 이날 필드골은 기록하지 못했다.

9명이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버티는 홍콩 수비를 맞아 한국이 만들어낸 득점 루트는 황인범의 직접 프리킥, 코너킥에서 나상호의 헤더슛 등 세트피스가 전부였다.

유럽파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E-1 챔피언십의 최대 화두는 새로운 선수 발굴과 전술 실험이었다. 특히 가장 기대를 걸어볼 카드는 김보경과 문선민이었다. 김보경은 올 시즌 13골 9도움으로 울산의 K리그1 준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한 바 있다. 아쉽게 낙마한 문선민은 10골 10도움으로 전북 리그 3연패의 일등 공신이었다.

김보경, 문선민은 나상호와 함께 2선에 포진했지만 좀처럼 번뜩이는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문선민의 개인 돌파는 수차례 홍콩 수비에 저지됐다. 세밀한 드리블과 움직임이 실종된 것이다. 결국 후반 15분에 교체 아웃됐다.

문선민은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이후 한 차례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벤투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풀어나가는 플레이에 약점을 보인다며 문선민의 탈락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문선민은 이러한 자신의 문제점을 재현했다.

김보경은 지난 9월과 10월 A매치에 발탁되며 벤투호에서 첫 선을 보였다. K리그1에서의 퍼포먼스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지난달 레바논-브라질과의 11월 A매치 2연전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자신을 대표팀 탈락시킨 벤투 감독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하려면 그에겐 이번 E-1 챔피언십이 기회였다.

김보경이 홍콩전에서 빛난 것은 나상호의 추가골을 어시스트 한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선에서 원톱 김승대, 이정협과의 컴비네이션 플레이나 창의적인 장면과 패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기회는 두 차례 남아있다. 15일 중국전, 18일 일본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1차전
한국 2 – 46‘황인범, 82’나상호(도움 김보경)
홍콩 0

선수명단
한국 4-2-3-1 : 구성윤 – 김태환, 김민재, 권경원, 박주호 – 손준호, 황인범 – 문선민 (61‘윤일록), 김보경 (84’이영재), 나상호 – 김승대 (42‘이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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