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이 싸움을 하는 건 아닌데, 이 싸움을 왜 하나 생각해 보면. 저는 전두환 트라우마가 있다, 하나회 트라우마. 제 스무 살, 스무 한 살에 겪었던 5․18, 12․12 쿠데타, 계엄령, 합수부에서 고문당하고 징역 산 거.

이런 악몽이 있어서 물리적 강제력이 있는 집단이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면서 제어할 수 있는 세력도 없이 막 권한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바로 하나회, 전두환 신군부를 떠올렸고 이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밝힌 '조국 정국'에 뛰어든 이유다. 10일 공개된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아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유 이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를 필두로 '윤석열 검찰'의 일련의 수사를 전두환 신군부의 하나회가 휘두른 권력과 비교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지난 7일 '검찰개혁'을 주제로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울산노무현시민학교 강연에서도 "개인적으로 이 싸움은 노무현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전두환 트라우마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며 "똑같지는 않지만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보면서 전두환 신군부 때와 거의 같은 성격의 공포감과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를 진행중인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를 진행중인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 노무현재단


지난 9월 시작한 <알릴레오> 라이브 방송에서 한 회만 빼고 검찰 개혁과 언론 문제를 다뤘다는 유 이사장은 이날도 역시 추미애 신임 법무부장관 후보자 '헌정' 방송임을 시사하며 '검찰개혁' 문제를 다뤘다.

마침 이날은 조 전 장관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재판 3차 공판준비기일로, 검찰이 재판부로부터 질타를 받고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던 날이기도 했다.

허깨비 잡았던 검찰과 언론?

"자 보세요. (뉴스에) 8월 31일인가에 (정 교수가) 동양대 PC 들고 나왔다, CCTV 화면이 나오면서 그 안에서 직인 파일 나왔다. 이후 SBS 단독보도 후에 어마 어마한 보도가 쏟아졌는데, (검찰의) 2차 공소장엔 범죄 장소가 주거지로 돼 있다. 그럼 도대체 동양대 있는 업무용 PC 들고 나온 것 때문에 벌어진 그 소동은 다 뭐며, 그거 가지고 수 천 개 보도를 쏟아낸 법조기자들은 자기들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거부했다. 또 검찰의 이의제기에 재판부가 수차례 질타를 하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평가가 잇따랐다.

애초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일 밤 급작스레 이뤄진 검찰의 '소환조사 없는 기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유 이사장 역시 당시 쏟아졌던 언론 보도는 물론이요, 애초 검찰의 기소를 무리하다 비판했던 자신에게 쏠렸던 보도에 대해 이런 일침을 놨다.

"동양대 PC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지금.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들고 나온 업무용 PC 자체가 1차 공소장이 기각되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그 많은 보도들이 다 허깨비를 잡은 거다. 저보고 정신 나갔다고 한 사람들 많은데, 그 시점에서 과연 누가 정신 나갔었는지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아울러 재판부는 각종 서류 복사와 관련해 재판 준비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도 "기소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구속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 청구 여부를 검토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먼저 '보석 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례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의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의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 ⓒ 노무현재단


이에 대해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보석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재판부) 직권 보석 제도가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보석해 줄 수 있다. 검찰에서 저렇게까지 (피고인 측에) 유불리한 진술을 보여주지 않으니, 그럼 풀어줘서, 불구속 상태에서 본인의 방어권을 실현하게 해주겠다, 이런 취지로 검찰에게 빨리 증거기록을 보여주라고 강하게 압박한 거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검찰이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공소 취하를 할 것인가, 무죄가 나오더라도 항소를 통해 2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이사장이 "이 재판은 계속 갑니까?"라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이유다.

"검찰이 공소취하를 하면, 법원이 공소 기각을 하게 된다. 검찰이 계속 '고'하더라도 될 수가 없는 게, 1차와 2차 공소장 내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1차(기소)가 증거가 없다는 걸 2차 공소장을 통해서 검찰 스스로가 입증한 거잖나(중략).

그러면 무죄가 난다는 거다. 1차 공소장은. 같은 사실에 두 가지로 기소한 건데, 있을 수 가 없는 거잖나. (만약) 2차 공소장 내용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증거에 의해서 그것이 맞다고 판단한다면, 1차 공소장을 본인들이 공소취하하지 않는다면, 무죄 판결이 나는 거다, 100%."


"왜 검사들은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

"역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실을 가지고 공소유지를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직권남용'입니다. 공소취소는 검찰의 의무입니다."

이날 <알릴레오>에 통해 출연하기도 했던 김남국 변호사가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날 재판을 직접 방청한 김 변호사는 전날 올린 '왜 검사는 자신들이 틀렸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란 글에서도 "공소장변경 불허, 보석 여부 검토 등등 대부분 재판부가 검찰을 무섭게 질타한 내용들"이었다며 재판 방청 후기를 전했다. 그 중 김 변호사가 "정말 속이 시원했습니다"라며 전한 재판부의 검사를 향한 질타는 이랬다.

"검사님, 재판부는 토론하고 합의해서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결정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검사들은 자신들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합니까?"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지난 3개월 동안 계속된 조국 교수님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검찰의 잘못된 수사를 따끔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의 오만과 독선,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검찰의 무서운 폭주를 모두가 다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왜 너희만 그게 정의인 것처럼 생각하느냐, 정신 차리라고 따끔하게 혼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재판 결과를 지켜 본 유 이사장은 검찰이 지연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재판준비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재판부가 검찰에 면박을 준 것과 관련, 유 이사장은 검찰이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바로 이렇게.

"구속기간이 기소 후 최대 6개월인데, 한 달이 지났어요. 아직도 공판준비기일이 안 끝나서 4차를 잡았어요. 관련자 진술을 법정에서 다 들으려면 시간이 어마무시하게 걸리는데... 그게 의심이 돼요. 총선 전에 (정 교수가) 무죄가 나오면 안 되니까. (내년 4월까지 (재판을) 끌어서, 정확하게 총선 때까지 끌어서요. 보석이 되더라도 그때 보석이 되게 해 주고."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의 한 장면. 왼쪽부터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10일 방송된 <알릴레오> 라이브의 한 장면. 왼쪽부터 진행자인 조수진 변호사,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 노무현재단


이와 관련해, 방송 초반 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윤석열 총장의 상반된 반응이 담긴 최근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윤 총장 캠프도 큰일 났다.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유 이사장은 "추미애 장관이 지명된 상황이기 때문에 윤석열 총장의 중요한 참모들 사이에서 향후 추 장관을 어떻게 다룰까, 잘 지내보자는 쪽과 청와대와 검찰이 대판 싸우기를 바라는 분파가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이사장은 추측의 근거 중 하나로 지난 11월 8일 반부패협의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따로 불러 독대한 장면을 꼽았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제쳐두고 김 차관과 독대를 한 것을 두고 윤 총장의 "충심"이 바뀌었고, 윤 총장의 측근들이 정치적 생존을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와 실제 윤 총장의 본심을 개별 언론마다 다르게 흘리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었다.

결국 이러한 추측은 또 다른 질타로 이어졌다. 최근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는 '윤석열 검찰'을 향한 질타였다. 여기엔 패스트트랙 관련 한국당 의원들의 대한 수사가 6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의심'도 한몫 할 수밖에 없었다.

"수사권으로 정치를 하면 그게 검사입니까? (검찰이) 이렇게 의심받는 상황에 와 있다. 특히나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법 위반 사건, 한국당 현역 의원들이 걸린 이 사건은 지지부진하다. 지지부진 할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이후에나 기소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에 울산 사건이나 이런 건 청와대 하명수사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정치수사를 하고 있고. 유재수 건도 청와대를 공격하는 건으로,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범죄 덮어주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이렇게 얘기하는 건데, 아무리 해도 검찰이 듣지도 않는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조국 사태' 이후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 중인 작금의 검찰 내 특정할 수 없는 집단을 "서초동 하나회"라 표현했다. '윤석열 검찰'에서 전두환과 하나회를 떠올렸다는 유 이사장의 공포감과 맞닿는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10회가 이어지는 동안 한 회만 빼고 '윤석열 검찰'과 이를 둘러싼 언론과 검찰개혁 문제만을 줄기차게 다뤄 온 <알릴레오> 라이브와 유 이사장은 추미애 장관 임명 정국 이후엔 이 화두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적어도 유 이사장이 "조 전 장관과 달리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라고 신뢰를 표한 추미애 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확정되기 전까지, 유 이사장의 싸움은 계속될 듯 보인다.  
유시민 알릴레오 검찰 정경심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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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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