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거짓말같은 일이었다. 저는 필모그래피도 없는 신인 감독인데 글만 보고 선택해주신 것이다."

김승우 감독은 배우 이영애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거짓말'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충무로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영애가 14년 만에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 돌아왔으니, 김승우 감독의 표현도 이해가 갈 법하다.

그는 이영애와의 작업에 대해 "부담이 컸다"면서도 "금세 내가 의지하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됐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을 만났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은 정연(이영애 분)이 홀로 낯선 마을의 낚시터로 아이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우리 사회 실종 아동 문제의 현실을 낱낱이 보여준다. 실종아동 포스터나 전단지를 외면하는 사람들부터 쏟아지는 거짓 장난제보, 잃어버린 아이를 뒤늦게 정신병원에서 찾게 된 황당한 사례까지. 김승우 감독은 영화를 통해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실종 아동(문제 해결)에 필요한 건 주변의 관심들이라는 거다. 실종아동 전단지를 볼 때 혹은 우리 사회 문제들을 볼 때 내가 감상하는 태도로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생각하면 힘드니까. 잃어버린 아이들의 얼굴이라도 한 번 제 마음 속에 담지를 않았구나 싶었다. (영화를 통해) 관심과 무관심의 한 끗 차이를 얘기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가 한 발짝만 더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달라졌으면 좋겠다."

극 중에서 정연이 찾아간 만선 낚시터에는 민수, 지호라고 불리는 두 아이가 있다. 낚시터의 어른들은 하루종일 일을 시키며 아이들을 학대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바다에 빠트리거나 때리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러한 장면이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하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보기 고통스럽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한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슬픔을 정화하고 싶지 않았다. (관객이) 체험하게 하고 싶었다"며 "우리도 이 영화 속에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영화를 통해) 아픔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서 사회 문제를 대하는 것에, 또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사회를 만들 때 (우리가)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연출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는 아이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나쁜 어른의 모습도 등장한다. 이를 두고 너무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승우 감독은 조심스럽게 "끔찍하고 싫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영화에서 그 장면을) '절대 보여주지는 않겠다'가 1차 목표였다. 그런데 (성폭력) 장면이 현실적이다 보니 (관객은) 너무 무서웠나보다. 조심스럽지만 (아동 성폭력이) 없는 일은 아니지 않나. 영화에서 그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대해 우리도 알고 있고, 끔찍하거나 싫다고 눈 감고 귀 닫고 그럴 수는 없다는 마음이었다. 최대한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넙치 역의 배우가 너무 현실감 있게 표현을 한 것 같다. 영화에서는 (넙치가 아이에게) 달려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나. 그래도 (그런 반응이 있어) 제가 실수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실종 아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만 김승우 감독은 실종 아동의 가족은 취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의) 주제가 사실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잔인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실종자 가족분들을 만나고 취재하지는 못하겠더라. (그분들께)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을 환기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다). 대신 다큐멘터리 영상, 영화, 뉴스 보도, 신문 기사 등 간접적인 취재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영화는 실종 아동의 부모를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극 중 정연은 주말마다 실종된 아이를 찾아다니면서도, 직장에서는 때로 웃기도 하고 본인의 능력을 인정 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혼자 새벽녘 낚시터를 배회할 때나 방에서 자신의 발톱을 보며 아들을 떠올릴 때는 공허하고 슬픈 모습이다. 김승우 감독은 "(시나리오에서는) 인간의 보편성 안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일단 영화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 가장 컸다. 가정이 파괴돼서 (아이를 잃은 데 대해) 부부가 서로를 탓한다든지 이혼을 했다든지, 그런 건 영화적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인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영애 배우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함께 이야기 하고 작업했다."

영화 배경이 바닷가 마을이라는 점, 실종 아동에게 하루종일 일을 시키고 학대하는 점, 지역 경찰과의 유착 관계를 그린 점 등을 두고 영화가 지난 2014년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김승우 감독은 앞서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시나리오를 2008년에 썼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 감독은 그에 대해 해명했다. 

"2008년에 시나리오를 쓴 이후 많이 바뀌었지만 (큰 줄기의) 내용은 비슷하다. 그 이후에 (영화 속) 일들이 공론화 되더라. 그런 사회 문제들은 인간의 보편성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이어 배경을 낚시터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가 언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영화 배경을 섬으로 설정했는데 이런 사회 문제를 고발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레저 공간, 하지만 조금은 폐쇄적일 수도 있는 공간으로 설정하려 했다. 경기도 인근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아주 가까운 지역인데 완전히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도 놀러갈 수 있는 곳.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가 낚시터라는 공간이 나왔다. 영화 속 문제가 (낚시터)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제작부 막내로 일했던 김승우 감독은 이번 <나를 찾아줘>로 데뷔를 알렸다. 10여 년을 꼬박 이 영화에만 매달린 셈이다. 그는 "그동안 개인적인 작업으로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어린 나이에 이 시나리오를 썼고 빨리 (영화화) 될 줄 알았다. 그땐 스물여덟살이었으니까. 나름대로 당시엔 시나리오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빨리 하고 싶었다. 욕심도 많이 생겼고. 주변의 친구들이 잘 되는거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다 순리겠구나' 생각했다. 꼭 감독이 안 되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좋은 배우분들이 나타났고 투자사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투자를 했다. 개봉하고 나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저는 이 작품을 좋아하지만 다른 부분을 보는 관객들의 평가를 많이 듣게 되더라. 상처도 받는데 그 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