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왼쪽), 시인 임의진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왼쪽), 시인 임의진 ⓒ 리일천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일반 대중들에겐 살짝 낯선 존재일 수 있지만 고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작사-작곡한 인물이라고 소개한다면 이해가 좀 빠를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포크, 명상음악, 시가집 등 다양한 형식의 음반을 만들면서 다양한 음악 세계를 그려왔던 김현성이 이번엔 '떠돌이 별' 임의진과 함께 색다른 작품을 하나 발표했다. 

<심야버스>는 임의진의 시집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2016년)에 담긴 시 중 10편에 멜로디를 붙인 시가집이다. 음반은 지난 9월 발매되었지만 아직 그 존재가 널리 소개되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원 대신 CD로만 발표했기에 부지런한 음악팬이 아니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은 결코 아니다. <심야버스> 발매 기념 콘서트(13일, 전태일 기념관)를 앞두고 지난 9일 만난 김현성의 입을 통해 새 음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악으로 표현한 여행자 임의진의 시
 
 임의진-김현성의 시가집 '심야버스' 표지

임의진-김현성의 시가집 '심야버스' 표지 ⓒ 아울로스 미디어

 
흔히 '심야버스'라고 하면 늦은 밤 술 한잔 걸치고 피곤에 지친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 중 하나다. 음반 발표 직전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 (<경향신문> '임의진의 시골편지' 2019년 8월 28일자)을 통해 시인은 심야버스를 이렇게 표현했다. 

"버스 객석에서, 고단한 머리들 어깨에 나누며 숨소리와 땀내음을 같이 느낀다. 우리는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우리는 그걸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심야버스에 졸던 학생들이 끝으로 내리면 달님도 눈을 감고 잠든다."  

'포도 밭에는 포도가 있고', '담양 별빛', '낙골 동네의 노래', '마중물' 등 <심야버스> 속 임의진의 시에는 자연, 시골, 여행, 서민들의 애환 등 다양한 정서가 담겨있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임의진은 목회자라는 직함 외에도 자연과 여행을 찬미하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시인이면서 독특한 화풍을 그려낸는 화가, 그리고 세계 각국의 숨겨진 월드뮤직을 발굴한 음반 <여행자의 노래> 기획자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주 대중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의 시는 명상적인 요소가 많다"고 임의진의 작품을 소개한 김현성은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무지개 색깔이다"라고 표현한다. 

과거 전남 강진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임 목사와 20여 년 전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김현성은 "나이는 나보다 어린 후배지만 삶의 태도 등에서 배울 게 많았다"면서 존경심을 표시했다.

한편으론 "시인이 그려낸 심야버스의 느낌을 음악에 좀 더 담아내고 싶었지만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고 녹음 과정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낸다. 음원이 대세인 요즘 흐름을 거스르고 CD로만 <심야버스>를 발표한 것에 대해 그는 "외국에 비해 창작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국내 음원 시장 여건" 등을 이유로 손꼽았다. 

5.18 노래극, 고 노회찬 헌정 음반 계획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왼쪽), 시인 임의진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왼쪽), 시인 임의진 ⓒ 리일천

 
<심야버스>의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는 요즘 접하기 힘든 정통 포크 음악의 틀을 유지한다.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된 담백한 소리는 화려한 전자 악기가 중심을 차지하는 최근 대중음악들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성의 음악은 나름의 진한 울림을 담고 있다.

김현성은 "시를 선택해서 노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문학적인 표현이 많이 깃들여져 있다"면서 <심야버스>의 노랫말에 대해 강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반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칫 옷에다 억지로 몸을 맞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면서 먼저 완성된 멜로디에 가사를 덧붙이는 일반적인 작법과는 반대되는 견해를 표시했다.

"<심야버스> 속 음악들은 속도감 있는 노래들은 아니다. 시기가 지나버린 듯한 인상도 있고 더 나쁘게 이야기하면 구태의연할 수도 있다"라고 김현성은 신작의 내용을 설명한다.  

"하지만 반대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명될 것이다"라며 새 음반에 대한 느긋한 태도를 함께 견지한다. 실제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의 곡은 세월의 흐름이 덧붙여지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곡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가는 속도와 요즘 듣는 사람의 속도가 다르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거꾸로 음악을 통해 윤동주, 백석, 전태일, 이중섭 등의 삶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매진했다"는 김현성은 "내년엔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한 헌정 음반 <새벽 첫 차> 뿐만 아니라 광주 5.18 민주화 항쟁 40주년을 기리는 노래극 제작 등을 계획 중이다"라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현편 13일 무료 입장으로 진행되는 <심야버스> 발매 기념 콘서트에는 김현성, 임의진 외에 국내 월드 뮤직의 대가 하림도 함께 참여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문의 010-9871-8279)
 
김광석 유작 녹음에 얽힌 뒷 이야기

김현성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가 고 김광석이다. '이등병의 편지'는 잘 알려진 것처럼 1993년 <김광석 다시부르기1> 속 리메이크 버전이 유명세를 얻었고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거치며 지금까지 애청되는 명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6년말 발표된 추모 음반 <가객>에는 김광석의 미발표 녹음 '부치지 않은 편지'(정호승 시/백창우 작곡)와 김현성 버전의 '이등병의 편지' 등이 함께 수록되기도 했다. 비록 이번 신작 <심야버스>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왕 그를 만난 김에 김광석 유작과 관련된 궁금증을 조심스럽게 꺼내봤다. 

"그 음반의 기획자 겸 가수 백창우씨와 (김)광석이 친분이 있었다. 그분이 준비하던 어떤 음반에 광석이가 참여해 '부치지 않은 편지' 녹음까지 다 되었지만 수록되지 못하고 남겨져 있었다. 그땐 지금처럼 싱글 개념이 잡혀 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그 노래 하나만 발표할 수 없어서 나를 비롯한 권진원, 윤도현 등 동료들이 한곡씩 부르며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