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FC를 2: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K리그1에 진출한 부산 선수들이 조덕제 감독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19.12.8

8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FC를 2:0으로 물리치고 대망의 K리그1에 진출한 부산 선수들이 조덕제 감독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19.12.8 ⓒ 연합뉴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5시즌 만에 K리그1(1부 리그)으로 돌아온다. 2015 시즌 'K리그 최초의 기업 구단 강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썼던 부산이 3전 4기의 파란만장했던 2부 리그에서의 여정을 뒤로 하고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부산은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펼쳐진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경남 FC와의 2차전에서 호물로의 PK와 노보트니의 추가골을 앞세워 2-0 승리를 거뒀다. 지난 5일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던 부산은 합계 2-0으로 승리하며 경남을 2부로 끌어내리고 내년부터 K리그1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부산은 '한국판 리즈 유나이티드'라고 할만큼 파란만장한 축구 역사를 가졌다. 1979년 새한자동차 축구단으로 출발해, 대우 로얄즈(1983-2000) 시절에는 총 4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K리그의 명문구단이었다. 김주성, 안정환, 송종국 등 당대 스타들이 거쳐가, 한때 부산에서 야구(롯데 자이언츠)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사태와 대우그룹의 해체로 축구단이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간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중하위권을 전전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2013년부터 K리그에 도입된 승강제는 부산이 본격적인 암흑기에 접어드는 결정타가 됐다. 지난 2015년 1부 리그 11위에 그쳤던 부산은 수원 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합계 0-3(0-1, 0-2)으로 완패하면서 강등의 철퇴를 맞았다.

단순히 특정 구단의 승강 문제를 넘어 부산의 2부 리그행이 리그 전체에 미친 충격파는 컸다. 승강제 도입 초창기만 해도 2부로 떨어지는 팀은 주로 구단 운영에 제약이 많은 시민구단이거나 군팀이었다. 하락세라고는 해도 설마 기업구단이 2부 리그로 강등된다는 것은 한국 프로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심지어 부산의 구단주는 한국 축구의 수장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었다. 결국 부산의 강등은 기업 구단이라도 승강제 하에서 제대로 된 투자와 혁신이 없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2부 강등도 충격이었지만 1부로 다시 돌아오는 길은 더욱 멀고 험난했다. K리그2에서 보낸 보낸 첫 해 부산은 2부에서도 5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조차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7시즌 2위에 오르며 드디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1부 복귀의 기회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상주 상무에게 1, 2차전 합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눈물을 흘렸다.

특히 2017 시즌에는 부산 축구사에 가장 가슴아픈 일도 있었다. 팀을 맡았던 고 조진호 감독이 K리그 1위 경쟁이 치열하던 시즌 막바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한 것. 44세에 불과한 나이에 선수단과 팬들 모두에게 덕장으로 사랑받던 조감독의 별세는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항상 치열한 경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감독들의 고충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재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부산 공격수 이정협은 조감독이 별세한 나흘 뒤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조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으로 달려가 안기며 동료들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눈물의 투혼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그해 승강 플레이오프와 FA컵 결승에서 모두 아쉽게 고배를 마시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2018년에도 부산의 눈물은 끝나지 않았다. 시즌 순위는 3위에 그쳤지만 1위 아산이 경찰청의 선수수급 중단으로 승격 자격을 박탈 당하면서 2위 성남이 자동 승격하고 부산은 승격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행운이 따랐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인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상대는 하필이면 FC서울이었다. 1부 리그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서울이 그 해 역대급 부진으로 겪으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몰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산이 넘기는 어려운 상대였다. 부산은 선전했으나 합계 2-4로 패배, 1부 복귀의 꿈을 다시 이듬해로 미뤄야했다.

부산은 2019시즌, 드디어 길고도 길었던 기다림을 넘어 1부 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비록 정규 리그에서는 광주의 벽을 넘지 못하고 3년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의 살얼음 승부를 치르게 되었지만, 지난 두 번의 좌절은 오히려 부산 선수단에게 값진 경험이 되었다. 올해의 부산은 팀내 득점 선두 호물로(14골)과 이동준(13골 7도움)를 비롯하여 무려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길 정도로 고른 화력이 돋보였다. 몇 년간 2부에서 동고동락하며 축적된 선수들의 조직력과 동기부여도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운명이란 때로는 정말 얄궂다. 공교롭게도 승강전 최종 상대였던 경남은 2년 전 K리그 2에서 부산의 1위 직행을 좌절시킨 숙적이었다. 2017년 10월 8일, 부산은 창원 원정에서 경남과의 맞대결에서 0-2로 패하며 자력 승격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는데 이 경기가 고 조진호 감독이 생전에 부산을 지휘한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조감독은 불과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났다.
 
 8일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K리그 승강PO 경남FC-부산 아이파크 2차전. 부산 수신야르와 경남 이광선, 김효기가 치열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2019.12.8

8일 경남 창원시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K리그 승강PO 경남FC-부산 아이파크 2차전. 부산 수신야르와 경남 이광선, 김효기가 치열한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다. 2019.12.8 ⓒ 연합뉴스

 
부산 선수단과 팬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아픈 추억을 남긴 바로 그곳, 창원축구센터에서 2년 만에 고대하던 1부 복귀의 감격을 이뤄냈으니 이정협-호물로 등 당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던 선수들의 감정이 더욱 복받칠 수밖에 없었다. 부산 선수단은 감격의 1부 리그 복귀를 이뤄낸 이후 너나할 것없이 조진호 감독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어쩌면 오랫동안 부산 선수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을 '마음의 빚'을 늦게나마 덜어낸 순간이었다.

더구나 올 시즌 부산의 1부 승격을 이뤄낸 조덕제 감독은 4년 전인 2015년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수원 FC를 이끌고 부산을 격침시켰던 '어제의 적장'이었다. 인연과 악연, 웃음과 눈물의 희노애락조차 축구라는 파노라마 안에서 끝없이 순환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순간이다.

험난한 가시밭길을 거쳐 부산은 다시 돌아와야 할 자리도 돌아왔다. 하지만 당연히 이게 끝은 아니다. 올라오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가는 것은 쉽다. 당장 올 시즌 강등당한 경남이나 제주는 1~2년 전만 해도 K리그1 상위권을 다투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했던 강팀들이었지만, 정작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조덕제 감독도 2015시즌 부산을 누르고 수원FC를 승격시켰지만 곧바로 다음 시즌에 최하위로 다이렉트 강등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축구 팬들에게 유행했던 '리즈 시절'이라는 표현은 한때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강호였으나 짧은 전성기를 지나고 몰락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사례를 의미한다. 냉정히 말해 부산의 현재 위치도 리즈와 비슷하다. 황금기는 오래전에 지났고 연고지의 축구열기도 예전같지 않다. 더구나 최근 몇 년간은 오랫동안 2부리그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팬들을 제외하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팬심을 되돌리기 위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1부리그 복귀라는 당장의 결과에만 안주한다면 언제든 역사는 되풀이될 수도 있다. 지금은 국내 최고 명문구단이 된 전북이나, 한때 2부 강등의 아픔을 딛고 지금은 어엿한 K리그1의 신흥강호로 성장한 대구도 '인기도 비전도 없는 지방구단'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환골탈태하여 K리그의 흥행을 이끄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부산에게 있어서 본받아야할 롤모델이기도 하다. 아픔과 눈물을 딛고 돌아온 부산의 축구역사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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