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1월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종이신문을 읽는 인구는 10명 중 3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74.3%에서 매년 감소하여 올핸 26.5%까지 떨어졌다. 올해 영국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주요 38개국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22%로 조사 대상국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 조사 결과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은 신문을 사지도, 믿지도 않는다. 분명 구독자는 이탈하고 신뢰도는 바닥을 치는 상황이나 망하는 언론사는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과거와 비교하여 신문의 지면은 늘어났다. 신문은 어디서 이익을 얻는 걸까?

지난달 24일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기사의 탈을 쓴 광고, 언론사 돈줄인가' 편은 언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기사형 광고'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신문을 보다 보면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기사형 광고를 읽을 적에 그렇다. 최근 10여 년 사이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광고주로부터 협찬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는 제목, 부제, 기자 이름, 기사체 문장을 갖추고 있어 읽는 사람이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광고주는 광고보다 언론에 실린 기사를 믿는 독자의 심리를 이용하고, 언론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기사란 신뢰를 파는 신종 공생관계인 셈이다.

한국탐사저널리즘 센터 <뉴스타파>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기 매달 공개하는 신문법상 편집 기준을 위반한 사례를 수집하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언론개혁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뉴스타파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동안 주의나 경고를 받은 기사형 광고는 총 3198건에 달한다. 기사형 광고를 실은 매체를 살펴보면 1위 조선일보(551건), 2위 한국경제(415건), 3위 매일경제(376건), 4위 아시아투데이(195건), 5위 중앙일보(194건), 6위 동아일보(160건), 7위 서울경제(113건)로 주요 일간지와 경제신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사형 광고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아파트, 오피스텔 분양 안내 등 건설사의 광고형 기사 934건(29%),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식품/음료 업계 529건(17%), 대규모 세일 행사 등을 광고한 유통업계 236건(7%) 순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금융업, 병원이 잇는다.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업체는 종근당건강(67건)이다. 이어서 2위 GS건설, 3위 대림산업, 4위 CJ제일제당, 5위 대우건설로 집계되었다. 기사를 거래하는 현실에 대해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대놓고 광고인데 거기에 어떻게 기자 이름을 다냐 이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걸 한다는 거죠. 점점 더 매체 신뢰도가 떨어지는 거 아닌가. 안타까운 거죠."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한국 언론의 기괴한 수익 구조인 기사형 광고는 크게 2가지로 운영된다. 하나는 정부의 돈을 받은 정부 광고다. 정부 부처는 언론을 통해 각종 정책을 홍보할 때엔 일정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 정부 부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홍보대행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언론사와 은밀하게 기사를 거래한다. 돈을 받은 언론사는 과거 자사의 논조와 상반되는 기사형 광고까지 실어주며 정책을 홍보한다.

또 다른 유형은 기업의 돈을 받은 기사형 광고다. 김강민 뉴스타파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기사형 광고는 협찬 기사로 단가가 천차만별인데 온라인 기사는 10~30만 원, 기획 기사는 1억까지도 받는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기사는 사실관계나 진위를 확인한다. 그러나 기사형 광고는 광고주의 요구에 맞추어 글을 써주거나 업계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읊어줄 뿐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 관련 기사형 광고의 피해는 한층 심각하다. 지난 4월 인보사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인보사에 허가되지 않은 성분이 포함된 것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07년 언론사들은 인보사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의 효능에 대해 홍보하는 기사를 앞다퉈 썼다. 당시 코오롱은 인보사 성공에 사활을 걸었고 코오롱 생명과학과 티슈진은 연간 10억 원에 가까운 광고비를 지출하며 인보사 띄우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 회장의 결단, 그리고 19년의 기다림>, 중앙일보는 <성공확률 0.0001% 이웅열 신약 투자 빛이 보인다> 등 기사를 내놓으며 영웅 신화 포장과 국가적 부의 창출 부각에 앞장섰다.

인보사의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도 언론은 코오롱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따름이다. 가장 중요한 질문인 "미국에서 왜 안정성을 검증받지 못했냐?"에 대한 대답은 빠져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는 언론이 코오롱의 입장을 대변하지 말고 제대로 된 취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이) 들여다볼 것은 윤리적인 문제, 그다음에 과학적 문제다. (코오롱은)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다. 실체가 무엇인지를 조사해야 하는 대상의 목소리가 거꾸로 뒤바뀌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허위 또는 과장으로 독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기사형 광고를 처벌할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로선 처벌이 불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기사형 광고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2006년 8월 기사형 광고 심의안을 마련하고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엔 최고 2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리는 처벌 조항을 두었다. 하지만, 2009년 신문, 방송 겸영과 종합편성채널을 두는 미디어법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기사형 광고 처벌 조항을 삭제한 신문법 개정안도 같이 날치기 처리되었다.

2010년 개정된 신문법이 시행되며 기사형 광고 심의는 처벌 규정 없이 자율 심의로 넘어갔다. 광고자율심의기구가 기사형 광고를 실은 매체에 경고나 주의 결정을 내려도 언론사가 무시하면 그만이다.

처음 심의를 시작한 2010년엔 275건에 불과했던 기사형 광고는 2014년엔 1000건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만 3189건에 이를 정도로 기사형 광고는 폭증한 상태다. 경고나 주의를 받아도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까 기사의 탈을 쓴 불법 광고는 계속 증가하는 중이다.

기사형 광고의 폐해가 심각하자 2014년 당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처벌 규정을 부활시키는 신문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법안은 폐기되었다. 신문협회는 과태료 조항이 신문산업 진흥을 막고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리고 기사형 광고를 줄이고자 지속적인 자정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흔히들 '언론개혁'하면 정권의 언론 장악이나 정파적인 언론의 태도를 떠올린다. 그런데 내용의 편향성보다 중요한 건 내용의 질이다. 언론의 질을 떨어뜨린 장본인은 기사와 광고의 경계를 무너뜨린 기사형 광고다. 하지만 돈벌이를 목적으로 쏟아내는 기사형 광고는 이제 언론사의 든든한 경제적 토양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부와 기업의 협찬이 자격 없는 언론의 연명 수단이 된 것이다. 기사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언론의 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시장 질서를 회복하고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기사형 광고에 대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양적으로 매우 증가한 기사형 광고를 보면 언론사의 자율적인 개선을 바라는 건 더는 무리다. 솜방망이 처벌 대신에 벌점을 주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언론사의 영업 정지까지 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기사형 광고는 언론의 자율이나 표현의 자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책임은 지지 않고 영향력만 행사하려는 언론의 태도가 문제다. 언론을 좀먹는 기사형 광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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