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V페라리> 포스터

영화 <포드V페라리>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4시간 카 레이싱 대회 '르망'의 우승자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 그에게 페라리 인수에 실패해 물을 제대로 먹은 포드 사가 접근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어 페라리부터 르망 우승을 빼앗아 오자는 것. 포드 사의 제안을 수용한 캐롤은 자신이 아는 가장 뛰어난 드라이버인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를 팀에 합류시키고, 이들은 페라리의 코를 눌러주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포드 V 페라리>는 손쉽게 관객들을 낚는다. 제목만 보면 굉음의 타이어 소리와 함께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간의 스릴 넘치는 레이싱 대결이 금세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포드 V 페라리>는 단순히 포드와 페라리의 르망 레이스 대결 만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포드와 페라리의 레이스, 캐롤과 켄의 갈등, 그리고 그들과 포드 경영진의 대립까지 세 가지 대결을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지휘 아래에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울부짖는 엔진 소리로 시작하는 <포드 V 페라리>는 당연히 레이싱 영화다. 다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스케일이 점점 거대해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카 레이싱을 액션 시퀀스의 일부로 활용하는 흐름에 반대되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영화는 다른 차를 추월하는 과정에서의 긴박함, 긴장감, 그리고 추월했을 때의 쾌감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그래서 <포드 V 페라리> 속 레이싱 시퀀스의 촬영과 편집은 화려하지 않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와이드 숏, 차 안에서 차의 정면으로 추월할 대상을 잡아주는 미디엄숏, rpm과 속도를 보여주는 계기판과 레이서의 얼굴을 비추는 클로즈업, 그리고 시원하게 질주하는 차를 비추는 카메라까지 사실적인 화면들의 집합과 연속일 따름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액션의 배경, 과정, 결과가 하나도 빠짐없이 드러나면서 레이싱의 긴박함과 긴장감이 생생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화 <포드V페라리> 스틸 컷

영화 <포드V페라리> 스틸 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또한 이 작품에는 레이싱 시퀀스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딱 3번 등장한다. 하지만 각각의 액션 시퀀스가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 안에서 맡은 임무를 다하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레이싱 시퀀스들은 인물과 그의 동기를 소개하고, 인물들의 유대가 깊어지는 과정과 결과를 묘사한다. 또한 대회 전후로 발생하는 여러 갈등들을 부각하고 해결하면서 언더 독인 포드의 도전을 복합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을 그려내느라 바쁜 와중에도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 캐롤과 켄의 이야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겨서 캐롤이 사합 감독관과 대화를 시도할 때 켄이 차를 망치로 두들기고 렌치를 집어던지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우선 영화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캐롤과 이상을 추구하는 다혈질 켄을 끊임없이 대조하며 재미와 웃음을 뽑아낸다.

또한 <포드 V 페라리>는 웃음 못지않게 강렬한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마지막 레이싱,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캐롤은 진심으로 분노하며 감정적인 선택을 내린다. 반대로 켄은 그에게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성적인 결정을 한다. 평소 태도와 상반된 두 주인공의 선택은 캐롤과 켄이 얼마나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그리고 정녕 그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일깨우며 슬픔과 비극도 감내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이처럼 <포드 V 페라리>는 둘의 대조를 통해 그저 동업자에서 진정한 친구와 파트너로 뜨거운 우정 이야기와 스스로의 단점과 한계를 이겨내는 치열한 성장 스토리를 스크린 위에 영리하게 구현한다.
 
 <포드V페라리> 스틸컷

<포드V페라리>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편 <포드 V 페라리>는 추월의 쾌감과 가슴을 뛰게 하는 감동에 가려질 뻔한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캐롤, 켄 대 포드 경영진의 갈등을 안에 성공적으로 녹여낸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결재를 기다리는 각종 서류들에 둘러싸인 포드 경영진. 그들은 양복을 빼 입은 채 직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대한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캐롤과 켄도 다르지 않다. 포드 경영진은 캐롤과 켄의 개성, 열정, 전문성을 무시하고, 정형화되어 있는 관료주의를 '포드다운' 방식이라 말하며, 포드의 자존심을 지킨 채 페라리를 이겨야 한다면서 캐롤과 켄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그러나 캐롤과 켄은 포드 경영진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들은 경영진이 제한한 7000 rpm을 뛰어넘는 역주를 펼친다. 그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들겠다는 꿈에 집중하며 쿨하게 어깨동무를 한다. 개인의 목표, 꿈, 개성을 몰살시키는 포드스러움, 포드로 대변되는 사회적 현실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낸다. 그들이 포드의 자본을 축내는 식충이가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식충이라 폄하하는 포드 경영진의 새로운 밥줄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각자의 가능성과 순수한 꿈의 힘을 일깨운다. 속도를 일부러 제어하는 포드의 팀과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는 캐롤과 켄의 팀 중 후자가 승리한 것은 단지 자동차 성능 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포드 V 페라리>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다. 자동차와 관련된 전문 용어들이 다수 등장하기는 하지만, 천체물리학 모른다고 <인터스텔라>를 못 보는 것은 아닌 것처럼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러닝타임도 152분으로 긴 편이나,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갈등이 풀어내는 이야기와 강렬한 액션은 긴 러닝타임도 잊어버리게 만든다.

이는 전작인 <로건>처럼,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이번에도 액션과 서사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액션과 스토리의 조화 가운데 심장이 떨리는 스릴과 가슴이 뛰는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 <포드 V 페라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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