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은 명절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각 방송국의 특집 예능을 편안하게 시청한다. 그러나 정작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의 반응과 시청률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성과에 따라 파일럿 프로그램의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반응이 좋은 프로그램은 보완 과정을 거쳐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폐기 처분된다.

실제로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이상 MBC),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이상 S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안녕하세요>(이상 KBS) 같은 지상파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파일럿 과정을 거쳐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반면 걸그룹 멤버들이 자신의 본분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알아본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2016년 KBS 설 특집 예능 <본분 올림픽>처럼 여러 비판을 받고 그대로 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

5일 SBS는 지난 추석에 방송돼 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은 <맛남의 광장>을 3개월 만에 정규 편성했다. 파일럿 방송에 함께했던 박재범과 백진희가 빠진 자리에는 김희철과 김동준이 새로 합류했다. 하지만 <맛남의 광장>을 책임지는 대표 얼굴이 백종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매주 수요일 골목 상권 활성화를 고민하는 백종원이 이제는 본의 아니게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생겼다.

<마리텔>로 인지도 급상승한 백종원, SBS 예능의 중심으로 급부상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한 장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한 장면. ⓒ MBC

 
불과 4~5년 전만 해도 백종원은 그저 아는 사람만 아는 요리 연구가이자 외식 사업가였다. 쌈밥집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그는 요식업계에서는 유명했고 방송에도 심심찮게 얼굴을 비추곤 했다. 그러나 대중에겐 낯선 존재였다. 지난 2013년 15세 연하의 인기 배우 소유진과 결혼한 뒤 '소유진 남편'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됐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5년 MBC 새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부터 방송인으로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 올렸다. 구하기 힘든 고급 재료와 현란한 솜씨로 자신의 요리 실력을 뽐내는 일부 셰프들과 달리, 백종원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재료로 누구나 만들어 보고 싶은 쉽고 간단한 요리법을 친절하게 전했다. 특히 남다른 설탕 사랑(?)을 선보여 '슈가 보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백종원은 <마리텔>의 개국 공신으로서 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때까지 한 번도 자체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제작진에서는 백종원을 위협할 라이벌을 만들기 위해 여러 쟁쟁한 출연자를 투입시켰지만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을 제외하면 아무도 백종원을 위협하지 못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세계 3대 독재자'로 북한의 김정은과 <복면가왕>의 음악대장(하현우) 그리고 <마리텔>의 백종원을 꼽기도 했다.

그 시기 SBS에서는 <마리텔>에서 하차한 백종원을 캐스팅해 2015년 8월 <백종원의 3대천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백종원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맛집을 소개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이미 다른 방송국에서도 여러 차례 시도한 포맷이었다. 그러나 백종원의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2년 가까이 인기를 끌었다.

2017년 7월부터는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의 능력을 극대화한 <백종원의 푸드트럭>이 약 반 년 동안 방송됐다. 그동안 사람 좋은 웃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음식을 소개하던 백종원이 참가자들을 강하게 다그치는 모습은 '한국판 키친 나이트메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의 넓은 요식업계에서 푸드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좁았고 제작진과 백종원은 판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2018년 1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탄생한 순간이다.

추석 파일럿 <맛남의 광장> 정규편성, 지역 농수산물 알릴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내년 1월이면 방송 2주년을 맞는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상권 살리기'로 시작됐다. 이제는 식당 운영의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기획의도가 실짝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바쁜 스케줄에도 골목과 식당을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움직이는 백종원의 노력과 정성이었다. <골목식당>은 에피소드에 따라 시청률의 변동폭이 큰 프로그램이지만 백종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과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백종원의 호감도가 워낙 높고 백종원에 대한 SBS의 의존이 점점 커지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 5월 2회 분량으로 방송된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었다. <미스터리 키친>은 출연자들이 얼굴을 가린 채 요리를 하고 평가단 앞에서 심사를 받는 <복면가왕>의 요리버전 같은 프로그램이었다(심지어 MC도 김성주였다). 하지만 <미스터리 키친>은 우승자인 블루셰프의 정체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내 정규 편성되지 못했다.

천하의 백종원도 <미스터리 키친>처럼 혹평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에 SBS 입장에서는 <맛남의 광장>을 정규편성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파일럿 방영 당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농수산물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가 좋았고 출연자들이 직접 장사에 투입되면서 나올 여러 가지 예능적인 재미들도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었다. 결국 SBS는 백종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이틀 연속 편성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맛남의 광장>은 5일 첫 방송 강릉 옥계 휴게소편에서 양미리와 홍게를 이용한 양미리 조림 백반과 홍게 한 마리 라면을 선보였다. 첫 방송인 만큼 멤버를 소개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백종원은 장사 당일 서울에 볼 일이 있다며 멤버들을 놀라게 한 후 미리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장사의 신'답게 노련하고 신속한 조리와 손님 응대를 선보였다. 2회에서는 강원도의 감자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만약 <맛남의 광장>에서 소개되는 농수산물과 그로 만든 요리가 천안 호두과자나 전주 비빔밥, 제주 흑돼지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해 진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제작진들은 <맛남의 광장>이 <골목식당>에 버금가는 S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길 더 바랄지 모른다.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음식이 탄생하는 것도, <만남의 광장>이 <골목식당>에 버금가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 것도 모두 백종원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 있다.
 
 SBS <맛남의 광장> 스틸 컷

SBS <맛남의 광장> 스틸 컷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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