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시간대, 섭씨 3도밖에 안 되는 낮은 기온이었지만 부산 축구의 성지 구덕운동장에 8249명이나 되는 많은 축구팬들이 찾아왔다. 그만큼 홈팀 부산의 1부리그(K리그 1)행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모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경남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사흘 뒤 열리는 어웨이 게임에 모든 것을 걸게 됐다.

김종부 감독이 이끌고 있는 경남 FC가 5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팀 부산 아이파크의 공세를 골키퍼 이범수의 활약 덕분에 0-0으로 막아냈다. 두 팀은 사흘 뒤 2차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1골도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낙동강 더비다.

오른쪽에서 활로를 찾다

더이상 돌아 볼 여유조차 없다. FC 안양과의 K리그 2 플레이오프를 겨우 이겨내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 1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10위 싸움에서 밀려난 경남 FC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양팀의 주요 역습 루트는 오른쪽이었다. 부산의 오른쪽 측면은 국가대표 풀백 김문환과 올해 K리그 2 MVP 이동준이 맡았다. 끝줄까지 빠르게 파고 드는 이동준의 과감한 돌파는 분명히 부산 축구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이 스피드를 경남 FC 왼쪽 풀백 이재명도 잘 알고 있었다.

경남 FC의 오른쪽 측면은 만감이 교차하는 고경민이 맡았다. 그는 바로 1년 전에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승강 플레이오프의 간절함을 경험한 주인공이었다. 전 동료 이동준과 마찬가지로 고경민의 얼리 크로스는 날카로웠다. 하지만 크로스 궤적을 역시 상대 수비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골키퍼 이범수가 끝내다

지난 일요일 낮 K리그 1 우승 트로피 주인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베테랑 골키퍼의 실수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축구 게임에서 골키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체로 축구의 해결사는 골을 넣는 골잡이일텐데 이 게임은 이례적으로 경남 FC의 골키퍼 이범수가 게임을 끝냈다. 0-0 점수판이 굳어지는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부산 아이파크의 마지막 공격이 전개되는 순간 경남 FC 수비 라인이 크게 흔들렸다. 믿기 힘든 극장 골이 터져나올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에이스 호물로가 경남 FC 골문 방향을 바라보며 드리블을 하다가 기습적인 키 패스를 넘겨주었다.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수비수들이 예측하지 못한 공간으로 날아들었고 그 공이 떨어지는 지점에 부산 아이파크가 자랑하는 골잡이 이정협이 달려들며 오른발 하프 발리 슛을 날렸다. 

누가 봐도 짜릿한 극장 골 타이밍과 궤적이었지만 경남 골키퍼 이범수는 끝까지 침착하게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반 박자 빠른 타이밍의 슛을 쳐냈다. 지난 시즌 1부리그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등에 업고 K리그 1을 대표하여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그 실력을 자랑했던 경남 FC가 낙동강에 침몰하려던 순간을 막아낸 슈퍼 세이브였다.

경남 FC는 이범수 골키퍼 덕에 실점 없이 2차전 홈 게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이들은 사흘 뒤 일요일 오후 2시 구덕운동장으로부터 38km 떨어져 있는 창원 축구센터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그들 모두가 1부리그를 향해 낙동강을 가로질러 달린다.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5일 오후 7시 부산 구덕운동장)

부산 아이파크 0-0 경남 FC

O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
FW : 이정협, 노보트니(89분↔정성민)
MF : 디에고(60분↔권용현), 호물로, 김진규(79분↔서용덕), 이동준
DF : 김치우, 수신야르, 김명준, 김문환
GK : 최필수
- 경고 : 김치우(58분)

O 경남 FC 선수들
FW : 제리치, 조재철
MF : 김승준(61분↔배기종), 쿠니모토, 김준범, 고경민(71분↔도동현)
DF : 이재명, 이광선, 김종필, 이광진
GK : 이범수
- 경고 : 쿠니모토(28분), 김종필(45+1분), 김준범(82분)

O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일정
(12월 8일 일요일 오후 2시, 창원 축구센터)
경남 FC -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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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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