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만큼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때도 없다. 추운 날씨는 '계절성 우울증'을 동반하며,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체감하게 한다.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카이캐슬> 열풍으로 문을 연 2019년은 '펭수'와 함께 막을 내리는 것이다.

싱숭생숭해지기 십상인 연말, 좋은 음악들을 들으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네 개의 음악을 뽑아 보았다. 기준은 없고, 곡의 스타일은 각기 다르다.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오로라(AURORA)의 'The River'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 오로라(AURORA)의 'The River'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오로라(AURORA) - '더 리버(The River)'(2019)

영화 <겨울왕국2>를 본 사람들이라면,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의 도입부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로라는 그 신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화되는 실루엣을 지녔다. 청명한 목소리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조화, 무대와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전위적인 움직임은 대자연을 형상화한 듯하다. 2019년 전 세계 대중음악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빌리 아일리시 역시 오로라를 자신에게 영감을 준 한 사람으로 꼽으며 극찬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서울 노들섬에서 열광적인 내한 공연을 열기도 했다. 

"Don't forget who you are even though you are hurt. 
You are caught in wire and soon it will burst.
(상처 받았다고 해도, 당신은 당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당신을 묶고 있는 줄은 곧 사라질 거예요.)"
- 'The River' 중에서.


현대 사회 속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 서투르다. 괜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밝게 꾸며낸 모습을 과시한다. 그러나 오로라는 눈물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대면할 것을 주문한다. 슬픔을 '눈물로 흐르는 강'에 흘려보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샘 핸쇼(saam henshaw) - 'Doubt'(2018)

샘 핸쇼는 영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알앤비의 신성이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샘 핸쇼는 가스펠로 시작해서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심지어 파올로 누티니와 엔싱크, 프랭크 오션까지, 다양한 음악들의 세례를 받았다. 자신이 콘서트 오프닝 게스트로 섰던 챈스 더 래퍼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도 있다. 여유로운 그루브와 선 굵은 보컬, 콰이어의 조합이 듣기 좋다. 뻔하지 않은, 레트로다. 'Doubt'에서 샘 핸쇼는 "신뢰가 밥을 먹여주지는 않지만, 의심이 우리를 구하지도 못한다"며 긍정을 노래한다. 올 한 해도 정신없이 달려왔을 당신에게 'Doubt'을 권한다.

방탄소년단 - '소우주(Mikrokosmos)'(2019)

방탄소년단은 올해도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했다.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진출은 불발되었지만,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여름에는 꿈의 무대인 웸블리 스타디움에 섰다. 그 누구도 상상해본 적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의 거대한 성공은 'SNS의 승리', '마케팅과 캐릭터의 승리' 등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나 'Make It Right'도 좋지만, 이들의 콘서트에서 가장 감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은 ' 소우주'일 것이다.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은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역사', '하나의 별'이라며 추켜 세운다. ' 소우주'는 'Love myself'에 이어, 다시 한번 팬들을 위한 앤썸(Anthem)으로서 훌륭하게 기능한다. 

정밀아 - '그리움도 병'(2014)

누구에게나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 이가 있다. 지나간 연인일 수도, 사랑하는 가족일 수도 있고, 반려 동물일 수도 있겠다. 정밀아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 <그리움도 병>에서 그리움의 정서를 담담하게 그려 나갔다. 앨범 전체에 깔려 있는 클래식 기타는 그 담담함에 아련한 슬픔을 심었다. 동명의 타이틀곡 속에서 정밀아는 그리움을 떨쳐 내고자 무던히도 애썼으나, 그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 슬픔은 비관적이거나, 화려하지도, 자조적이지도 않다. 그저, 우리들 모두가 경험해봤을 법한 그 보편적인 감정이다. 이 노래처럼 '그리움이 병이 되려나'라는 말을 반복하다면, 그 감정은 옅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움에 사무치는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곡을 함께 듣고 싶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걸어 지칠 때쯤 되면
털썩 주저앉은 그곳에서 너를 지워버리련다."
- '그리움도 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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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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