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영화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이 기사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 경주가 존재한다. 업계 최고의 기술을 모조리 쏟아 붓는 F-1 레이스를 비롯해서 상당수 대회들은 가장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 차량과 드라이버에게 우승컵을 수여한다. 그런데 '내구레이스' 방식 대회는 일반적인 경주와는 형식부터 다르다.  

말 그대로 차량의 내구성이 우선시되는 레이스로 정해진 시간 동안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해야 승리할 수 있기에 차량의 성능, 특히 엔진 폭발 직전의 과부하 상황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부품들로 가득 채워진 자동차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레이서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개봉된 영화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는 바로 내구레이스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르망24 레이스를 소재로 제작된 실화 기반 영화다. 1923년 시작되어 100년 역사를 눈앞에 둔 르망24는 말 그대로 24시간 쉴새없이 정해진 주로를 가장 멀리까지 달려야 승리할 수 있는 쉽지 않은 대회로 손꼽힌다.  사람으로 치면 '24시간 달리는 마라톤 경주'에 비유해도 좋을 것이다.

르망24의 의의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한 장면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대회 초창기엔 드라이버 한 명이 24시간 차를 모는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치뤄졌지만 이후 3인 1조 구성의 교대 방싱으로 변경되었다. 이처럼 하룻 동안 쉬지 않고 질주하는 방식 때문에 르망24는 세계 자동차 업계로선 튼튼하면서도 빠른 고성능 차를 선보이며 자신들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된다.  

<포드 V 페라리> 속 내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파산한 이탈리아 업체 페라리 인수에 나섰던 미국 포드사는 협상 과정에서 되려 모욕을 당하면서 역시 이탈리아 업체인 피아트에게 기회를 내주게 된다. 이에 분노한 포드사 회장 헨리 포드 2세는 자사의 기술과 자본을 총동원해 당시 르망24 최고의 팀으로 평가되던 페라리팀을 박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단행한다.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이 당시 미국인 레이서로는 유일하게 르망24에서 우승(1959년 영국 애스턴 마틴 소속)했던 캐롤 셸비(맷 데이먼 분)였다. 그를 중심으로 재야의 실력파 드라이버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분)를 영입하고 팀을 꾸리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큼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는다. 

르망24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건 결국 최고 성능의 승용차를 만드는 업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유럽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요 자동차 업체들이 이 대회 우승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전기 배터리를 결합시킨 신형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중무장한 경주차들이 1위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르망시의 인구는 고작 15만명에 불과하지만 이 대회를 보기 위해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은 무려 25만명에 달할 만큼 레이싱팬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손꼽힌다.  한편 르망24시는 스포츠카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부문도 1978년 이래 별도의 서킷에서 열리고 있는데 여기선 혼다, 스즈키, 야마하 등 일본 업체 바이크들이 우승을 독식하고 있다.

최다 우승 업체는 포르쉐
 
 영화 '포드V페라리'의 한 장면

영화 '포드V페라리'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금까지 열린 르망24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업체는 포르쉐다. 1970~80년대를 중심으로 19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드높인 바 있다. 그 다음으론 2000년 이후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아우디가 13회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아우디가 최근 더 이상 르망24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분간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일본 업체 도요타의 시대가 될 공산도 커졌다.  

워낙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대회인 탓에 업체 입장에선 르망24 준비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닛산 역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업체의 우승은 < 포드 V 페라리 >에 나온 것처럼 포드가 유일하다. 1966년부터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이후 트로피는 대부분 독일을 중심으로 프랑스(푸조), 영국(재규어), 일본(마쯔다, 도요타 등) 업체들의 몫이 되었다. 

한편 르망24 출전 명단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과거 1990년대 쌍용자동차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완주에 실패, 일회성 도전에 그쳤고 이후 쌍용은 파리-다카르 랠리(사막 횡단 레이스)를 중심으로 다른 대회 참가에 주력했다. 반면 타이어를 중심으로 스폰서쉽 형태로 참여하는 사례는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영화 < 포드 V 페라리 > 속 TMI
 
 영화 '포드V페라리'에서 리 아이아코카 역을 맡은 존 번탈. 포드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그는 1980년대 크라이슬러 부활의 주역이 된다.

영화 '포드V페라리'에서 리 아이아코카 역을 맡은 존 번탈. 포드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그는 1980년대 크라이슬러 부활의 주역이 된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1. 영화 속 포드사의 마케팅 책임자로 등장하는 리 아이아코카(존 번탈 분)는 포드사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었다.  극중 잠시 등장한 차종인 무스탕은 그가 성공시킨 최고 차종으로 손꼽히며 덕분에 아이아코카는 '무스탕의 아버지'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포드 회장과의 잦은 갈등, 1970년대 이후 신차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1978년 해고되고 만다. 그후 파산 직전에 놓였던 미국 업체 크라이슬러로 자리를 옮겨 회사를 극적으로 되살리며 미국의 존경받는 경영자 중 한명으로 대접받았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아이아코카는 1980년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꾸준히 미국 대통령 후보군 중 한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그무렵 출간된 그의 자서전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2. <포드 V 페라리>에서 캐롤 쉘비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카 판매 업체를 운영한다. 주요 고객 중 한명으로 잠시 언급되는 배우 스티브 맥퀸(1930~1980)은 과거 1960~70년대를 풍미한 할리우드 스타로 <대탈주>, <황야의 7인>, <빠삐용>, <겟어웨이>등의 영화를 성공시킨 바 있다. 특히 소문난 스피드광으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직접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가 하면 르망24를 소재로 만든 영화 <르망>(1971년)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흥행과 작품성 모두 큰 실패를 맛보고 말았다.

3. 극 중 잭 마일스는 어처구니 없는 규정으로 인해 또 다른 포드 소속 레이서 브루스 맥라렌(뉴질랜드)에게 1위를 내주게 된다. 꿈의 스포츠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맥라렌은 바로 그가 속한 레이싱팀에서 시작된 업체다. 하지만 브루스는 4년 후 1970년 6월 레이싱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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