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따뜻한 노래를 듣는 일이 아닐까 싶다. 막 불타오르는 새로운 사랑으로 따뜻한 노래도 열기를 주지만 어쩐기 '온기'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늘 옆에 있어주는 오래된 사랑의 따뜻함은 꺼지지 않는 난로처럼 안정적인 포근함을 준다. 
 
 다비치, '나의 오랜 연인에게'

다비치, '나의 오랜 연인에게'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지난 3일 발표되자마자 리스너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은 곡이 있다. 바로 오래된 듀오 다비치의 신곡 '나의 오랜 연인에게'란 곡이다. 다비치 두 멤버가 직접 작사하고, 조영수 작곡가가 작곡한 이 곡은 듣자마자 겨울에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인상을 줬다. 

무엇보다 그 따뜻함이 신선한 느낌을 자아내서 인상 깊었다. 보통은 늘 옆에 있을게라는 사랑의 약속이나, 캐롤 같은 겨울 느낌의 노래들이 따뜻함을 주었다면 이 노래는 항상 옆에 있어준 사람을 새삼스럽게 다시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따뜻함을 선사한다.

"까만 밤 빛이 없는 하루에/ 혼자 서있는 듯/ 어떤 말도 반갑지 않은 날에/ 그래 넌 항상 거기 있지/ 그게 난 너무 편했나 봐/ 좋았나 봐 자꾸 두려울 만큼
 
멀리 걷고 있는 사람들 속/ 너만 참 빛나 보여/ 그저 힘들던 하루가/ 날 아껴주는 네가 있어서 감사해"


네가 너무 좋다, 너를 너무 사랑한다는 열정의 마음보다 늘 네가 옆에 있어서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이 무척이나 담백하다. 그러나 조곤조곤하고 담담할 정도로 담백한 그 말이 오히려 더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듯하다. 

'어떤 말도 반갑지 않은 날에'라는 가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 아무리 힘을 주는 응원의 말을 들어도 힘이 나지 않고 어떠한 말도 듣고 싶지 않은 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묵묵한 힘이 되어 준다. '그저 힘들던 하루가 날 아껴주는 네가 있어서 감사해'라는 구절 역시, 네가 무슨 행동이나 말을 해주어서 감사한 게 아니라 네가 '있어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존재 자체로 고마운 그런 사람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난 뒤 돌아보면/ 철없이 온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었던/ 지난날 그때 또 그립겠지만/ 처음 같은 설레임보다/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지금 이대로의 모습이 소중해"

'나의 오랜 연인에게'라는 제목은, 처음 같은 설렘보다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지금이 더 소중하다는 이 부분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처음의 설렘은 너무도 달콤하여 빠져들기 마련이지만, 오래 가는 은은한 마음의 소중함은 사탕처럼 달진 않아도 그 어떤 것보다 깊다. 그리하여 빠져들기 보단 함께 걷는 그런 사랑인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가 함께 웃게 될 줄 몰랐어/ 난 아마 너도 그렇지/ 때론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아픈 날도 있었어/ 버거운 다툼 속에서/ 어느새 훌쩍 커버린 마음 알잖아"

오랜 연인이라면 싸우기도 얼마나 많이 싸웠을까. 다비치 두 사람은 '버거운 다툼 속에서 마음이 훌쩍 커버렸다'고 이를 표현했다. 서로를 미워해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아끼는 마음에 다투게 되고, 그러니 다툼마저도 오래된 연인에게는 사랑의 과정이고 성장일 것이다. 강민경와 이해리의 실제 경험담에서 우러나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과장됨 없이 진정성을 갖는 가사가 노래를 빛내준다.

"사랑하니까 같은 꿈을 꾸게 돼/ 너라서 선명하지 않은 먼 길도 함께 갈게"

마지막 노랫말이 특히 따스하다. 선명하지 않은 먼 길을 너니까 나는 함께 갈 거라는 약속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구체적이고 소박해서 더욱 그 진심이 와 닿는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하는 커플의 결혼식장에서 이 노래가 축가로 불린다면 더없이 어울리겠다는 것이었다. 무척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까, 상상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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