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취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DJ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자 DJ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취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DJ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자 DJ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 DJ BAUSS

 
Disc Jockey의 약자인 DJ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음악을 선곡하고 틀어주는 일을 하는 직업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취할 수 있게 만드는 것, DJ의 능력이자 DJ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단순히 음악만 섞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문득 DJ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음악과 장비가 있다면 그 어느 곳이든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 수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달려가는지 말이다. 11월 중순 추위가 겨울을 닮아갈 즈음 DJ BAUSS(박지훈)를 만났다. 디제잉 프로듀서이자 DJ 에이전시 메이크에이(MAKE A)의 이사이기도 한 그에게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DJ BAUSS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어디서 자랐는지, 어떻게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태어난 곳은 호주 시드니다. 아버지가 호주에 MBA 공부를 하러 가셨는데 그때 내가 태어났다. 호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대에 진학했다. 학교 임원에 관심이 많아서 전교 부회장과 같은 임원 생활도 했다. 지금 메이크에이(MAKE A)의 이사로 있는데 그때부터 나름 리더십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웃음)"

- DJ를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지?
"대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20살 때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메인 DJ형이랑 친해지게 되었는데, 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DJ를 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셨는지 DJ 막내로 일을 시작하게 해주셨다. 그때부터 대학교 생활과 DJ를 병행하게 되었다."

- 어떤 일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DJ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밀어붙였던 것 같다. DJ 일이 능력제다 보니까 안정적이지가 못하다.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게 된다. (질이) 안 좋은 사람들도 클럽에 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평범하게 일반 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했는데, 조직 생활이 성격에 잘 안 맞는 것 같더라."

- 디제잉은 기존의 음악을 재창조하는 작업이다. 음악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하다.
"크게 돈을 벌기 위해서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음악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접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음악과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음악이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가 아직 클럽 음악 쪽에 있어서는 EDM과 힙합, 이렇게 두 부류 정도다. 음악이 다양하지 않다. 유럽이나 서양에서는 테크노, 하우스만 해도 종류가 수십 가지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장르들이 비주류 장르이다. 사람들이 EDM이나 힙합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클럽에서는 한정된 음악을 틀 수밖에 없다. 

모든 DJ가 다 그렇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상업성이 짙은 선곡을 하는 DJ들은 생계 수단 때문에 당장 하고 싶은 음악을 미뤄둔다. 물론 주류 장르가 좋아서 하는 DJ들도 많지만 말이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나도 내년부터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 DJ마다 잘하는 장르가 있더라. 주 장르인 베이스 뮤직은 어떤 음악인가?
"베이스와 드럼을 기본 악기로 한 굉장히 리드미컬한 음악이다. 테크노, 테크 하우스, 딥 하우스를 꾸준히 좋아했다. 테크노는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비트에 미세하게 악기들이 추가되고 빠지는 장르이다. 똑같은 음악이 계속 반복되는데,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세한 소리 변화들을 느끼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 테크 하우스는 테크노에 조금 다른 악기들이 사용되는데 좀 더 그루브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딥 하우스도 역시 테크노에 굉장히 딥한 느낌이 나는 느린 음악이 추가된다."

- DJ를 하면서 분명히 고민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다. 
"DJ로서 가장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고민은 이 일이 자기 능력제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경력이 오래될수록 알아주는 게 있었는데 요즘에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음악을 잘 틀고 인기가 많아지면 스케줄을 많이 뛴다. 음악을 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비주얼적인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도 외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면이 있다. 음악으로 승부하고 그런 것보다는 비즈니스적인 것이 크다. 실력이 아닌 비즈니스를 가지고 풀어가는 게 싫어서 일을 계속해야 되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옛날에는 클럽의 메인 DJ가 클럽 음악들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선택을 했었다. 그러다 클럽의 MD들이 많아지면서 직접적인 수익원인 테이블 손님들을 예약해준 MD들이 원하는 음악으로 하게끔 힘이 실리게 됐다. 점점 DJ들이 힘이 없어지고 DJ가 원하는 음악을 점점 더 못 틀게 되는 것 같다. 

음악은 DJ들이 더 잘 안다.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간파하기도 하고, 그게 DJ들이 해야 될 일이기도 하다. DJ를 믿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은데 테이블 손님들이나 MD들이 원하는 특정 음악들이 반복돼서 나오다 보니까 그게 마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인 것처럼 유행이 돼버리는 것이다. 

예전에는 (곡을) 최대한 안 겹치게 다양하게 틀려고 언제 몇 시에 누가 유명한 곡을 틀면 그 이후의 DJ들은 그 곡을 안 틀었는데 요새는 누가 제일 신나게 트냐 대결을 하는 것 같다. 서로 자기만 잘 보이려고 하니까 음악의 강약 조절이 없고, 기승전결이 주는 감동이 없어졌다. DJ가 바뀜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계속 비슷하니까 다양성엔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DJ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람들에게 음악적으로 감동을 주는 직업이다. DJ를 하기 전부터 내가 직접 찾아보고 들어본 음악들을 남들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서 얻은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 DJ가 가지고 있는 직업병이 있는가?
"새벽에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찍 못 잔다. 그러다 보면 일이 없어도 이른 시간에는 잠이 잘 안 와서 평소에 몸이 많이 피곤한 편이다. 또 음악을 분석하려고 하는 게 있다. 물론 음악 자체로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악기가 들어가고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 외국 DJ들과 국내 DJ들의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해외 같은 경우는 DJ부터 먼저 시작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로 자기 음악을 알리고 DJ를 한다. 자기가 만든 노래들이 있고 그 노래를 트는 거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프로듀싱을 같이 하는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남의 음악으로 플레잉 하는 DJ들이 많다. 좀 반대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음악의 깊이가 깊지 않게 되는 아쉬움이 좀 생기는 것 같다."

- 다른 DJ들 중에 좋아하는 DJ를 꼽는다면.
"좋아하는 DJ가 많은데 해외에 아멜리에 렌스라는 여자 DJ를 특히 좋아한다. 평상시에도 좋아하고 있었지만 작년에 한국에 공연하러 왔을 때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음악을 잘 틀고 디제잉 퍼포먼스도 파워풀하다. 음악을 정말 잘 튼다. 춤추고 놀기 좋게끔 하는 음악이 있고 듣기 좋은 음악이 있는데 아멜리에 렌스는 그 두 가지를 다 잘한다.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듣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게 만족이 되는 DJ이다. 

또 듀오로 활동하는 DJ FIAC(피악)이 생각이 난다. 테크노 음악을 직접 그 자리에서 라이브로 연주를 하는 DJ이다. 드럼머신이라든지 신시사이저와 같은 장비들을 가지고 샘플을 이용해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듣다 보면 이 듀오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이 확 느껴진다. 다른 DJ들과 색깔이 다른 게 확연하게 보인다. 나중에 엔리코 상줄리아노, 렌 파키와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도 꼭 같이 협업해보고 싶다."

- 신곡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어떻게 진행 중인지?
"계속 테크노를 만들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다양하게 테크노 트랙을 스케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곡 정도 만들었는데, 곧 레이블과 컨택하려고 하고 있다. 완성된 음악을 뽑아내기보다는 다양하게 스케치하고 다양한 사운드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한다." 

 
 DJ BAUSS는 DJ라는 직업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서 얻은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DJ BAUSS는 DJ라는 직업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서 얻은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 김용환

 
- 파리라는 도시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대 초반에 가장 멀리 간 해외 여행지다.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곳이기도 하다. 정말 취향에 맞는 나라였다. 건물 디자인이라든지 그 나라 사람들의 패션, 자연, 공기 냄새, 보이는 것들이 다 예뻤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 기억에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 지금 DJ로서 행복한가? 그 이유를 말해본다면.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그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어서 먹고살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소수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만 말한다면.
"우선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해서 전 세계적으로 투어를 다니면서 음악을 틀 수 있는 디제잉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곡들을 가지고 내년에는 좋은 레이블에서 한 곡이라도 내려고 하고 있다. 또 최근에 개인 의류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다양한 옷들을 컬렉션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DJ BAUSS 박지훈 DJ 프로듀서 MAKE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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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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