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올해 유재명 만큼 바빴던 배우가 또 있을까.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받았던 tvN 드라마 <자백>에서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악어' 같은 형사로, 첫 상업영화 주연작 <비스트>에서는 라이벌 형사가 살인을 은폐하려는 걸 알아채는 예리한 눈의 형사로 분했다. 그가 이번에는 마을의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무마하려는 지역 경찰의 모습으로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지난 11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모처에서 배우 유재명을 만났다. 영화 <나를 찾아줘>는 정연(이영애)이 6년 전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낯선 섬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유재명은 섬에서 일하는 경찰 홍 경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중에서 홍 경장은 "아이를 보여달라"며 낚시터로 찾아온 정연을 적대시 하고 아이들을 숨기는 데 일조하는 인물이다. 

"(홍 경장은) 공무원이라는 조그만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인데 자기가 하는 일이 나쁘다는 걸 잘 모른다. 돈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고, 민원이나 잘 처리해주고. 그런데 정연이라는 인물이 낚시터로 들어와서 평화를 깨려고 하니까 불편하게 느끼는 거다. (감독님이 만든) 상징의 구조 안에 있는 인물이다. 감독님과도 촬영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유재명은 홍 경장이 악역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다. 영화 구조 안에서는 악역이고 정연이라는 인물의 극단적인 대척점이지만, 그 사람을 주체로 보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고 학대도 서슴지 않는 낚시터 사람들에 대해서도 "정연을 힘들게 하지만 그 사람들만의 논리가 있다"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절벽같은 느낌이다. 저나 다른 캐릭터들을 (관객이) 안 좋게 보실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한 부분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특히 바다에서 외치는 홍 경장의 마지막 대사는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유재명은 "허공에 대고 누가 듣지도 못할 악다구니를 쓴다"고 표현했다. 연기를 할 때도 고생이 적지 않았던 신이라고. 그러나 그는 "(그 장면의 홍 경장 감정은) 정연이 겪었을 감정이기도 하고 우리들도 겪을 수 있는 감정이다. 객석에 앉아 있는 우리를 향한 메시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과연 타인의 아픔에 잘 공감하고 있는가. '내 것'을 챙기느라 무감각해진 현대인은 아닌가라는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종아동 문제부터 아동학대, 신안 섬 노예 사건 등 여러 가지 우리 사회 유명한 사건사고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사회 이후 관객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영화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재명은 "뉴스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건사고를 접한다"며 "음주운전 차에 치이거나,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를 때리기도 하는 등, 현실이 영화보다 무섭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영화를 보고 힘들어 하실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저희의 메시지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잔인한 사건과 슬픔들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지 않나. 우리는 당사자이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에겐 방관자일 수도 있다. 좋은 영화이지만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그래도 (영화를 본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올해 유재명은 지난 6월 개봉한 <비스트>부터 <나를 찾아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속물들>까지 세 편의 영화를 선보였으며 5월 종영한 tvN 드라마 <자백>에도 출연했다. 게다가 특별출연한 <말모이> <돈> <윤희에게> <악인전>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무려 8작품이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유재명은 "제 기준에선 그렇게 바쁘지 않았다. 찍을 때는 바쁘지만 (스케줄이) 빌 때는 또 많이 쉰다"고 웃으며 답했다.

"제 삶의 시계는 되게 한발짝 한발짝 가고 있는건데 다른 분들은 제가 (작품을 너무) 많이 한다고도 말하더라. 많이 한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버거웠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저는 제 걸음으로 걷고 있다. 일단 불러주시면 감사하고 좋은 일 아닌가. 인정받는 거니까. 조급한 마음 없이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영화 <나를 찾아줘> 배우 유재명 인터뷰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20여 년간 부산의 연극 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해온 그는 지난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이동휘 분)의 아버지로 분한 이후에야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여러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무대에서 쌓아온 내공 덕분이었을까. 유재명은 "언제든지 연극을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물리적 시간이나 제약이 있어서 아쉽다. 하고 싶다기보다 (배우에겐)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연극을) 안 해서 감도 잃었다"고 고백했다.

유재명은 유명세를 얻은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게 바뀐 건 사실이다"라며 지난 몇 년을 돌아봤다. 과거의 유재명과 지금의 유재명에게 달라진 게 있냐는 물음에 그는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나는 그대로인데 (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메모가 있는데 '공부하고 훈련하고 열심히 노동하자'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걸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상황이 바뀌어도 나는 나이고, 노동이라는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배우로서 몸이 예전같지 않으면 훈련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저도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지만 배우는 (훈련을) 잃게 되면 게을러지니까. 그런 부분은 (지금의 나도) 여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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