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기자말]
별과 나윤권의 '안부', 박진영과 선예의 '대낮에 한 이별', 김현철과 이소라의 '그대안의 블루'...

듀엣곡은 독백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서로 주고받는 가사로 이뤄졌기에 한편의 드라마 같다. 다른 곡들에 비해 머릿속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쉽게 그려진다. 대사를 나누듯 나눠 부르는 듀엣곡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이런 곡들 중 명곡들은 음악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로 자주 들을 수 있다.

최근 남녀가 짝이 되어 부르는 새로운 이별송이 발표됐는데 음원차트 1, 2위를 다투며 인기몰이 중이다. 바로 김나영과 양다일이 함께 부른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다. 노래 제목만 보면 마치 책 이름 같기도 하고, 과연 지켜야할 것들이 무엇일지 궁금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나영-양다일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김나영-양다일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브랜뉴뮤직

 
이 노래가 급부상하며 차트를 점령하자 사재기 의혹이 일었고, 노래의 흥행과 함께 이들은 논란에 시달리게 됐다. 음원강자 아이유를 제치고, '겨울왕국' OST '인 투 디 언노운'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이런 논란은 더욱 불붙게 됐다. 이런 의심들에 양다일의 소속사인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는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브랜뉴뮤직은 절대 떳떳하지 못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온 다일이와 그 시간 동안 함께 고생해 준 전 브랜뉴뮤직 스태프의 노고를 훼손하는 언행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선처 없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위와 같은 글을 올린 라이머. 흥행과 논란 두 갈래의 길을 동시에 걷고 있는 이 곡,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을 들어봤다. 

"여기 내 머릿속에/ 스위치 같은/ 그런 게 있음 좋겠어/ 눈을 감듯 널 꺼놓게/ 매일 숨을 쉬듯이/ 널 사랑했던/ 나쁜 버릇은 어떡해야/ 고쳐질까"

양다일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남녀 듀엣곡의 보편적인 형식 그대로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가사를 나눠서 각자 부르다가 한 목소리로 부르고, 또 나눠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가사를 살펴보면 독특한 표현 없이 '공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첫 문장부터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노랫말이다. 머릿속에 스위치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 했을 법한 생각이기에 다소 진부하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쉽게 이끌어내고 있다.

양다일에 이어 김나영의 보컬이 등장한다. 

"알아 쉽진 않겠지/ 한동안 생각날 테고/ 행여나 울더라도/ 흔들리진 말자/ 혹시 내 전화를 기다리거나/ 취해서 집 앞을 찾아오는 일 안 돼/ 실수로라도 내 생각 따윈 절대 안 돼/ 안 돼 안 돼"

여자의 가사는 남자의 말에 이어진다. '알아 쉽지 않겠지'라고 앞의 말을 이어서 받아치며 여자의 노래는 시작되는 것이다. 전화를 기다리지 말 것, 취해서 집 앞을 찾아오지 말 것, 내 생각을 하지 말 것. 사실 제목인 '헤어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란 문장을 봤을 때 예상했던 것들이 가사 속에 그대로 펼쳐진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듣는 이가 안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듯하다. 

"너 혹시 내 사진을 찾아보거나/ 나 몰래 내 소식을/ 검색하는 일 안 돼/ 이젠 안 돼 우린 안 돼 너와 나/ 더는 해선 안 되는 일"

헤어진 이의 SNS에 들어가 그의 소식과 사진을 찾아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많은 이들이 '내 이야기'라며 끄덕일 대목일 것이다. 그런 일들을 이제는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옛 애인의 말을 이들의 애절한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슬프게 들리는 듯하다. 김나영과 양다일,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감성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어 이 노래에 무척 잘 어울린다. 보편적인 가사와 두 가수의 구슬픈 목소리가 이 노래의 흥행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노래는 다음처럼 끝나며 여운을 남긴다. 

"널 사랑했지만/ 보고 싶겠지만/ 오늘 이후로 우린 없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닌 듯이/ 아무 일도 없던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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