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이 슛을 날리는 모습.

오세근이 슛을 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안양 KGC 인삼공사의 국가대표 센터 오세근이 또 부상에 무너졌다.

오세근은 지난 1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3쿼터 경기 도중 골밑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다치며 코트에서 물러났다. 경기 후 정밀 진단 결과 오세근은 어깨 탈구로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재활까지 약 3~4개월이 소요되는 부상이라 사실상 올시즌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삼공사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오세근은 설명이 필요 없는 팀의 기둥이다. 올시즌 17경기에서 13.8점, 4.8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오세근. 그가 예년보다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럼에도 오세근은 팀 전력의 핵심 인재다.

오세근 본인으로서도 허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세근은 지난 2018-19시즌도 부상으로 전체 경기수의 절반도 안 되는 고작 25경기 출전에 그쳤다. 인삼공사는 오세근의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고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또다시 부상...

절치부심하며 명예회복을 꿈꾼 올시즌도 오세근은 사실 갈비뼈 부상을 안고 힘겹게 경기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전자랜드전에서 당한 어깨부상은 또 하필이면 옛 동료였던 박찬희와의 신체접촉에서 나왔다. 박찬희가 오세근의 슛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팔을 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중에 흔히 나오는 정도의 파울이었고 고의성도 없었다. 오세근의 불운이었다.

오세근은 인삼공사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2010년대 서장훈-김주성의 뒤를 잇는 KBL 최고의 토종빅맨으로 꼽힌다. 프로농구 챔프전 우승도 두 차례가 경험했고, 정규리그 MVP(2017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2014년) 등 지금 은퇴한다 해도 전설로 남을 충분히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더 화려하게 빛날 수 있었을 오세근의 커리어를 깎아 먹은 것은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2011-12시즌 프로에 데뷔한 오세근은 올해로 9년 차를 맞이하고 있지만 매년 부상으로 한 시즌 평균 15경기 이상을 날리고 있다. 데뷔 이후 오세근이 정규리그에서 한 시즌 5경기 이하로 결장하며 온전하게 시즌을 소화했다고 할만한 경우는 단 3시즌(2011-12시즌 52경기, 2013-14시즌 49경기, 2016-17시즌 54경기)밖에 없다. 데뷔 2년 차에 발목 부상으로 아예 1시즌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무릎, 갈비뼈, 어깨 등의 부상에 시달리며 수술대에 오른 것만 수 차례다. 또한 2015-16시즌에는 부상이 아니라 중앙대 시절 스포츠도박 불법 베팅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20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은 흑역사도 있다.

빅맨의 특성상 항상 몸싸움이 치열하고 부상 위험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도 오세근의 내구성은 확실히 부족하다. 오세근은 프로 데뷔 이후 현재까지 총 9시즌간 303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 이 기간 출전하지 못하고 허공에 날린 소속팀 경기만 벌써 147경기에 달한다. 올시즌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시즌 가까이를 허무하게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도 아웃이 유력하다고 봤을 때 결장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한 시즌의 2/3(36경기 이상 출장)출전을 채우지 못한 것이 이번 시즌까지 벌써 5번째다. 데뷔 이후 오세근의 경기 출장률은 겨우 67.3%로 리그를 대표하는 엘리트 빅맨으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수치다.

오세근이 상무 시절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조기전역하며 사실상 군복무 공백기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혜택을 감안할 때 결장수가 너무 많다. 오세근과 2011년 프로 데뷔 동기 중 드래프트 2순위였던 SK 김선형(2순위, 363경기)과는 벌써 60경기나 차이가 나며, 심지어 군복무를 모두 마치고 제대했던 3순위 오리온 최진수(3순위, 331경기)보다도 출장수가 뒤진다..

오세근과 마찬가지로 커리어 내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역시 내구성이 좋지 않기로 유명했던 하승진(은퇴)은 9시즌 간 347경기에 나섰는데 공익근무 기간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공백기를 제외하면 평균 출장률은 71.4%도 오히려 오세근보다 높았다. 하승진도 2016-17시즌(2경기)을 부상으로 날리기는 했지만, 나머지 8시즌의 평균 출장수는 43.1경기로 유리몸 이미지와 달리 의외로 장기간 결장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프로 선수가 부상없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뛰는 것도 하나의 평가 척도. KBL의 전설로 불리는 서장훈이나 김주성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기량도 기량이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KBL 무대에서 16시즌이나 활약하며 서장훈이 688경기(첫 3시즌은 정규리그 45경기 체제였다), 김주성은 무려 742경기나 출장했다.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장까지 포함해도 커리어 평균 출장률이 서장훈이 82.1%, 김주성이 85.8%에 이른다. 이것도 그나마 말년에 노쇠하면서 다소 떨어진 수치다.

서장훈이나 김주성의 현역 시절은 지금보다도 출전시간이나 컨디션 관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두 선수 모두 선수생활 내내 상대 팀의 집중견제와 체력부담 속에 잔부상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오랜 시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장수했다는 것은 두 선수가 얼마나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현역 엘리트급 빅맨중에서는 2013년 데뷔한 김종규가 277경기(팀 341경기)에 출전하여 81.2%의 높은 출장률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를 연상시키는 강인한 체격이나 이미지와 달리, 오세근은 벤치의 섬세한 관리가 요구되는 금지옥엽 유형의 선수다. 오세근은 농구를 비교적 늦게 시작한 데다 대학 시절부터 과도하게 혹사를 당하며 프로 데뷔 때부터 이미 잔부상이 많은 편이었다. 그나마 이상범 전 감독(현 원주 DB)시절 만해도 2년 차의 부상 공백 이후로는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는 편이었지만, 이후 김승기 감독을 만나는 불운을 겪으며 다시 관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오세근은 유일하게 전 경기를 소화하며 혹사당했던 2016-17시즌 이후로 다시 부상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김승기 감독은 올시즌도 변함없이 오세근이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수가 강하게 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계속해서 경기 출전을 강행시켰고 그 대가는 결국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오세근은 신장을 제외한 빅맨으로서의 재능 면에서는 서장훈이나 김주성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부족한 내구성이 그의 잠재력이나 누적 기록을 자꾸 깎아 먹고 있다. 오세근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잦은 부상이 곧 커리어의 하락세로 이어질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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