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 MBC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아래 '국민과의 대화')가 지난 11월 19일 MBC에서 2시간 동안 진행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했던 2008년 9월 9일 이후 11년 만에 '국민과의 대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날 방송인 배철수씨의 진행으로 시작된 <국민과의 대화>는 국민 패널 300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하는 형식이었다. 방송은 예상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진행되었다. 방송 후 송곳 같은 질문이 없었다거나 패널 선정을 문제 삼는 기사들이 나왔다. <국민과의 대화> CP는 이런 비판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 지난 11월 27일 서울 상암 MBC에서 김주만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해당 프로를 마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내용보다 다른 부분이 논란이 돼서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조선일보 같은 경우 <국민과의 대화>를 '한가한 쇼'라고 평가했더라고요. 미디어오늘에서도 MBC 내부 어떤 분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정도로 우호적 방송'이었다고 평가했던데 제작 담당자로서는 고생한 스태프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다만 이번 프로그램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그런 식의 정치적 평가는 위험하고 옳지도 않다고 봅니다. 국민 패널 300명이 서로 손을 드는 장면에서 저는 국민들의 '절실함'이 보였는데, 조선일보에는 '한가함'이 보였더라고요. 다른 평가는 인정하더라도 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네요."

- <조선일보>를 포함해 언론이나 기자들이 자신들이 보고 싶은 거만 보는 거 아닐까요?
"방송을 전후해 많은 취재 전화를 받았는데 재밌는 건 소위 진보로 분류되는 매체들은 담당자인 저에게 전화 한 통 안 하고 비판 기사를 쓰고, 조중동을 포함해 보수로 분류되는 매체들은 저에게 전화한 다음에 제가 설명한 부분이 아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쓰더라고요. 전화 안 하고 비판 기사 쓰는 게 나쁜 건지, 아니면 전화한 다음에 왜곡해서 기사 쓰는 게 나쁜 건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논란이 됐던 게 어떻게 20명 가까운 질문자 가운데 '문팬'이 포함됐는지, (질문자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 300명은 무작위로 뽑은 게 아니에요. 질문과 사연을 받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조건에 맞춰서 합당한 질문이 있는 분을 선정했어요. 이렇게 뽑힌 300명 가운데 질문자가 무작위로 선정되기 때문에 대통령도 누가 어떤 질문을 할지 모르고, 우리 제작진 역시 누가 질문자로 선택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인터넷 질문을 포함해 1만 6천 건 정도의 참가 신청이 있었는데 이분들 가운데 '나는 어떤 이유로 대통령을 지지한다' 또는 '나는 어떤 이유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하시고 내용을 쓰지 않는 사람은 패널 선정에서 많이 제외됐어요. 단순히 대통령이 보고 싶다거나, 이유 없이 물러나라고 하는 사람을 패널로 뽑을 수는 없잖아요. 다만 자신의 사연을 구구절절이 말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싶다고 참가 신청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는 분들이라고 볼 수 있죠."

-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더 많이 신청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백두'라는 문팬이 포함됐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배경이죠?
"신청자 가운데 한 분이 상당히 합리적이고 신랄하게 비판하시는 분이 있어서 직접 전화를 해서 꼭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판에 전화를 안 받으시고 안 나오시더라고요. 그런 한계가 있어요. 다만 <중앙일보>에서 쓴 거처럼 특정인을 일부러 대통령 옆에다 배정했다든지, 원래 자리가 대통령 주변이 아니었는데 근처로 옮겼다든지 하는 건 팩트가 아니에요.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도 그런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그 기사의 요지는 문 대통령의 열성 팬을 옆자리에 앉혀,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죠. 그런데 열성 팬을 대통령 옆에 앉혀 방송사가 얻는 실익이 뭔지 설명이 부족합니다. 또 대통령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20,30대 젊은이와 중년이 포함돼 있어 각계각층에서 호감을 보이는 전형적인 화면을 만들었다'고 어떤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의 말을 인용했는데, 아니, 젊은이와 중년이 함께 화면에 나오면 그것이 호감을 주는 설정인가요? 그분이 서울 시내 대학의 교수라는 것도 의심스럽지만 실제로 교수님이라면 어떤 논문에 그런 연구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패널 선정의 기본은 사연이었습니다. 사연이 좋고 주장이 합당하다면 그분이 '박사모 회원'이라고 해서 거부하지 않고, 역시 그분이 문 대통령 팬이라고 해서 거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떤 성향의 단체에 소속돼 있는지는 기초 조사에서 아예 묻지를 않았어요. 자신이 300명으로 뽑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치 성향 때문에 떨어졌다고 오해할 수 있잖아요.

문팬으로 알려진 그분의 경우는 한중관계 악화로 자기 사업이 폐업 위기에 놓인 분이었고, 한중관계 복원을 위한 방안을 묻는다는 사연이었습니다. 나중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자신이 문팬이라는 걸 밝히면 선발이 안 될까 봐 일부러 말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 질문자들 발언이 길고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고 비판하는 언론도 있는데요.
"'국민과의 대화'라는 컨셉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선일보> 같은 보수 매체나 또 <미디어오늘>에서도 송곳 같은 질문이 없었다는 표현을 썼는데 송곳 같은 질문은 각 언론사를 대표해 청와대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해야죠. 일반 국민이 개인적인 사정을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걸 가지고 '송곳 같은 질문이 없었다'느니, '개인 민원에 그쳤다'느니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특히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고 비판하는 기사도 있던데, 기자들 입장에서는 그 질문이 중요하겠지만 300명 개개인은 각자의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는 겁니다. 방송에 나온 20개 안팎의 질문 가운데 방위비 협상보다 덜 중요한 질문이 어떤 것이었는지 묻고 싶어요. 기자 입장에서 중요한 기사와 일반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기사의 가치 차이. 이런 괴리는 국민을 탓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사 가치를 판단 기준을 되돌아봐야죠."

- 국민과의 대화는 이목이 집중되는 프로그램이라 부담도 크고 방송 후 마음고생 하셨을 거 같아요.
"마음고생이라기보다 답답함이 컸어요. 저희는 특정인을 미리 설정해서 어떻게 질문하라는 교육 하지 않았어요. 다만 300명을 상대로 질문을 짧게 해주셔야 다음 사람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여러 차례 안내했죠. 막상 이분들이 마이크를 잡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길게 다 하시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과거의 <국민과의 대화>는 일부 돌발적인 질문도 있었지만, 그때 역시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떤 대통령이 할 때는 아예 업체를 동원해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이 바라는 소통의 방식은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대화하는 형태입니다."

- 마침 과거 <국민과의 대화>와 차이점을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과거 프로그램이 참고됐나요?
"일단 무작위로 지명한다는 것, 즉 300명 전체가 누구나 질문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는 측면에서 과거 <국민과의 대화>와는 차원이 달랐어요. 그건 청와대에서도 원한 거예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으니, 짜거나 하지 말라는 거였고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사실 저희는 진행자 가운데 한 명을 기자로 해서 적극 질문에 개입하거나, 질문을 주제별로 나눠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기자나 방송사 또는 대통령이 준비한 답변을 유도해서 사실상 짜고 치는 형태가 될 수 있죠. 과거 프로를 참고는 했지만 형식이 달랐어요. 다만 사전에 방송사에서 준비한 VCR이나 실시간 인터넷 질문 코너를 만들어서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나오지 않은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30대의 지지율 변화'나 '지소미아 종료' 같은 질문은 그런 방식으로 반영된 겁니다."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 MBC

 
-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만하고 도떼기시장 같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김어준씨가 그런 표현을 썼죠. 그래서 '방송 앞부분만 보고 뒤에는 보지 않았다'고 했죠. 사람들이 열심히 질문할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절실한 모습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방송 2시간 동안 300명이 모두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죠. 그러니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300명이 너도나도 손드는 일이 발생했고요. 

저는 이런 모습을 '도떼기시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나 '대통령을 도떼기시장으로 밀어 넣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목소리를 듣겠다는 뜻에서 이런 방식에 동의했는데, 과거의 엄숙주의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정된 방송시간, 미리 질문자를 설정하지 않으면서도 산만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그걸 고민해야 할 겁니다."

- 이번 방송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가 나오고 대통령의 솔직하고 진실한 답변이 유도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걸 목표로 했어요. 그것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겁니다. 대통령의 답변 영역은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니고요. 국민의 질문이 결코 수준 낮거나 인위적으로 들어간 질문은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과거 기자회견을 보면 기자들 질문도 그리 수준 높은 편은 아니잖아요? 다음에 기자회견을 하면 더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 진행을 방송인 배철수씨가 하셨잖아요. 배철수씨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배철수씨를 선정할 때 사실 나이도 몰랐어요. 국민과 대통령을 매개하는 역할이기에 국민과도 친하고, 대통령과도 친화성 있는 사람을 찾았어요.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최적격이 배철수씨라고 판단한 거죠. <MBC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젊은 사람들과도 잘 소통했잖아요. 연배 또한 대통령과 비슷해 보여 말이 잘 통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배 선생님이 먼저 동갑이라고 밝히시더라고요."

- 배철수씨에게 처음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어요?
"쑥스러워하시죠. 어울리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배 선생님과 친분이 있는 PD 선배가 적극 나서 주셨죠. 도와달라고 떼를 썼어요(웃음).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맡아주셨죠."

- 아무래도 진행할 때 조금만 잘못해도 악플 등이 올라오니 부담이 컸을 거 같아요.
"아마 부담이 컸을 거예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이 너무 양극단으로 갈린 거죠. 언론도 그렇잖아요. 저는 언론이 국민을 양 진영의 극단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MBC를 포함해 모든 언론이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봅니다. 언론 매체가 많이 증가했지만, 매체가 늘어난 만큼 여론의 다양성이 생긴 게 아니라 오히려 극단으로 갈리는 거 같아요. 언론은 그걸로 장사하잖아요. 아마 그것 때문에 배철수 선생님도 고민하셨을 거 같아요."

- 끝나고 만나셨나요?
"네. 고생하셨다고 했더니 '고생은 아닌데 안티가 좀 늘었어'라고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웃음). 배철수 선생님이 무슨 죕니까? 저희가 부탁해서 한 건데 그걸 두고 대통령과 하는 프로 사회 봤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뭐냐고요? 제가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정도 넘겨서 방송이 이어졌어요.
"사장보다 힘센 게 편성이거든요, 편성이 민감해요. 한 번 방송시간이 밀리면 다른 방송 프로그램까지 밀리죠. 그런데 너무 질문이 쏟아지니까 도저히 끊을 수 없더라고요. 저희가 여러 차례 시간이 오버됐다고 했는데도 끊이지 않고 질문이 나오는 걸 보고 20분을 더하자는 결정이 나왔어요. 물론 책임자들이 결정했죠. 마음 같아서는 200분 토론하고 싶은데 그게 약간 아쉽더라고요. 그날 대통령께서도 약속하셨으니 자주 기회를 가지면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만약 또 이 같은 프로그램 제작하라고 하면 하실 건가요?
"힘들긴 한데 기회가 되면 당연히 하죠. 제작 기간이 너무 짧았어요. 시간은 얼마 없었는데 대통령 행사다 보니 짧은 기간에 하면서 패널의 신원조회까지 해야 했어요. 단기간 압축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에 굉장히 노동 강도가 셌고, 고통스럽긴 했는데 저로서는 최종 300명의 2배수까지 올라간 600명의 취재원을 만나는 기분이었어요. 예전에 주니어(기자)였을 때 인터뷰할 때 기분도 들고, 이산가족행사 사연 취재하는 기분도 들고. 대통령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취지 측면에서는 만족하시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타운홀 미팅 같은 걸 많이 하면 좋겠어요. 너무 격식 차리지 않고 국민과 대통령이 더 편하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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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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