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MBC

 
올해 초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해, 한 해 유난히 정치인, 재벌가 자녀들 그리고 연예인의 마약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이라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약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27일 MBC <PD수첩>은 마약의 유통 실태를 고발했다. '코리안 마약왕 H'란 제목의 해당 방송은 2018년 12월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한 씨의 체포과정을 재구성하고 마약을 어떻게 한국으로 들여왔는지 등을 조명했다. 취재 뒷이야기 궁금해 지난 11월 2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조철영 PD를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 사람 착취한 한국 사람

- '코리안 마약왕 H'를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마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마약이란 게 이슈가 됐잖아요, 기회가 닿아 유통이나 판매 쪽을 다루었는데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A부터 Z까지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는 토픽이 아니란 생각이 더 들어서 아직 끝난 게 아니란 생각이 강합니다."

- 반응이 좀 있었나요?
"연초 버닝썬부터 마약이란 말을 많이 들어서 피로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시선을 잡고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사람들이 내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할 지점을 찾아봤어요. 시청자분들이 보시고 충격을 받으시고 경각심도 있지 않았을까 하죠."

- 마약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마약은 연초부터 관심 가지고 있었어요. 공부를  해보니 (마약이) 몸에 나쁘더라고요. 계속 마약은 자극적인 얘기로 풀렸잖아요.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얘기 말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타이밍을 생각하다가 거의 8개월 후 한 거죠."

- 마약 공부하셨다고 하셨는데 공부해 보니 어떤 건가요?
"마약은 영화 같은 데에서 흥밋거리로 다룰 건 아니란 거예요. 진지하게 대화의 장을 터놓고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로 재편되기 위해서 어떤 재활이나 교육이 필요한지 예산이나 지원이 얼마나 있는지를 논할 때 같았어요."

- 마약 투약하면 재활이 필요한 정도인가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필로폰인데 중독성이 심해서 한번 투약으로도 중독될 수 있고요. 중독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요. 사고나 정상적 판단이 힘들죠. 심지어는 몸 안 장기들까지 파괴가 많이 돼요. 아편이나 모르핀 같은 것이 아니라 화학 물질들의 조합이거든요. 그런 게 축적되어 장기를 파괴한다고 생각하면 중독은 차치하고라도 몸을 너무 망치니까 국가의 재산인 국민의 신체를 훼손하는 거잖아요. 그럼 사회의 리스크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조철영 MBC PD

조철영 MBC PDⓒ 이영광

 
- 처음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어요?
"이번 방송과 별개로 마약 퇴치 운동본부 분들을 만나고 거기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쪽에서 약 끊는 걸 단약이라고 해요. 단약 모임도 가봤어요. 거기서 나오는 말씀을 많이 들었거든요, 단약하는 사람들의 부모님과 가족들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굉장한 고통이더라고요. 어디 가서 자기 딸이 마약 중독으로 제대로 생활 못 한다는 걸 드러내놓지 못하니 가정에서만 계속 관리하는 상황인 거예요. 왜 가족들이 짐을 다 짊어져야 하는지. 밖에선 그분들이 서로 힘듦을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는 걸 배웠죠. 그게 첫 번째 취재였어요.

사회 인식이 '약쟁이', '뽕쟁이'라는 등 부정적이라서 방송 한 번으로 뒤집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단약이나 재활을 이야기하긴 이르다고 판단했죠. 그러다가 형사정책 연구원 그리고 국정원 국제정보센터 분들을 만나면서 마약을 유통하는 사람들이 개별 투약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게 된 겁니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보내는 데 한국인인 거예요. 자국민이 자국민을 착취하는 구조를 알게 됐고, 거기에 집중하게 된 거죠."

- 그런 조직망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신 게 있나요?
"규모가 어떻고 몇 명이 있는지까지는 취재가 안 됐고요. 일단 마약왕 H의 일당이라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돈 받고 한국에 보내서 그걸 한국에서 유통하는 사람까지 70명 정도 잡았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조직이 H만 있을 거 같지는 않거든요. 제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따로 만난 마약상이 있는데 좀 더 거물급이에요. 

어떻게 된 거냐면 거물급들이 원래 안정적으로 한국 시장에 공급했는데 H란 사람이 한순간 나타나서 SNS와 특별한 밀반입 법을 이용해 한국에 유통하기 시작한 거죠. 기존에 한국으로 물건 배달하던 사람들은 있었고 지금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는데 한 달에 필로폰이 15kg 정도는 들어오는 시장이라고 하더라고요, 한번 투약할 때 0.03g이에요. 1g은 33번을 맞을 수 있죠. 1kg이면 3만 3천 번이고 15kg이면 더 커지죠."

- 마약왕 한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인간성으로 보자면 도인같이 소탈했고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느낌이 있어요. 인터뷰 성사시키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인터뷰는 결국 본인이 하고 싶어  한 거 같아요. 그리고 인간성을 떠나 범행이나 해왔던 행적을 보자면 굉장히 뻔뻔하고 악질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게 한번 한국으로 배달시킨 게 20만 명분이에요. 그걸 3년 동안 했고 본인 입으로 얘기한 건 자기가 잡혀서 증거로 인정된 것보다 8~9배 정도 더 했대요. 그렇게 따지면 180만에서 200만 명 가까운 사람에게 유통한 사람인데 200만 명 중 한 사람만 맞는다 해도 폐해는 엄청나잖아요, 그걸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러니 악질적이고 뻔뻔하죠."

- 한 씨와 인터뷰 과정이 힘드셨다고 하셨는데 과정이 어땠어요?
"처음엔 그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구치소에 있었고 거기에서는 저희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한 씨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제가 한 씨를 만날 수는 없었어요. 제가 면담해서 하겠냐고 묻는 행위도 취재행위라고 하더라고요, 서신이라도 보내겠다고 했지만 서신 역시 준 취재에 포함되어서 커트 당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MBC 조직과 교도소나 법무부에 오해가 너무 많아 그게 힘들었습니다. 법무부 대변인님이 예전에 마약 사건 많이 하신 검사님 출신이시더라고요. 제가 통화하며 취지를 설명했는데 공감해주셨어요. 그러나 대변인실에서 하달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고 교도소와 저의 합의만 있으면 되는데 그 과정과 교도소도 이해를 빠르게 해주셨어요."

- 마약 던지기 수법이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온 것 같아요.
"마약 던지기는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던지는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지번 표지판이나 전력 계량기 사이나 틈만 있으면 집어넣는 거예요. 1g 정도라서 얇기도 얇아요, 그걸 여기저기 쑤셔 넣고 찾아가라는 건데 저희가 촬영한 빌라는 아닌데 한 빌라에서 던지기를 6번 동시에 한 흔적이 나와서 경찰이 너무 충격을 받은 거예요. 6세대가 사는 빌라에서 6번이면 심각한 거죠. 우리 집 앞일 수도 있잖아요.  방송을 통해 던지기 수법이라도 못하게 경고하고 싶었어요."

- 서울만 이러는지 지방도 마찬가지인가요?
"서울은 빌라도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숨길 때도 많잖아요. 그래서 서울을 많이 보여드린 건데 사실 방송에도 나오지만, 경찰이 이 사건릏 파면서 전국 24개 도시를 다 가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씨가 캄보디아에서 물건을 보내잖아요. 물건 취합하는 곳이 있어요, 물건이 하나로 모아야잖아요. 그걸 분배하는 기지가 구미에 있었어요. 구미에서 서울로 물건이 올라오고 서울에서 나누는 거죠."

- 여행을 미끼로 마약 밀반입하는 데 주부나 어린 학생을 이용한 것 같아요.
"'여행을 미끼로 마약 밀반입하는 데 사람들 이용한다'라는 텍스트만 보면 익숙한 얘기예요. 어제오늘 일은 아니거든요. 근데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건 경각심이 없거나 나쁜 행위라는 걸 인지 못하는 거예요.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인데 이번에 한 씨가 좀 더 악랄하게 개조해서 한 거거든요. 주부나 어린 학생들은 일단 의심을 받지 않습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많은 분이 초범도 아닌 전과가 아예 없고, 그냥 일반인입니다. 일반인은 오가고 패키지처럼 아줌마들이 출발하고 어린 학생들은 배낭 메고 출발하면 검색대에서 잘 안 걸리나 봐요. 그걸 악용한 거죠.

그리고 지적 장애인을 이용한 게 악랄해요. 장애인 두 명을 이용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방송에 쓰지는 않았지만 '나는 잘 몰랐다. 인원을 조달하는 한국의 조달책이 미스한 거다'라고 했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용한 건 한 씨거든요. 한 사람을 한 번도 아니고 네 번 이용했어요. 그 사람의 이용 가치를 본 거죠."

마약 청정국이라는 허상

 
 조철영 MBC PD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철영 MBC PD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영광

 
- 캄보디아 현지에 가서 취재하셨는데 어떠셨어요?
"저희가 이번에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들이 검거한 사건을 저희가 재구성한 거였거든요. 캄보디아는 검거된 사람들에 대한 증언을 수집하러 간 거였는데 거기에 나아가서 현지에서 마약 거래가 가능한지도 봤어요. 그리고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마약 공급하는 거물을 만날 수 있었고요. 

캄보디아도 마약 생산지 바로 인접국은 아니거든요. 좀 떨어져 있어요. 그런데도 밤에 나가 택시기사들을 만나면 그들이 은밀하게 '한국 사람들은 그것만 찾더라. 얼만데 할래?'라고 제안해요. '난 좀 무섭다'라고 했죠. 그랬더니 '걱정하지 마라. 내가 호텔 방까지 바로 데려다주겠다. 너는 즐기기만 하면 된다'라고 해요. 너무 태연한 대화였거든요. 만연한 거죠. 근데 제가 거기서 구하면 걸리거든요. 거기까지 가진 않았습니다(웃음)."

-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아닌 거 같아요.
"마약 청정국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개념이에요. 인구 10만 명당 강력범죄 비율을 유엔에서 분류하는 틀에다 마약을 얹은 거예요. 인접국이나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가 아직 마약에 대해 건강한 편이긴 해요. 일본은 우리나라의 10배 정도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거든요. 거기는 한 달에 150kg이 들어가는 거예요. 중독자도 많고요. 필로폰이 일본산이잖아요. 거기 비하면 우리나라는 안전하지만 그걸 노리고 우리나라를 화물 세탁하는 기지로 써요. 경계해야 할 일이죠."

- 이번 취재에서 주안점 둔 부분은 뭔가요?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했던 마약 사건이 조직을 파보니 캄보디아의 고급저택에 사는 마약왕부터 우리 골목 그리고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 그 옆집에 사는 취업 안 되는 청년까지도 연결된 큰 범죄라는 거예요. 일부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주안점을 뒀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정말 나쁜 사람이 열심히 산다는 거예요. 선량하거나 관심을 안 두거나 느슨해지면 어느 순간 악은 굉장히 민첩하고 영민하게 들어와요. 그래서 주부들을 만났고 지적 장애인을 만난 거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호시탐탐 노리고 방법을 개발하고 있어요. 그에 비해 우리는 경계가 부족하죠. 친한 언니나 그의 남편 또 태권도장 관장이 공짜여행 갈 거냐고 하니까 이게 악인지 모르잖아요. 악이 얼마나 친근한 지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몇 단계만 가면 한 씨가 있는 거예요. 어떤 마약도 비슷할 거예요. 악인들의 민첩함과 체계에 소름 끼쳤던 취재였습니다."

- 후속취재도 계획하세요?
"마약 유통이나 판매 쪽 후속취재 생각은 없고요. 만약 이 소재를 더 한다면 아까 말씀드렸던  단약이나 재활이에요. 그 사람들도 마약은 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이잖아요. 그들을 품어가려고 사회가 노력했는지 취재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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