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당신은 어떤 집에 사는가? 열심히 일해서 내 집 장만이 꿈이었던 시대. 대한민국에서 집은 장만해야만 하는 일생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집값은 내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집 이야기>는 집과 가족, 부녀와 직업의 관계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포착한다. 매번 닫힌 문만 열던 아버지가 마음의 문을 열고 딸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았다. 익숙한 소재와 관계지만 과장되지 않는 감정으로 담백하게 연출했다. 집에 대한 사유,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거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환기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조금 더 자세히 보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인천에서 자란 신문기자 은서(이유영)는 최근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와 집 보러 다니기 바쁘다.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녔지만 썩 마음에 드는 집이 없다. 그래서 당분간 가족들이 다 떠나고 아버지(강신일) 혼자 덩그러니 있는 고향집에서 살기로 했다. 낮에도 해가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집, 있으나 마나 열리지 않는 창문조차 없는 아버지의 골방이 있는 곳. 집은 아빠와 닮았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버리는 아버지는 불도 켜지 않고 그 방에서 전화를 기다린다.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아버지는 열쇠공이다. 열쇠 만드는 일, 24시간 출장 수리로 언제 어디서나 문 여는 일을 하러 다닌다. 어쩔 때는 잠긴 문을 열어주는 구원자 같지만 정작 그 안은 들어갈 수 없는 타자다. 늘 이 집보다는 나은 집에서 자식들은 살길 바란다.

아버지는 열쇠 없이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구멍 안을 보기 때문이라 말한다. 하지만 열쇠가 들어갈 구멍은 잘 보지만 가족들의 마음은 보지 못한다. 아내, 딸들은 모두 떠나가고 아빠만 낡아빠진 집에 남아 있다. 편리한 디지털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열쇠를 만드는 사람, 이제는 찾아오는 이도 없는 쓸쓸한 사람이 아버지다.

구두쇠에 고집도 센 사람이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가족들은 모두 떠나갔다. 역시나 은서가 온 첫 날부터 티격태격이다. 어릴 땐 조수석을 독차지할 정도로 돈독했지만 엄마의 재혼, 언니의 출가로 아빠는 마음의 문을 꼭꼭 걸어 버렸다. 열쇠수리공임에도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부녀는 오랫동안 떨어져 산 세월 동안 달라져 있었다. 딸내미 오는 날에 손수 밥과 찌개를 만든 아버지는 자장면 시켜 먹자는 딸의 말에 담았던 밥을 도로 넣는다. 자장면을 비벼주려 했더니 혼자만의 방식으로 벌써 비벼 먹는다. 탕수육은 부먹이 아니고 찍먹이며 집 구하면 금방 나간다며 짐도 풀지 않는다. 머물 집이 아니라 떠날 채비부터 미리 하는 딸이다. 벌써 저렇게 컸나 싶은 아빠는 서운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역시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달라 보여도 숨길 수 없는 가족이다. 소소한 의미는 영화 내내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버지는 도어락에 밀린 열쇠 장인이다. 딸은 이제 잘 읽지 않는 종이신문의 편집 기자이다. 둘 다 사라져가는 직업이지만 흉내만 낸다고 되는 게 아닌 기술직이다. 아버지는 열쇠로 구멍을 메우고 딸은 글자로 빈 종이를 메운다.

은서의 상사는 건축가가 집을 지을 때 사람의 동선을 고려해서 짓는 것처럼 기사도 독자의 시선의 흐름을 타게 써야 한다고 꼬집는다. 정해진 틀에 채워 넣는다고 해서 기사가 되지 않는 것처럼, 공허한 마음에 아무거나 채워 넣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은서는 마음을 채우러 아빠와의 떠나기로 한다.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 관광은 출발지로 돌아온다는 전재 하에 떠나지만 여행은 떠남과 이동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영화 <집 이야기> 스틸컷ⓒ CGV 아트하우스

 
둘은 집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르다. 딸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발품을 팔지만 아빠는 계속 그 집에서 살아왔다. 아파트를 동경하며 자식들은 번듯한 집에 살길 바란다. 그래서일까. 집에 창문을 내면 평생 살 것 같아 창문도 없이 답답한 방에서 지낸다. 이런 아빠의 완고함을 아는 딸은 아빠의 마지막 집에 작은 창문을 몰래 내어준다. 그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 동요하는 지점이자 인상적인 엔딩이다. 까만 방에 난 구멍으로 들어오는 작은 빛은 아빠가 평생 있을 안식처를 밝혀준다. 집은 거기 그대로 있다. 어딘가를 떠나는 건 오로지 사람이다. 오늘도 집을 떠나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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