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용 감독

정정용 감독 ⓒ 대한축구협회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거두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쓴 정정용 감독이 프로무대에서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8일 K리그2 서울 이랜드 FC는 정정용 감독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덕장'으로 평가받는 정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 지도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신암초-청구중·고-경일대를 거치며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프로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철저한 무명이었다.

정 감독이 선수로 활약했던 팀이 당시 실업팀이던 이랜드 푸마로, 현재 서울 이랜드의 전신격이다. 정 감독은 1992년 푸마의 창단멤버였고 공교롭게도 그가 부상으로 은퇴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1998년을 끝으로 해체됐다. 구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셈이다.

정 감독은 29세의 젊은 나이에 현역 생활을 접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찍 지도자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로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정 감독은 지난 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로, 남자 대표팀 역사상 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을 올리며 세계적으로도 그 이름을 알렸다. 축구협회가 오랫동안 공들여 추진해온 전임지도자 시스템의 성과를 증명한 인물이 바로 정 감독이다.

예고된 수순이었던 정정용 감독의 프로행 수순

그의 프로행 자체는 어찌 보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 감독은 U20 월드컵 이후 여러 프로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에서 10여년 넘게 유소년 지도자로 활약했고 U-20 월드컵에서 정점까지 찍어본 정정용 감독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서울 이랜드는 비록 실업팀 시절과의 연결고리는 희미해졌다고 해도, 여러모로 정 감독의 축구인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엮여있는 구단이라는 점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 감독은 지난 8월 축구협회와 2021년까지 U-20 대표팀을 전담하는 재계약을 체결했다. 본인도 프로행보다 유소년 선수 육성과 연령대별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온 바 있다. 정 감독은 불과 지난달까지 현 고등학교 선수들로 꾸린 U-18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재계약을 맺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입장을 바꿔 프로팀으로 옮기게 된 모양새는 다소 어색하게 됐다. 차기 U20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과 또 한 번의 신화를 기대했던 대표팀의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축구협회로서는 정 감독만큼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대체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 감독이 유소년 팀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프로무대는 또 다른 영역이다. 그는 2014년 당시 2부리그로 갓 강등당했던 대구 FC의 암흑시절 수석코치로 한 시즌을 치른 게 프로에서의 유일한 지도자 경력이다. 당시 대구는 부진한 성적으로 1부 승격에 실패했고 최덕주 감독이 경질되면서 코치였던 정 감독도 자연스럽게 팀을 떠나야했다. 성인팀 감독으로서 온전히 한 팀을 책임지는 것은 서울 이랜드가 그야말로 첫 도전이다.

기대 반, 걱정 반

그의 도전을 응원하는 축구팬들도 지도자로 주가가 한창 오른 시점에 하필 K리그2에서도 2년 연속 최하위팀인 서울 이랜드행을 선택한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이랜드는 2015년 창단 이후 첫 시즌만 4위로 승강전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이후로는 6-8-10-10위로 해마다 점점 성적이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직 창단 5년밖에 안 된 구단이 거쳐간 감독만 마틴 레니-박건하-김병수-인창수-김현수- 우성용 대행에 이르기까지 6명이나 된다. 걸핏하면 사령탑이 교체돼 팀은 고유의 색깔을 연속성 있게 구축하지 못했고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악명만 생겼다.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와 운영의지 부족도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에서 '초보 감독과 최하위팀의 만남'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굉장히 위험한 조합으로 꼽힌다.

아무래도 서울 이랜드가 정정용 감독의 영입으로 기대하는 것은 유소년 전임지도자 출신으로 보여준 선수 발굴과 육성 능력이다. 좋게 보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지만, 국내 최고의 유망주들을 소집하여 조련할 수 있는 대표팀과 한정된 자원 속에서 답을 찾아가야할 서울 이랜드의 육성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또한 그간의 전례를 볼 때 서울 이랜드는 성적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감독을 오래 기다려주는 구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일 서울 이랜드가 이번에도 적절한 투자와 지원 없이 정 감독의 U-20 월드컵 시절 명성에만 기대어 성과를 요구하려든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 감독도 무명 선수 출신 지도자로서 어린 선수들과 달리 자아와 개성이 훨씬 강한 성인 선수들을 얼마나 유연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게 됐다. 22년 만에 감독으로 친정에 금의환향한 정정용 감독의 프로무대 도전은 과연 해피엔딩이 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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