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리시맨> 포스터

영화 <아이리시맨> 포스터 ⓒ 넷플릭스 코리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은 그의 영원한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그와 함께 동시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알 파치노가 한 화면에 나란히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런 영화다.

로버트 드 니로 외에도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카지노>를 통해 스코세이지 감독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배우 조 페시가 오랜만에 등장해 인상깊은 열연을 선사한다.

미국의 대표적 미제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사건'을 극 중 지미 호파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프랭크 시런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영화는 총으로 흥하고 총으로 망한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미국 현대사를 해부하는 스코세이지의 장점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역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소속으로 이탈리아 전투에 투입된 전력이 있던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분)는 우연찮게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분)을 알게 되고, 아일랜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임을 얻게 된다. 이후 러셀의 전속 해결사로서 맹활약을 하게된 프랭크는 러셀의 주선으로 대규모 트럭운송노조를 이끄는 지미 호파(알 파치노 분) 밑에서 일을 하게 되고 주종, 상하 관계를 뛰어넘어 돈독한 우정을 쌓게 된다. 
 
 영화 <아이리시맨>

영화 <아이리시맨> ⓒ 넷플릭스 코리아


지미 호파와 굳건한 우정을 약속한 프랭크.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어둠의 세계에 영원한 관계는 없다. 지미의 부하이자 친구이기 이전에 결코 러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는 프랭크는 그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위험한 임무를 통보받는다. 프랭크는 잠시 고민에 빠지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본업에 충실 하기로 결심한다. 

러셀과 지미가 프랭크에게 지시하는 일은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였다. 허나 프랭크를 거물 암살자로 성장시킨 러셀과 지미도, 그들이 시키는대로 킬러가 되었던 프랭크도 누구 하나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어느정도 대가를 치르기는 하지만, 사람을 밥 먹듯이 죽였던 그들의 전적에 비하면 대단히 약소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연합군으로 복무할 당시에도 유능한 살인 기계로 인정받았던 프랭크는 러셀이 시키는 일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과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프랭크에게는 러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그의 '잡'이기 때문이다. 제대 이후 트럭 운전사로 일했던 프랭크가 이탈리아 출신 마피아 보스의 히트맨(청부 살인자, 킬러)가 된 배경에는 순전히 가족이 있었다. 이민자 출신 프랭크에게는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돈이 필요했고, 그의 상사인 러셀과 지미는 자신들이 시키는 일을 깔끔히 해결하는 대가로 프랭크에게 넉넉한 수입과 그럴싸한 지위를 안겨주었다. 
 
 영화 <아이리시맨>

영화 <아이리시맨> ⓒ 넷플릭스 코리아

 
영화에는 거물 암살자 프랭크와 그를 움직이게 하는 더 큰 거물 러셀, 지미 외에도 프랭크의 딸 페기가 매우 비중있게 등장한다. 딸만 넷인 프랭크는 그중에서도 페기를 향한 마음이 남달랐는데, 프랭크와 가족처럼 왕래하며 지낸 러셀과 지미도 페기를 유독 아끼는 모습을 보여 준다. 프랭크, 러셀에게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했던 페기는 지미에게 만큼은 살갑게 다가서곤 했는데, 아마도 노동운동가인 지미는 범죄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프랭크와 러셀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는 페기의 믿음과 확신 때문인 것 같다. 

프랭크는 부인과 딸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길 바랐지만, 이미 페기를 포함한 프랭크의 딸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이 들어 더 이상 총을 쏠 힘도 없을 때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아버지 프랭크는 이렇게 말한다. "다 너희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무일푼으로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온 프랭크는 자식들 만큼은 자기처럼 고생 안하고 순탄하기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총을 들었고 그덕분에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일굴 수 있었다. 반면 자식들은 그러한 아버지가 매우 두려웠고 행여나 아버지 때문에 자신들도 잘못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려야했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큰 감정은 그에 대한 증오와 혐오였다. 프랭크를 가장 믿고 의지하던 친구를 잃은 날, 프랭크가 가장 사랑하던 딸 페기도 그의 곁을 떠났다. 
 
 영화 <아이리시맨>

영화 <아이리시맨> ⓒ 넷플릭스 코리아


친구, 가족, 사랑, 우정, 믿음 모든 것을 다 잃고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프랭크는 틈만 나면 페기를 찾아 나서고, 딸은 그러한 아버지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언제부터인가 프랭크는 요양원의 신부와 함께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휠체어와 보호자 없이는 아무데도 이동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신에게 귀의한 프랭크는 자신의 주에게 무엇을 기도하고 어떤 죄를 사해달라고 빌었을까. 그간 위에서 시키는대로 사람들을 마구 죽였다는 일종의 죄책감? 자신을 믿었던 친구에 대한 배신? 페기를 포함한 가족들이 자신을 용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지미 호파 사건을 다루었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가 압권인, 3시간 30분의 기다림을 전혀 헛되게 하지 않는 시대의 역작 <아이리시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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