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력이 최대 강점인 FA 정우람

내구력이 최대 강점인 FA 정우람 ⓒ 한화 이글스

 
한화가 꾸준한 활약을 펼친 마무리 투수 정우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투수 정우람과 4년 총액 39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협상기간 내내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4년 보장 계약을 원했던 정우람은 본인이 원했던 '무옵션 계약'을 따내면서 오는 2023년, 한국 나이로 39세 시즌까지 한화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물론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로 이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우람은 지난 2016 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에서 한화로 이적해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면서 4년 동안 23승 15패 103세이브 12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계약 마지막 해 평균 자책점이 프로 데뷔 후 가장 낮은 1.54였을 정도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변함 없이 뛰어난 구위를 유지했다.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검증된 투수 자원이었던 정우람은 이로써 FA시장의 3번째 계약 선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깨달은 '노예' 정우람의 정체성

부산 출신의 정우람은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부터 마운드에서 타자와 싸울 줄 아는 좌완 투수로 프로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정우람은 고교 시절 모교가 전국대회에서 썩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2차 2라운드(전체11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으로 SK에 지명될 수 있었다. 물론 절대 다수의 신인 선수들이 그렇듯 정우람 역시 입단 첫 해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정우람은 입단 2년째이던 2005년 1군에서 59경기에 등판해 3승1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하며 프로 입단 2년 만에 유망주 껍질을 탈출했다. 2006년에는 82경기에 등판해 생애 처음으로 20홀드를 기록하며 SK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07년, 정우람은 자신의 야구인생에 '정체성'을 찾아준 운명의 스승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

2008년 85경기에 등판해 9승 2패 5세이브 25홀드 2.09로 홀드왕을 차지하며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우람은 2010년에는 전문 불펜 투수로 100이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누구나 혹사논란을 언급했을 정도로 정우람의 무리한 등판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정우람은 2011년에도 94.1이닝을 던지며 4승 7세이브 25홀드 1.81로 건재를 과시했다.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필승 셋업맨을 가장한 '노예'로 활약하던 정우람은 2012년 드디어 비룡 군단의 마무리 보직을 차지하며 30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됐고 정우람은 2013년부터 2년 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정우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SK의 왕조는 추억 속 이야기가 됐고 정우람은 복귀 후 2015시즌 7승 5패 16세이브 11홀드 3.21를 기록한 후 첫 FA자격을 얻었다.

정우람이 택한 곳은 SK 시절의 스승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한화였다. 한화에서 다시 '김성근의 노예'로 돌아간 정우람은 2016년 시즌 81이닝을 던지면서 8승 5패 16세이브 1홀드 3.33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워낙 접전 승부가 많았던 한화 경기의 특성상 세이브 상황이 아닌 다른 승부처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우람은 이 때문에 4년 84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 투수 치고는 성적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35세 시즌에 커리어 최고 ERA, 1이닝 마무리로는 여전히 특급

정우람은 프로에 입단해 최고의 불펜 투수로 성장했고 FA 대박까지 만든 성공한 야구 선수다. 하지만 정우람이 영리하게 프로 생활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정우람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중간계투로 활약했고 마무리 전향 후에도 2년 연속 70이닝 이상 투구했다. 오히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치느라 본의 아니게 두 시즌을 쉬었던 게 정우람에게는 좋은 휴식이 된 셈이다.

정우람은 공교롭게도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2017 시즌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전문 마무리로 나설 수 있었고 그 해 통산 100세이브를 포함해 26세이브를 올리며 특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작년 시즌에는 5승 3패 35세이브 3.40의 성적으로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화를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더불어 정우람은 조웅천(롯데 자이언츠 불펜코치), 정재훈(두산 불펜코치)에 이어 홀드왕과 세이브왕을 모두 차지한 역대 3번째 투수가 됐다.

정우람은 올 시즌 새내기 마무리 투수로 돌풍을 일으켰던 하재훈(SK, 36개), 고우석(LG트윈스, 35개)에 밀려 세이브 부문 4위(26개)에 그쳤다. 소속팀 한화도 작년 시즌 정규리그 3위에서 9위로 떨어지며 1년 만에 추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한화의 부진과 별개로 정우람은 1.54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전반기(4승2패11세이브1.98)보다 후반기(1패15세이브0.82) 성적이 더 좋았을 정도로 체력적인 부담이 성적하락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사실 한화는 정우람에게 뒷문을 맡겼던 지난 4년 동안 정우람의 다음 시대를 책임질 마무리 후보들을 발굴해야 했다. 하지만 한화는 1세이브를 기록한 김범수를 제외하면 올 시즌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정우람에 대한 의존이 매우 컸다. 결국 한화 구단과 정민철 단장은 오는 2023년까지 정우람에게 독수리 군단의 마무리 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흔히 마무리 투수들은 나이가 들어 구위가 떨어지면 셋업맨이나 중간계투로 변신해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셋업맨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우람은 20대의 끝자락에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30대 중반까지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예전처럼 80경기씩 등판하거나 100이닝 가까이 던지진 못하지만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맡기기에 정우람은 여전히 누구보다 믿음직한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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