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FA 제도 개선을 둘러싼 선수협회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 24일 KBO 실행위원회가 제안한 FA 제도 개선안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행 FA제도의 문제점은 과도한 보상규정이었다.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가 타 팀으로 이적할 경우, 원 소속팀은 그해 연봉의 300% 혹은 연봉 200%에 보호선수 20인 이외의 선수 1명을 보상받을수 있게 했다.

대부분 보상 선수로는 유망주가 지명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보호선수 20인으로는 주전 선수들만 포함해도 명단이 꽉 차고, 아까운 유망주를 어쩔 수 없이 내주게 된다. FA 영입에 돈은 돈대로 엄청난게 쓰고 또 다른 선수까지 내줘야 한다는 것은 자유계약의 취지와도 맞지않는다. 사실상 어지간한 특급 선수가 아닌 이상, 준척급이나 베테랑에게는 오히려 FA의 장벽만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FA등급제였다. KBO는 FA 자격 선수에 대해 최근 3년의 연봉과 팀내 연봉 순위를 기준으로 FA등급을 차등 적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상위인 A등급은 기존과 동일하고, B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150%, 가장 낮은 C등급은 아예 보호선수를 포함하지 않는 방안이다

선수협 측은 FA등급제 도입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KBO의 제시안에는 보상 선수 규정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선수협은 B등급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하고 보호선수 명단도 늘려야한다는 입장이다.

FA 자격 재취득 기간도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현재는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무조건 4년을 더 채워야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1년이든 10년이든 자유롭게 기존 FA 계약이 마감되면 자동으로 다시 FA가 된다. KBO는 FA 선수들의 범람이 과도한 몸값 상승과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것이라고 주장한다.결국 일부 특급 FA들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라는 주장이다. 비용 상승에 민감한 구단의 입장을 반영한 대목이다.

양측의 입장차이를 보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비슷해보이지만, 정작 실제로는 변화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어차피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고 해도 고액연봉자가 대부분인 선수협 수뇌부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구단 입장에서는 피차 아쉬울 게 없어보인다.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듯 하면서도 내심 느긋한 이유다.

실제로 이번 FA제도 논란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치열한 협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외부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팬들은 구단보다도 오히려 선수협에 대한 반감이 더 큰 실정이다. 1990년대 후반 선수협이 출범할 당시 팬들이 구단의 노골적인 탄압에 맞서 선수협을 지지해줬던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국의 시장 규모나 실제의 선수 기량, 상업적 가치 등에 비하여 과도한 몸값을 받으면서도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된다.

몇 년째 계속되고있는 팬서비스 논란, 일부 유명 선수들의 사건사고, KBO리그의 경기력 하락, 국제 대회에서의 부진 등 여러 악재가 벌어지는 동안 선수협이 과연 자신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한국야구의 개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앞장선 것이 무엇이냐는 준엄한 질문이다.

물론 선수협의 주장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과도한 보상규정이나 FA 자격 취득 제한은 로컬룰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공정한 자유계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규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것은 항상 단계라는 게 있는 것이고 때로는 타협과 양보를 통하여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FA제도 개선안 역시 이로 인하여 손해를 보거나 혹은 혜택을 입는 선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할지라도 KBO와 구단들이 소극적이나마 여론을 수용하여 FA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모양새와 비교하여, 선수협은 자신들의 이익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양보하더라도 설득력을 지닐만한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선수협이 자신들의 이익과 밀접하게 직결될수 있는 FA제도 보상안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안, 정작 최저 연봉 인상, 샐러리캡, FA 자격요건 1년 완화, 외국인선수 제도 확대 등의 다른 중요한 사안들도 덩달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부분 평범한 야구선수들에게 두루 돌아갈수 있는 '보편적 혜택'이나, 많은 야구팬들이 기대하던 '개혁안'과 관련된 문제였다. 모두 FA 제도를 포함하여 패키지딜로 협상을 추진하다보니 하나가 막히면 전체가 제동이 걸린다.

지금 팬들이 요구하는 것은 선수협의 '자기 희생'적인 자세다. 약 20년전 그들의 선배들이 선수협을 만들기 위하여 투쟁한 대의는, 말 그대로 직접 목소리를 내기 힘든 '평범한 선수들의 권익'까지 보장해주기 위한 명분이었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던 스타급 선수들이 과감하게 총대를 매고 전선에 나선 것은 당시 팬들이 약자였던 선수협을 응원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일부 선수들은 선수협을 만드는데 앞장섰다는 이유로 선수경력에 큰 타격을 입거나 은퇴 기로에 몰리기도 했다. 당시의 선수협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기억하는 팬들에게 지금 '고액연봉자들의 이익단체'로 전락한 듯한 선수협의 모습은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선수협과 구단 모두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정성있는 협상에 나서야한다. FA제도 개선안을 당장 서로 양보할수 없다면 최소한 지금같은 일괄 타결방식만 고집할게 아니라, 최저연봉같이 중요한 사안별로 개별협상이라도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선수협이나 구단 입장에서 피차 잃을 게 없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하여 서로 책임을 돌리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자존심보다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적 상식과 공공성'을 먼저 생각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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