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 이야기>

영화 <집 이야기> ⓒ CGV아트하우스

 
인천에서 24시간 출장 열쇠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진철. 그는 이혼으로 가족이 떠나버린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런 진철에게 혼자 서울살이를 하는 딸 은서가 찾아와 함께 지내게 된다. 아버지와 사이는 좋지 않지만, 서울의 살던 집 계약이 끝나 본의 아니게 고향에 잠시 머물게 된 것. 오래된 집에서 두 사람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 <집 이야기>를 연출한 박제범 감독은 "보통은, 정착하고 사는 게 집이라고 보는데 저희 영화에서 집이란 건 '잘 떠나는 공간'"이라며 "그 공간을 채우고 비웠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메시지를 얘기했다. 덧붙여 박 감독은 진철의 직업이 열쇠공인 이유에 대해 "남의 집 문을 평생 열어주는 사람이 정작 자기 가정의 문을 열지는 못하는 것의 아이러니"라고 설명하며 영화의 전반적인 상징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집 이야기>. 이 영화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이유영, 돌아가신 아빠 생각나 출연 결정
 
 영화 <집 이야기>

영화 <집 이야기> ⓒ CGV아트하우스

 
"시나리오를 읽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극중 아빠인 진철(강신일 분)이 우리 아빠와 똑같았다. 병으로 돌아가신 아빠에게 생전 잘 하지 못한 죄책감이 있었는데, 아빠에 대한 그런 죄책감을 이 영화를 찍으며 치유하고 싶었다." (이유영) 

기자간담회에서 딸 은서 역을 맡은 이유영은 이 작품에 임하며 특별했던 마음을 드러냈다. "나의 실제 이야기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고 거듭 말한 이유영은 무언가를 연기한다는 마음보다는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은서를 살아냈다. 
  
이유영은 "강신일 선배님이 전반적으로 다 (실제) 아빠 같았다"며 자신의 아빠와 꼭 닮은 성격과 상황들을 이야기했다. "우리 아빠도 경상도 분이셨고 무뚝뚝했다"며 "영화에서 은서가 아빠의 뒷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아주 똑같은 경험을 한 적 있다. 예전에 아빠가 혼자 외롭게 호숫가에 앉아계신 걸 보고 너무 슬펐는데, 그 슬픔을 느끼기 싫어서 얼른 아빠를 부르고 달려가서 아빠의 말동무가 돼 준 기억이 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마음을 치유했는지 물었다. 이에 이유영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고 조금은 이해한 것 같은데, 아빠 생전에 못 해드렸던 죄책감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버지 진철, 우리 모두의 아버지
 
 영화 <집 이야기>

영화 <집 이야기> ⓒ CGV아트하우스

 
영화를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정말 신기했던 건, 관람한 많은 이들이 "진철이 꼭 우리 아빠 같았다. 우리 아빠와 똑같다"는 말을 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던 이유는 나의 아빠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매 장면마다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서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란 것을 거듭 확인하고선, 강신일 배우가 얼마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전형화 되지 않은 채 잘 연기했는지 실감했다.

강신일에게 집이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예전에는 피곤한 육신을 쉬게 하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집은 그 사람의 채취가 그대로 묻어있는 공간, 나를 가장 잘 아는 공간인 것 같다"고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사람과 집, 그리고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
 
 영화 <집 이야기>

영화 <집 이야기> ⓒ CGV아트하우스

 
"집이 어디가? 거기 그대로 있지." (은서)
"그러네. 떠나는 건 사람인데..." (진철)


쓸쓸함을 자아내는 이런 대사가 가슴 시리게 다가오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음이 더없이 따뜻해져 있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가슴 따뜻한 영화'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잔잔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였다.  
 
특히 인물과 인물이 만나 변화하는 관계의 질감과 마음의 결이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예상치 못하게 아빠와 단둘이 지내게 된 은서는 인천 집에서 지내는 동안 잊고 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고, 은서를 통해 같은 경험을 하게 된 진철 역시 은서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문을 연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공감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겨울, 우리들의 아빠를 빼다박은 진철과 우리들의 마음을 빼다박은 은서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을 따뜻한 집 안으로 들여놓을 것이다.

한 줄 평: 아빠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영화
별점: ★★★☆(3.5/5)

 
<영화 '집 이야기' 정보>

제목: 집 이야기(I Am Home)
감독: 박제범
기획/각본: 윤상숙
출연: 이유영, 강신일
제작: ㈜영화사지음
배급: CGV아트하우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93분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19년 11월 28일
 
집이야기 이유영 강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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