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커넥티드(passion connected)는 다양한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다채로운 인터뷰로 채워집니다.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그분들의 에너지를 독자분들도 전달받았으면 합니다.[편집자말]
흔히 배구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을 '배구인'이라고 부른다. 팬들이 배구를 즐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선수들의 경기력이지만, 트레이너처럼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배구인'들이 없다면 그러한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재활 트레이너이자 현재 김연경스포츠아카데미에서 유소년을 지도하는 박정식 트레이너를 만났다. 그는 현재 김연경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도 겸하고 있다. 그는 배구 영역에서 트레이너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시켜 주었다. 그가 전해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경기장 밖에서의 일은 상당히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박정식 트레이너와 지난 10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모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정식 트레이너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정식 전 여자배구 대표팀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선수와 트레이너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정식 전 여자배구 대표팀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해 '선수와 트레이너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 박정식


- 트레이너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가?
"대학교 때부터 해서 6년이 되었다. 재활센터에 오래 있었고, 배구 트레이너는 재작년에 성인 여자배구 대표팀을 정식으로 맡게 됐다. 재활센터에 있으면 축구, 농구, 배구 (선수들을) 가릴 거 없이 다 보기 때문에 그 종목의 특성에 맞는 운동을 시킬 수밖에 없다. 그전에도 배구 유스대표팀 훈련을 도와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안이 들어와서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는 김연경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한국에 있는 기간에 운동이 필요할 때 도와준다."

- 여자배구 대표팀에 들어간 경험이 남달랐을 것 같다.
"축구 대표팀도 올림픽 대표팀(U-23)까지만 했었다. 성인은 여자배구 대표팀이 처음이었고, 그전에는 성인 대표팀을 단독으로 맡아서 한 적이 없었다. (대표팀에) 들어가기 전에 배구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선배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 축구와 배구가 어떻게 다른가?
"간략하게 축구 같은 경우에는 체력 트레이너(피지컬 트레이너)와 재활 트레이너가 나뉘어 있다. 체력 트레이너는 컨디션을 중점적으로 컨트롤한다. 웨이트 훈련을 할 때 어떤 운동을 얼마만큼, 어떤 강도로 할지 조절하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감독님과 훈련 강도를 상의한다. 재활 트레이너는 보통 테이핑과 마사지, 치료와 관련된 것들을 주관한다. 보통 배구 대표팀 같은 경우에는 두 가지로 나눠지는 게 아니고 재활 트레이너가 모든 것을 다 총괄한다. 웜업도 시키고, 체력 훈련할 때도 참여한다. 축구, 야구가 아닌 이상 거의 다 비슷하다. 축구도 체력 트레이너가 생긴 지 5년 정도밖에 안 됐다."

- 이번 라바리니 감독 체제 여자 대표팀은 체력 트레이너/재활 트레이너가 나누어져 있더라.
"이번에 체력 트레이너(피지컬 트레이너)가 따로 붙었다는 게 획기적인 일이다. 외국에서 체력 트레이너가 따로 들어와서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이 용이해졌다. 보통은 재활 트레이너만 두 명 내지 세 명이 붙는다."

- 보통 어떠한 경로로 트레이너가 되는가?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케이스가 많다. 스포츠 의학이나 물리치료 전공을 안 하면 들어오지 못한다. 선수트레이너 자격증도 전공 과목을 이수해야만 딸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전공과 자격증 모두를 필요로 하는 추세다.

자격증은 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에서 주관하는 카타(KATA) 자격증을 가장 많이 취득한다. 체력 트레이너 부문에는 KCA 체력코치 자격증이 따로 있다. 사실 전공을 해도 트레이너 쪽으로 오는 사람은 한 학년당 한 명 정도 뿐이다. 급여가 좋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경력이 쌓이기 전까지는 힘들어서 많이들 안 하려고 한다. 흥미랑 보람을 위해서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케이스가 많다."

- 재활 트레이너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오전 훈련 1시간 전부터 선수들 테이핑 준비를 한다. 테이핑을 하고 오전 훈련이 끝나면 다시 테이핑을 정리하고 아이싱을 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하기 전에 테이핑을 다시 한다. 오후 훈련 후에 저녁을 먹고 마사지가 시작된다. 한 사람당 4~5명 정도를 봐야 한다고 보면 된다. 주전 선수들은 조금 더 필요한 조치가 들어간다. 개별적으로 필요한 보강 운동이 있으면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하게 된다. 팀 닥터가 항상 상주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트레이너들은 제일 먼저 일어나고 제일 나중에 잔다. 자는 도중에도 어떤 응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연락이 돼야 된다. 보이는 직업이 아니라 뒤에서 모든 걸 다 해야 되는 직업이다. 자기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내심과 헌신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비시즌 때 훈련을 하지 못하고 대표팀에 가면 근육이 빠진 상태로 계속 경기를 뛰게 된다.

선수들이 비시즌 때 훈련을 하지 못하고 대표팀에 가면 근육이 빠진 상태로 계속 경기를 뛰게 된다. ⓒ 대한배구협회

 
- 트레이너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테이핑만 봐도 선수들마다 다 다르다. 그 선수에 맞게 해줘야 하고 선수들마다 원하는 강도가 다 다르다. 테이핑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불편해지고, 본인이 불편하면 경기력이 떨어질 뿐만이 아니라 물집이 잡히고 부상 위험이 생긴다.

선수들은 힘든 훈련을 마친 뒤, 치료실에서 잡담을 하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치료실은 그런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선수와 트레이너 사이에 믿음이 없으면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감독이나 코치들을 치료실에 못 오게 한다. 선수들도 트레이너들이 제일 편할 것이다. 

트레이너들은 선수들의 먹는 것부터 의학적인 면, 그 선수가 운동이 됐는지 안 됐는지, 잠을 잤는지 못 잤는지, 몸무게의 변화가 있는지, 이러한 컨디션 조절 문제부터 선수의 심리적인 부분까지 모든 것을 통틀어서 관리한다. 사람을 만지고,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라 자신에 의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좌우될 수 있는 일이다."

- 부상 위험은 선수로서 제일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배구 선수들이 많이 다치는 부위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점프가 많은 동작이기 때문에 발목과 무릎 그리고 스파이크 때릴 때 사용하는 어깨와 허리를 많이 다친다. 기본적으로 테이핑을 확실히 하고, 보강 훈련을 통해 부상을 방지하는데 앞으로 동작할 때 빠지지 않게 잡아주는 근육들을 운동시킨다. 인대를 강화시킬 수는 없고, 관절의 주변 근육들을 강화시켜서 잡아주는 거다. 반대되는 동작들에 대한 운동, 스트레칭을 많이 시킨다. 테이핑의 경우는 온몸에 다 하는 선수들이 있고 정말 안 좋을 때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 테이핑이 근육의 역할을 대신해줘야 돼서 그 부분이 빡빡할 정도로 안 움직이게 잡아준다. 테이핑이 한 줄이 아니라 칭칭 감겨 있는 거는 관절이 정말 안 좋은 거다. 안 좋은 각도로 가는 걸 잡는 테이핑도 있다."

- 트레이너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을 꼽는다면.
"(선수들이) 안 다치는 것이 트레이너로서는 제일 좋은 일이다. 아무도 안 다치고 한 시즌을 마쳤을 때 제일 뿌듯하다. 하지만 경기를 뛰고 훈련을 하다 보면 안 다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그런 안 좋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선수들이 다시 잘 재활하고 복귀해서 경기를 잘하는 모습을 보는 게 트레이너로서 보람이 크다. 

선수들이 다치고 나면 처음에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근육 강화를 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고, 심리적인 것부터 만들어줘야 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심어주고, 다쳤을 때의 모션을 일부러 단계별로 조금씩 연습해서 트라우마를 없애준다. 견딜 수 있게 일부러 시키는 거다. 그 과정 없이 해당 동작을 안 하려고만 하면 나중에 경기를 뛸 때 동작이 엉성해진다."

- 지속적으로 배구가 발전하려면 유소년 배구가 중요할 것 같다. 유소년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유소년 배구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나라에 배구 인프라 자체가 없다. 학교에서 하는 것 자체가 언더, 토스 시험 정도 보고 끝난다. 학교에서 너무 (배구를) 안 해버리니까 배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다. 외국인 학교들은 스포츠 한 가지 종목을 기본적으로 해야지 학교생활이 가능하다. 학년별로 팀들이 있고, 어느 정도 시험을 통과해야지 다음 학년 배구팀에 들어갈 수가 있다.

밖으로 나와도 배울 수 있는 데가 너무 한정적이다. 축구, 농구는 어디를 가도 쉽게 다 배울 수 있지만, 배구는 구단에서 하는 유소년 교실 혹은 사설 아카데미 아니면 별로 없다.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배구장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유소년 배구 교실을 많이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다.

배구는 어렸을 때부터 할 수 있는 운동인데, 키가 어느 정도 커야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성장기에 가장 좋은 운동 중의 하나가 배구다. 스텝을 밟아서 많이 움직이고 위로 점프하는 동작이 많기 때문에 키 성장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키가 커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늦게 시작을 하니까 기본기가 늦고, 기본기를 할 시간에는 중고등학교 성적을 내야 하니 게임을 뛸 수 있는 공격 위주로 만들어 버린다. 수비가 중요한데 말이다.

또 배구라는 종목 자체가 아직은 어렵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토스, 스파이크까지 안 가더라도 언더 게임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배구다. 언더, 토스, 스파이크까지 동작 하나하나를 다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재미를 못 느낀다.

대회들도 너무 적다. 지더라도 경험하고 재밌게 놀 수 있는 환경의 대회가 필요하다. 언더 게임으로만 대회를 해도 좋을 것이다. 대회가 많이 없어서 동기부여할 수 있는 게 부족하다."

- 많은 팬들이 2군 리그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트레이너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 체력이랑 일반 체력이랑 다르다. 백업에 있는 친구들은 경기 체력이 없다. 원 포인트로 쓰면 체력 방전이다. 경기 체력은 연습 경기로도 채워지지 않다. 연습 경기를 풀로 때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전들만 과부하가 걸린다.

김연경 선수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비시즌 훈련을 해야 하는데 훈련을 하지 못하면 근육이 다 빠진다. 비시즌에 체력을 만들지 못하고 대표팀에 가면 시즌, 비시즌이 없는 상태로 계속 돌아가는 거다. 그래서 팀에서도 대표팀을 잘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2군 리그가 돌아가서 백업이 성장을 하면 대표팀이 로테이션을 돌 수 있다. 기존대로라면 3분의 2 정도 가지고 갈 체력으로 한 시즌을 온전히 돌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2군 리그가 생기면 2군 감독, 코치부터 시작해서 운영해야 되는 인원이 많아져야 하니 비용 부담이 클 것이다. 또 지금 선수단의 1.5배는 돼야 2군 리그가 돌아간다. 농구의 D리그같이 몇 개 구단만 운영해서 돌아가도 좋을 것이다." (농구 D리그는 프로 농구의 2군 리그로 KBL 10개 프로 구단 중에서는 5개 구단과 상무가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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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가 너무 좋아서, 뭐라도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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