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을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을 우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 박장식

 
대한민국 남자 럭비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럭비 대표팀은 23일과 24일에 걸쳐 인천광역시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럭비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9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하며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표팀의 이번 도쿄 올림픽 진출 과정은 한 편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모두 역전으로 이끌었다. 심지어 연장전 서든데스를 통해서였다. 대표팀은 중국, 홍콩과의 경기에서 벌어진 두 번의 서든데스를 모두 끝내기 트라이로 장식하며 극적으로 티켓을 따냈다.

'연장전 극적 역전승' 한중전에 자신감 얻었다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 경기에서 이성배(한국전력공사) 선수가 컨버전 킥을 차넣고 있다.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 경기에서 이성배(한국전력공사) 선수가 컨버전 킥을 차넣고 있다. ⓒ 박장식

 
전날 아프가니스탄과 스리랑카를 깔끔한 스코어로 꺾은 한국 대표팀은 24일 오전 10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32-7로 승리했다. 방준영(대한럭비협회)가 경기 시작 1분도 채 되기 전 트라이를 성공하는 등 전반전에만 22점을 거두며 결승행에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중국전이 문제였다. 오후 2시 30분께 거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중국과의 경기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 중앙 수비가 무너지며 순식간에 중국에게 7점을 내준 대한민국은 후반에도 고전했다. 

하지만 장성민(포스코건설)의 투혼이 빛을 발했다. 장정민은 경기 종료 직전 공을 잡아 30m를 내달렸다. 중국의 수비수를 모두 따돌리며 트라이를 성공해 5점을 올렸다. 바로 안드레 진(대한럭비협회) 역시 컨버전 킥을 성공시키며 경기 종료 직전 극정으로 동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미뤘다. 

서든데스로 진행된 연장전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연장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정민이 우측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볼을 땅에 터치했고, 결국 한국은 12-7로 중국을 꺾은 뒤 결승으로 향했다. 한편 중국은 이어 열린 3,4위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승리하며 올림픽 예선 패자부활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강풍 속 홍콩전, 한국이 다시 역전승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이 끝난 직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이 끝난 직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박장식

 
이어 열린 홍콩전 역시 강한 바람을 동반한 추위 속에서 열렸다. 선제 트라이는 역시 홍콩이 기록했다. 전반 4분 경 홍콩은 중앙의 빈 공간을 노린 틈을 타 성공한 트라이로 선취득점을 올렸고, 한국도 6분 경 홍콩에 맞서 터치다운을 시도했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0점 처리가 되면서 무득점으로 전반을 마쳤다. 

한국의 득점은 후반전에 터졌다. 후반 4분께 주장 박완용 선수가 수비를 뚫고 센터라인에서 상대 진영까지 50여 미터를 쉼없이 달리며 극적인 트라이에 성공했다. 이어 이성배(한국전력공사) 선수가 컨버전 킥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직후 다시 한국은 서든데스에 돌입했다.

관중들의 커다란 응원과 환호 속에서 결국 웃은 팀은 한국이었다. 서든데스에 주어진 5분의 시간이 끝날 무렵, 한국은 장성민(포스코건설)의 극적인 트라이 성공으로 지역예선 우승을 거머쥐고 올림픽 티켓을 얻어냈다. 한국의 집중력과 선수들의 투지로 이루어낸 승리였다. 

서천오 감독 "강한 정신력으로 좋은 결과 만들어줘"
 
"동점을 향해"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박완용 선수가 극적인 동점 트라이를 위해 내달리고 있다.

▲ "동점을 향해" 22일 남동럭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럭비 아시아 쿼터필더 예선전 홍콩과의 결승전에서 박완용 선수가 극적인 동점 트라이를 위해 내달리고 있다. ⓒ 박장식

 
경기가 끝난 직후 만난 서천오 감독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5주 남짓한 기간에 선수들을 소집해서 훈련했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라며 "일본에서 인연이 있었던 찰스 코치가 홍콩과 중국을 이길 수 있게끔, 팀워크와 정신력을 갖출 수 있게끔 훈련을 잘 해주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 감독은 "대표팀 중 우리가 평균 연령이 제일 높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육성이 어려워 경험이 많은 선수를 위주로 선발했는데, 박완용 주장 등 많은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해 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도쿄에서도 열심히 하여 좋은 결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낸 주장 박완용 선수는 동점 트라이에 대해 "내가 쏟을 수 있는 200%의 힘을 발휘해서 달렸다. 그런데 뒤에 아무도 안 쫓아오더라. 그래서 '뭐지?' 싶었다"라며 "선수촌 식당, 의무실 분들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올림픽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해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과 원팀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졌다. 그래서 식사, 이동, 사우나까지 전부 함께했었다"라며 "개인 시간이 없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팀에, 자신의 역할에 힘써주어 고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도쿄 올림픽에 대해서는 "3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이다. 열심히 준비하여 꼭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한국 남자 럭비 대표팀은 이제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오는 2020년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도쿄 도 조후 시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럭비 본선 경기에 출전한다. 일본 등 럭비 강호 12개가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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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팀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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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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