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의 8집 < Everyday Life >는 밴드의 후반기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콜드플레이의 8집 < Everyday Life >는 밴드의 후반기 커리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워너뮤직코리아

 
지난 20여 년, 콜드플레이가 걸어온 길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1억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일곱 개의 그래미 트로피와 아홉 개의 브릿 어워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들 외에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설 수 있는 젊은 밴드가 몇이나 될까.

한국에서도 이틀에 걸쳐 잠실 주경기장을 만석으로 채웠다. 밴드에 대한 '호오'는 갈릴 수 있겠으나, 콜드플레이가 현재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블록버스터 밴드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지난 11월 22일, 콜드플레이가 여덟 번째 스튜디오 앨범 < Everyday Life >를 발표했다. 2015년 발표되었던 < A Head Full Of Dreams > 이후 4년 만이다. 발매 전, 앨범 재킷부터가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의 증조할아버지의 사진을 재구성한, 흐릿한 흑백 사진이다. 팬들은 이 사진을 보고, 그 어느 때보다 '노스탤지어'를 소환하는 작품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앨범은 'Sunrise'와 'Sunset'라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2014년 작품 < Ghost Stories >처럼 차분한 곡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결은 다르다. 컨트리와 재즈, 포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활용하면서, 표현의 폭을 더욱 넓혔기 때문이다.

선공개곡 중 하나인  'Arabesque'가 대표적이다. 크리스 마틴의 목소리를 뒤로 물러나게 하고, 웅장한 관현악과 싸이키 델릭 한 브라스 사운드, 월드 뮤직에서 영향을 받은 리듬 등을 내세웠다. 특히 후반부의 몰아치는 듯한 마무리는, 지금까지 콜드플레이의 음악에서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쾌감을 선사한다. 

50년대 리듬 앤 블루스를 재현한 'Cry Cry Cry'나 가스펠의 영향이 짙은 'BrokEn' 역시 새로운 감상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콜드플레이의 강점인 서정성과 멜로디 역시 유효하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Daddy' 같은 곡들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위로를 전달할 수 있는 발라드다.

콜드플레이, 현 시대와 호흡하다
 

"I want to know when I can go
내가 언제 돌아갈 수 있는지 알고 싶어요.
Back and get drunk with my friends
돌아가서 내 친구들과 술에 취하고 싶은걸요"
- 'Orphans' 중


이번 앨범의 가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다. 선공개곡이었던 'Orphans'는 합창단의 코러스와 밝은 멜로디 때문에 희망적인 분위기를 가장하고 있으나, 이 곡이 다루고 있는 것은 전쟁이 낳은 인간성의 파괴다. 이 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시리아 내전으로 핍박받고 있다. 이들은 언제 올 지 모르는 평화를 기다리는, 시리아 내전에서 핍박받는 이들을 위한 헌사다.

'Trouble In Town'에서는 인종 차별에 노출된 소수 인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전쟁은 비즈니스에 좋다'고 외치는 'Guns'는 폭력을 재생산하는 미국의 총기 정책을 겨낭한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견지하는 한편,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놓치지 않고 있다.

보통 세계적인 뮤지션이라면 앨범 발표와 함께, 대규모의 투어를 시작하기 마련이지만, 콜드플레이는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잠정적으로 투어를 중단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규모 투어가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한 것이다. 라디오헤드나 U2처럼 공연 진행 과정에서 친환경을 고려하는 뮤지션들은 많았으나, 투어 자체를 중단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콜드플레이는 대형 스타디움에 서는 대신, 'Orphans'에서 노래한 시리아와 인접한 나라 요르단으로 떠났다. 콜드플레이는 이국의 땅에서 'Sunrise'와 'Sunset'의 수록곡들을 연주하고, 전 세계 팬들에게 그 영상을 실시간으로 실어 보냈다.

'What in the world are we going to do?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Look at what everybody's going through
모든 이들이 겪는 것들을 바라본다네.

What kind of world do you want it to be?
당신은 어떤 세상이 오기를 원하는가?
 Am I the future or the history?
나는 미래인가, 혹은 역사인가?
- 'Everyday Life'(2019) 중


송가로 자리 잡은 노래 'Fix You'(2005)에서 크리스 마틴은 '눈물이 흘러내릴 때, 너를 치유할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번 앨범을 영적으로 마무리하는 'Everyday Life'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Fix You'의 간절한 위로가 개인을 향한 것이었다면, 'Everyday Life'는 '일상의 삶'(Everyday Life)을 '살아내는' 이들을 향한다. 거기에는 자신의 역할을 깊이 고민하는 화자 개인의 모습 역시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콜드플레이는 아픔으로 점철된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것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그저, 인간이 그 가운데에서 피워낼 수 있는 희망을 노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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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일곱. http://blog.naver.com/2hyun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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