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 2> 포스터

영화 <겨울왕국 2> 포스터ⓒ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상영점유율 63%, 좌석점유율 70%. 21일 이후 극장가는 온통 <겨울왕국2> 천국이다. 이에 영화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22일 오전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아래 반독과점 영대위) 측은 서울 정동 인근에서 반복되는 극장 내 특정 영화 독점 현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배장수 대변인은 "2017년 11월 위원회 발족 이후 극심해지는 독과점 상황에 끊임 없이 영화법 개정을 촉구해 왔다"며 "그럼에도 개선은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운을 뗐다.

21일 <겨울왕국> 개봉 이후 <블랙머니>를 비롯한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윤희에게> <삽질> 등 독립예술영화들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90% 이상 스크린이 줄었다. 관객 수 역시 그에 비례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이 총대를 멨다. 그는 반독과점 영대위 고문이기도 하다.

"역풍을 맞는다고 제작진들이 기자회견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했다"라며 말문을 연 정지영 감독은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자고 하는데 그걸 알려줘야 하지 않나"라며 "일부 관객들은 손님이 많이 드니 극장을 여는 게 당연하다며 지금 현상이 불공정한 걸 모르시기도 하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알리는 자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회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극장들은 법망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다. 국회 문광위원들이 영화법 개정을 아직까지 처리 못 하고 있다. 영진위원들도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분명 뭐가 무서운 거다. 또한 이런 기자회견에 함께 하자는 데 소극적인 분도 있다. 대기업에 찍힐까 두려워서인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대기업도 영화인도 같이 죽는 거다.

<겨울왕국>은 분명 좋은 영화다. 어린이도 학부모도 좋아하는 영환데 이걸 좀 길게 걸어줘서 보면 안 되나? 굳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확 이익을 뽑아 먹어야 하나? 다른 영화들에 피해주면서까지? 피해를 안 주고 함께 오래 상영할 수도 있잖나." (정지영 감독)


반복되는 문제들

정 감독은 다소 격앙된 어투로 자기 반성을 이어갔다. <어벤져스3> <겨울왕국> 뿐 아니라 올해 <기생충> <극한직업> 등 천만을 넘은 한국영화들 역시 스크린 점유율 50% 이상을 가져가 독과점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 "한국영화가 독과점을 할 때 이렇게 기자회견을 했냐는 비판도 있는데 솔직히 그러진 못했다"며 정 감독은 "하지만 동료 영화인들에게 문제제기는 했다"며 "봉준호 감독에게 사전 협의를 구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와 문자를 주고받은 게 있다"고 말을 이었다.

"<기생충>이 칸에서 상을 받았다. 이건 축하받을 일이다. 동시에 그런 영화가 흥행할 것은 누구나 짐작했을 것이다. 저 역시 이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에게 문자를 넣었다. 축하한다. 하지만 상영할 때 전체 스크린의 3분의 1일 넘지 않게 해줄 수 있냐고. 봉 감독이 배급에 관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50% 이상 안 넘게 해보겠다더라. 그리고 빨리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더라. 아마 봉준호 감독은 애써 노력했겠지만 (제어가) 잘 안된다는 자괴심에 조금은 슬펐을 것 같다. 내가 미안했다. 되지도 않을 일을 감독에게 주문한 것 같아서." (정지영 감독)

일례로 <블랙머니>는 상업영화로 개봉했음에도 개봉 이후 전체 스크린 점유율이 30%를 넘지 않은 평균 24% 수준이었다. 정지영 감독은 "사실 상영 전 배급팀에게 전체 중 3분의 1은 넘지 않게 해달라 부탁했다"며 "그렇게 하는 게 다양성 확보도 하고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21일) 3분의 1 수준의 또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반독과점 영대위 기자회견.

22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반독과점 영대위 기자회견.ⓒ 이선필

 
이은 반독과점 영대위 공동대표 또한 "한두 번도 아닌 올해 여러 번인데 제도상 규제가 없기에 반복되는 일"이라며 "문체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새 정부가 지금까지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다. 거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장에선 디즈니 영화뿐 아니라 한국 흥행 영화 역시 독과점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상대적으로 독립영화들이 독과점 현상으로 인해 더욱 큰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랙머니>와 비슷한 시기 상영한 독립예술영화인 <윤희에게>와 <삽질>의 경우 <겨울왕국>이 개봉하면서 스크린 수와 관객 수가 50%에서 많게는 80% 이상 줄었다. 

이에 이은 공동 대표는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영화법 개정안은 (상영과 배급 등) 겸영 금지, 스크린 독과점 해결, 예술 영화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는 합리적 법안인데, 현실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스크린 상한제마저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장수 대변인 역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걸 촉구하고 있다"며 "(위원회 입장에선) 도종환 의원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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