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정근우가 지난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야구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정근우가 지난 20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됐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정근우가 자신의 3번째 프로팀이 된 LG 트윈스에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LG는 20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2차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정근우를 지명했다. 정근우는 기존 소속팀이던 한화가 보호선수 40인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왔다. 검증된 내야 자원 보강을 노리던 LG가 정근우를 선택했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정근우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역대급 내야수 중 한 명이다. 이대호-추신수-김태균-오승환 등과 함께 한국야구 '황금세대'로 불리는 82년생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를 거치며 프로 통산 15시즌 1675경기에 출전해 타율 .303 출루율 .378 1840안타 120홈런 364도루 1049득점 708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SK에서만 3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으며 개인타이틀도 골든글러브 3회, 득점상 2회, 11년 연속 20도루 등 화려한 기록을 자랑한다. 국제대회에서도 강하여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멤버이자 10년 가까이 국가대표팀 부동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3시즌을 마치고 첫 번째 FA자격을 얻은 정근우는 4년 70억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한화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정근우는 한화에서도 6년간을 활약하며 꾸준히 제몫을 다했다.절정이었던 2016 시즌에는 34세의 나이에 타율 .310 178안타 18홈런 88타점 22도루 121득점(전체 1위)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개인 기록만 뛰어났던 것이 아니라 이적생 출신임에도 한화에서 주장까지 역임할 만큼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거액을 받고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이 대형 계약이후 동기부여가 느슨해지며 부상이나 부진으로 주춤하는 것과 비교하여 정근우의 한화 시절은 그야말로 '모범 FA'의 전형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였다. 그 공헌도를 인정받아 2017년 2번째 FA가 되었을 때는 이미 노장이 되었음에도 2+1년 계약에 35억이라는 30대 후반의 선수로서는 상당한 예우를 받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정근우는 SK와 한화에 걸쳐 김성근 감독과 가장 많은 8시즌이나 호흡을 맞췄다. 선수 경력의 최전성기 대부분을 김 감독과 함께 한 것이다. 가뜩이나 체력부담이 큰 내야수로서 '혹사'로 악명높은 김 감독의 지옥훈련과 특타를 매년 견뎌내면서도 큰 부상없이 공수 모두 장기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정말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정근우의 강철같은 체력과 내구성이 더욱 돋보인다.

아쉬운 점은 한화에서는 팀이 한창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라 정근우의 활약이 다소 바랬다는 점이다. SK시절 밥먹듯이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정근우는 한화에서는 6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단 1번(2018시즌) 밟는데 만족해야했다.

또한 세월의 흐름은 정근우도 거스를 수 없었다. 2017시즌을 기점으로 정근우는 나이에 따른 노쇠화 조짐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잔부상이 잦아지며 특유의 순발력과 스피드가 떨어지며 내야수비가 어려워졌고 타격감도 떨어졌다. 한화가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내부 육성으로 운영 방향을 바꾸면서 정근우가 희생양이 된 측면도 있다.

정근우는 2018시즌부터 터줏대감이던 2루수 자리를 정은원에게 내주고 팀 사정에 따라 1루와 외야, 지명타자 자리를 넘나들어야했다. 올시즌에는 중견수 변신을 모색했으나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며 시즌 후반기 다시 1루로 복귀하기도 했다. 한화에서의 마지막 2019시즌의 성적은 8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8리, 3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화 팬들은 정근우를 사랑했다. 보통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들고 기량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경기출장과 활용 방식 등을 놓고 감독이나 구단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당장 정근우와 같이 FA를 통하여 한화로 이적했던 이용규가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에 갑작스럽게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가 큰 파문을 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근우 역시 자신의 포지션을 까마득한 후배에게 내어주고 차츰 줄어드는 팀내 입지에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후배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그라운드 위에서는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진정한 베테랑으로서의 자세'가 무엇인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적생이고 한화에서 활약한 시즌이 불과 6년밖에 안 되었음에도 팬들 사이에서 프랜차이즈스타 못지않은 지지를 받을수 있었던 이유다. 비록 SK 시절만큼 결과는 화려하지않더라도 '한화맨' 시절의 정근우 역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한화가 정근우를 끝내 떠나보낸 것은 포지션 중복과 내부 육성 문제를 두루 고려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과정은 말년의 베테랑에게 이래저래 희생만 요구하다가 내치는 모양새가 되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정근우는 자신의 LG행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도 구단의 홀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근우에게는 LG행이 선수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피울수 있는 전화위복이 될수 있다. LG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와 같은 국가대표 내야수 출신의 감독으로 정근우의 장단점과 현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LG는 정근우를 다시 2루수에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재 LG의 2루를 책임지고있는 정주현과 경쟁해야한다. 나이를 감안할 때 주전은 어렵다고 해도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는 정근우는 여전히 대타-대주자-대수비까지 여러모로 전술적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빈볼' 악연으로 유명한 투수 정찬헌과의 재회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정근우는 한화 시절이던 2014년 LG와의 경기에서 정찬헌에게 두 번이나 빈볼을 맞고 양팀이 벤치클리어링 사태까지 이른 적이 있다. 정근우는 당시의 사건에 대하여 '경기중에 있을수 있는 일이고 앙금은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정근우의 나이를 감안할 때 LG는 선수생활의 마지막 소속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년에 팀을 다시 옮겨야하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떠밀리듯 쫓겨났다기보다는 여전히 정근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초라한 것은 아니다. KBO리그의 한 시대를 빛낸 최고의 내야수로서 LG가 정근우의 '우아한 마무리'를 장식할수 있는 피날레 무대가 될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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