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전 세계 128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가 체포되었다. 오직 아동 성 착취물를 업로드하는 걸 원칙으로 하여 25만 개에 달하는 동영상을 유통하던 이곳의 운영자는 놀랍게도 23세 한국 청년 손씨였다.

한국 사법부는 손씨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그렇게 손씨의 사건은 기사 몇 개만 남긴 채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사법 당국이 우리나라에 손씨의 강제송환을 요구하는 기소장을 보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국에서 날아온 범죄인 인도 요청서로 인해 '웰컴 투 비디오' 사건에 대해 많은 이가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5일 방송한 KBS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은 '웰컴 투 비디오' 사건을 재조명했다.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아동 성 착취물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2019년 10월 16일 미국 법무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미국, 영국 등 31개국이 참여한 국제 공조 수사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운영자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야만 접속이 가능한 다크웹에 '웰컴 투 비디오'를 개설해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 성 착취물을 판매했다. 손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인 포르노물보단 아동 성 착취물이 더 돈이 될 거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한국, 미국, 영국 수사기관은 현재까지 아동 성착취물을 제공한 '웰컴 투 비디오' 이용자 338명을 검거했다. 이 중에서 한국인은 223명이다. 수사기관은 수천 개의 계정과 아이피 주소를 계속 조사하는 중이다.

'웰컴 투 비디오' 내 인기 검색어가 '두 살', '네 살', '어린 유아', '아기들'이었으며 동영상 가운덴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학대하는 영상까지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제시 리우 미국 연방 검사는 "가장 사악한 형태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라며 분노한다. 린제이 서턴버그 미국 연방 검사는 역사상 아동 성 착취물 영상을 가장 많이 압수한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서버에서 복구된 영상이 25만 개가 넘었는데, (모두) 각기 다른 영상이었어요."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이토록 많은 아동 성 착취물 영상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시사 직격>은 먼저 아동 성 착취물 수요에 있어서 유럽 내 수위를 차지하는 불가리아를 찾았다. 불가리아는 아이들을 감금하고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하는 범죄자들과 10여 년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수사 담당자는 아동 성 착취 가해자는 아이들이 많이 찾는 디스코장의 운영자,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 어린이를 위한 각종 파티를 운영하는 사람, 어린이 스포츠센터 직원 등 아이들의 일상 어디에서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학교 선생도 있다고 한다.

아동 성 착취물은 아이의 나이도 가리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 아동 성 착취물을 탐지하는 일을 하는 국제 NGO 단체인 '인 호프' 불가리아 지부에서 활동하는 게오르기 아포스트로브의 말을 들어보자.

"이 범죄는 몹시 나쁩니다. 45개국의 인 호프 핫라인으로부터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3세에서 13세 사이 아동들이 가장 많은 학대를 당합니다. 제작된 영상물의 3~5% 정도는 0세에서 3세 사이 아이들의 학대 영상입니다."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아동 성 착취물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사회 문제지만,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도 매우 높다. 성 착취를 당한 아이들이 인신매매나 조직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구출된 아이들을 회복시키는 일도 무척 어렵다. 불가리아에선 약 32%의 피해자가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며 자살을 기도한다고 한다.

<시사 직격>은 이후 필리핀으로 향했다. 과거 필리핀에선 매춘관광이 사회문제였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범죄 형태를 바꾸었다. 필리핀 어느 섬에서 아이들이 성적 착취를 당하는 모습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 세계로 방송되고 있다.

생방송으로 송출된 영상들은 전 세계 누군가의 컴퓨터에 저장되었다가 다시 재배포된다. 필리핀의 아동 성 착취물에 대해 IJM 국제정의 선교회 필리핀 지부에서 활동하는 로렌스 아리타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상을 사는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런 범죄 영상들이 새로이 만들어져서 생방송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이 그들의 눈앞에서 학대받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어 해요. 지구의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수요가 발생하는 거고요. 그 때문에 필리핀의 많은 어린이가 그들의 범죄 대상이 되는 겁니다."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대한민국은 아동 성 착취물에 무척 관대하다. 보통 성인 '야동'을 보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여기에 아동 성 착취는 우리나라의 발달한 기술과 결합하여 새롭게 진화했다. 다크웹까지 갈 필요조차 없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대화 삭제가 쉬운 채팅앱을 이용하여 버젓이 아동 성 착취 동영상이 거래되고 성매매를 제안하는 대화가 오가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또한, 포털과 SNS에 검색만 해도 아동 성 착취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처벌 수위도 마찬가지다.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항소심에서야 1년 6개월 실형 선고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 청소년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제공한 자는 최고 10년 형을 받는다. 손씨가 감형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법원은 감형 사유로 '범죄 사실을 모두 자백한 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혼인신고서를 접수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피고인 나이가 어리고 범행 사실을 시인하고 있고 특별한 전과가 없기 때문에 감형한다? 피해자들이 나이는 더 어린데. 증거물 다 있는데 자백 안 하고 어떡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영리 목적으로 수익을 취했는데 범죄 전력이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손씨가 미국 법정에 서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미국 법무부 차관보 리처드 다우닝은 종신형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보낸 기소장을 보면 아동 성 착취물 모의 혐의 15년, 아동 성 착취물 광고 15년, 아동 성 착취물 제작 20년, 배포 모의 및 실제 배포 5년, 돈세탁 20년 등 총 75년 정도 선고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웰컴 투 비디오'의 이용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리처드 그래코프스키는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한 혐의로 징역 70개월을 선고 받았다. 영국의 카일 폭스는 5세 아동을 성 착취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올린 혐의로 22년 형을 받았다.

단순 이용자들도 신원과 형량을 모두 공개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용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알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아동 성 착취물 이용자들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알아보자.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 중 2017년 통계를 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적발된 범죄자는 모두 599건이다. 처분 결과를 보면 기소 109건으로 기소율은 약 18%에 그쳤다.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이렇게 기소가 되어도 실형은 좀처럼 내려지지 않는다. 판결문 102건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피고인 66%에게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내렸다. 33%만이 실형 선고를 받았을 뿐이다. 감형 이유도 '잘못을 뉘우쳐서', '전과가 없어서', '젊은이여서' 등등 다양하다. 이렇게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봐주다 보니까 범죄를 저질렀다는 인식을 안 하게 된다. 도리어 운이 없어서 걸렸다며 억울해 한다.

우리 사회는 아동 성 착취물을 그저 포르노의 한 장르로 받아들인다. 가해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형을 받을 방법을 찾고 피해자들은 자신을 탓하여 죄책감을 느끼며 숨어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의 서버가 한국에 있었고 운영자가 한국인이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 직격> ‘누가 웰컴 투 비디오를 만들었나’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KBS

 
많은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다.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자발성'을 기준으로 죄의 피해자가 된 아동·청소년과 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 조항으로 인해 성 착취 대상이 된 아동들이 도리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와 법무부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놓고 3년째 이견을 보이는데 하루속히 부처 간 정책 조정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는 법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어긴 자에 대해 실형 이상의 강한 처벌을 내려 심각한 성범죄임을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법정형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고 이런저런 사유를 들며 감형하는 솜방망이 처벌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미 3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손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에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국민 청원을 올렸다. 이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국민에게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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