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랙머니>와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랙머니>와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월트디즈니코리아

 
<겨울왕국2>가 개봉을 하루 앞둔 20일 예매율이 90%를 넘어섰다. 예매 관객만 90만이다. 지난 4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세운 예매율 최고 기록인 97%에 버금가는 흐름이다. 예매관객만 90만에 달한 데다, 스크린은 2100개 정도 확보된 상태로 스크린독과점을 예고했다.
 
<겨울왕국2>가 대부분의 관객들을 빨아들일 듯한 기세를 취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랙머니>는 21일 이후의 흥행에 짙은 먹구름이 끼인 형국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의 금융범죄를 추적하는 내용의 영화가 흥행에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거대 미국 영화 자본이 만든 영화가 마치 이를 가로막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쉬쉬하며 7년을 준비한 영화
 
<블랙머니>는 70대 정지영 감독이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크지 않은 규모의 외국자본이 수십조의 국책은행을 인수하고 이를 되팔아 거액의 차액을 남긴 '론스타 사건'이라는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 시작돼 2011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매각 지연 등을 이유로 한국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만일 여기서 패할 경우 국민 혈세로 5조 원을 물어내야 한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지영 감독은 실화에 여러 가지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흥미롭고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검사 역할을 맡은 조진웅과 은행 쪽 법률 대리인 역할을 맡은 이하늬는 가공인물이지만 실제 사건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금융범죄 실화극'을 강조하는 이 영화는 외국자본뿐만 아니라 거기에 결탁한 국내 내부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블랙머니>는 여러 가지 의혹과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는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적인 창작을 거쳤지만, 실제 뼈대는 그대로 두면서 본질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 때문에 <블랙머니>는 제작 과정에서 외부 유출을 상당히 조심했다고 한다. 외국자본과 정치권력이 야합해 국가적인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한 고발성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영화 준비도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과 흡사했다. 소셜 미디어 등에 제작 관련된 내용을 올리지 않았고, 준비 과정 자체가 알려지는 것도 신중을 기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조심스러운 준비는 불가피했다. 혹시라도 외부에 영화 관련 내용이 알려질 경우 여러 형태의 어려움과 방해가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지영 감독은 2012년 개봉한 <남영동 1985>이후 <블랙머니>를 차기작으로 점찍었다. <블랙머니>가 기획된 것은 2012년 즈음이었으니 기획에서 완성까지 7넌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제작사는 투자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제작위원회 구성을 통한 국민모금을 활용해 저예산으로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투자자를 구하면서 지난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회 명사들로 구성된 제작위원회는 든든한 힘이 됐다.
 
상영점유율 30% 안 넘게 신경
 
개봉 후에는 관객들의 호평이 어이지며 흥행에 탄력을 받고 있는 중이었고 '론스타 먹튀 사건' 또한 영화 덕분에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서 진상규명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예정이다.
 
론스타펀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론스타펀드 먹튀 과정에서의 각종 특혜·불법행위를 폭로하고, 진상규명 요구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현재 기소중지 중인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범죄인인도요청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편의 영화가 묻힐 뻔한 국제금융자본의 사기 행각을 다시금 파헤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블랙머니>의 한 장면

<블랙머니>의 한 장면ⓒ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공교롭게도 <블랙머니>는 스크린독과점 문제 등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폐해에 깊은 문제의식을 느낀 영화인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다. 감독과 제작자 모두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개봉 과정에서도 지금까지의 활동 방향과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스크린독과점 반대를 물론이고 독과점 자본의 폐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괜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것이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배급사 쪽에다 영화가 잘 되더라도 상영점유율 30% 이상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 영화가 극장 상영의 30%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이 반독과점 영대위의 기조로, 이를 지키기 위함이다. <블랙머니>는 최대 상영점유율이 28.5%였고 평균 25% 정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계 금융자본의 사기를 고발한 영화가, 거대 미국 영화산업 자본의 공세에 묻힐지 아니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결국 국내 대기업 자본과 관객들의 판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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