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끝내 경질됐다. 토트넘 구단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밝혔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중위권 수준이던 팀을 일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4'을 다투는 강호로 성장시킨 명장이다. 바로 지난 시즌에는 토트넘을 창단 첫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까지 이끌기도 했다. 손흥민의 토트넘 영입을 주도한 것도 포체티노 감독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강제로 토트넘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토트넘은 2019∼2020시즌 EPL에서 12경기를 치른 현재 3승 5무 4패(승점 14)로 20개 팀 중 14위라는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부임 이후 토트넘을 이끌고 EPL, UCL, FA컵 등 여러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게 옥에 티다.

여론은 대체로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하다. 올시즌의 성적이 비록 저조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5년간 토트넘에서 159승 62무 72패(승률 54.3%)의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맨시티, 리버풀, 맨유 등 EPL의 부자구단들에 비히여 선수영입에 많은 투자를 못하고도 이룬 성과이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신축구장 설립 문제로 1년여가 넘도록 홈구장 없이 리그 일정을 소화했던 시기도 있었고,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지난 시즌에는 단 한명의 선수보강도 없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유럽 현지에서도 포체티노의 경질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엄격한 내부 주급 체계 가진 토트넘

토트넘은 다른 EPL 빅클럽들과 비교하여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하다. 엄격한 내부 주급 체계로 인하여 나이가 들거나 몸값이 비싸진 선수와 고액의 장기 계약을 꺼린다. 주축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충성심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적설이 오르내리고 있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나 토비 알더베이럴트같은 선수들은 경기력이 크게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받고 영입해 온 탕귀 은돔벨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기존 선수들 사이의 위화감만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선수단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장악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에게도 포체티노 감독과의 결별은 아쉬운 장면이 아닐수 없다. 손흥민이 EPL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데는 포체티노 감독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초기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와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여 고전하면서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를 심각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적극적으로 만류하며 손흥민을 잔류시켰다. 2016-17시즌부터 기량이 만개한 손흥민은 어느덧 차범근의 한국인 유럽 선수 역대 최다골 기록까지 경신하며(현 124골)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은 델레 알리, 에릭센 등 대부분의 주전급 선수들이 부진에 빠져있는 올시즌에도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 공격의 중추로써 변함없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로 꼽혔다.

이미 토트넘에서 주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손흥민인만큼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당했다고 해서 급격한 위상의 변화를 맞을 리는 없다. 하지만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과 장점을 잘 이해하고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던 포체티노 감독과의 결별은, 손흥민의 동기부여나 토트넘에서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올시즌 토트넘의 행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선수로서 위상이 급상승한 손흥민도 벌써 여러 팀들과 관련된 이적설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토트넘 감독 맡는다면, 선수 장악 변수 될 듯 
 
 손흥민(토트넘)이 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지난 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또다른 명장인 조제 모리뉴 감독의 부임설이 나오고 있어서 관심을 모은다. 토트넘이 포체티노 급의 감독을 과감하게 경질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그 정도의 거물급 대안이 있어서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지난해 맨유 사령탑에서 경질된 이후 축구해설자로서 활동해왔다. 포르투-첼시-인터밀란-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굴지의 명문팀들을 이끌며 숱한 우승컵을 거머쥔 세계적인 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맡은 팀마다 성적부진과 불화설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며 지도자로서 하락사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모리뉴 감독은 맨유 사령탑 시절부터 종종 손흥민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 감독도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인 것을 감안할때, 소속팀에서도 같은 국적의 감독을 지도자로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인연이다.

만일 모리뉴 감독이 정말로 토트넘에 부임한다면 팀의 전술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리뉴는 안정적인 수비와 결과 위주의 '실리축구'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손흥민은 뛰어난 공간침투와 왕성한 활동량, 역습에서의 골결정력, 팀에 대한 헌신과 프로의식 등은 모두 모리뉴 감독이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에 부합한다.

하지만 수비 능력은 손흥민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다. 모리뉴 감독은 공격수들에게도 많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강조하는 지도자다. 또한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원톱을 선호하는 모리뉴 감독의 전술에서는 손흥민이 원톱이나 투톱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모습은 포체티노 감독 시절보다 드물 수도 있다. 

모리뉴 감독은 카리스마가 강하고 호불호가 분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우호적인 인물에게는 관대하지만 한번 척을 지게 되면 상대팀 감독이나 아군 선수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뿜어내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이런 성격으로 인하여 맡은 팀마다 모리뉴 감독을 둘러싸고 팀내 파벌이 갈리는 현상도 나왔다. 호날두, 폴 포그바, 에당 아자르, 세르히오 라모스, 이케르 카시야스 등은 모리뉴와의 불화설에 거론되곤 했던 대표적인 스타선수들이다

낙천적이고 예의가 바른 성격의 손흥민은 모리뉴 감독과 트러블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토트넘에는 케인이나 알리, 에릭센같은 실력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한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 최근 가는 팀마다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던 모리뉴 감독인만큼, 토트넘의 감독을 맡는다면 이번에도 역시 선수 장악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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