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블랙머니>의 내용 일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블랙머니> 장면

영화 <블랙머니> 장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블랙머니>는 대한민국 역대 최대 금융범죄를 들춘다. 영화 배경은 외환은행이 헐값으로 매각되는 2003년이다. 정지영 감독은 그 시점에서 드러난 범죄 혐의 대상 둘을 적시한다. 하나는 미국계 사모펀드다. 실제 론스타는 먹튀 논란을 일으킨 후 ISD 제소(2012년)까지 해 현재 ISD 중재 판정부의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감독은 금융자본주의에 저항하는 월가 시위(2011년)를 화면에 삽입해 그 부도덕성을 띄운다.
 
다른 하나는 국내 엘리트 관료그룹 모피아다. 재경부 인사들 중심으로 늘공시절 얻은 기득권을 퇴직 후에도 행사한다. 영화는 전 총리 이광주(이경영 분)와 국내 최대 로펌 대표 강기춘(문성근 분), 그리고 금융감독원 국장 임승만(서현철 분) 등을 호명한다.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만들어 헐값에 넘기는 정경유착의 풍요를 풍자한 3억짜리 술에 난 깜짝 놀란다. '공복'은커녕 국민을 '개·돼지'로 표현한 문제의 관료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당시에도 기막혔는데, 나는 왜 굳이 상영관을 찾는가. 해묵은 과제를 안은 오래된 미래를 걱정해서다. 그런데 의외로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빠른 템포에 휩쓸린다.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하다. 특히 막프로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의 선택들은 그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개·돼지'가 된 체증들을 내려가게 한다. 그의 좌충우돌 수사 과정은 전문용어 범벅인 구린 거래를 관객이 알아듣도록 풀이도 겸한다.
 
물론 양민혁은 영화적 상상력이 빚은 검사 캐릭터다. 사직서를 썼다가 찢긴 해도, 장 수사관(강신일 분)의 "대한민국 검찰이 다 그렇지, 누구 탓이겠어"에 어긋나는 결말 장면은 통쾌할 정도다. 나는 내심 그 위법 행위를 정당방위로 편들고 만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양민혁과 달리 변호사 김나리(이하늬 분)는 아버지의 문자 메시지를 따른다. 의사결정 막판에 법률 대리인 대신 범죄 대리인이 되는 김나리(이하늬 분)의 가방 '만지작' 갈등 장면은 연출의 압권이다. 영화는 양민혁이 감당할 고난과 김나리가 누릴 안락을 대조적으로 암시하며 오래된 미래의 운명이 관객 몫임을 역설한다.
 
그렇게 감독은 두 캐릭터의 갈등 과정과 반전을 연출하여 현재 진행중이나 잊고 있던 금융비리와 정치검찰에 대해 뒷감당해야 함을 일깨운다. 영화의 잔재미에 풍덩 빠졌다가 생각하기도 싫은 사회적 이슈에 절로 닿은 셈이다. 비리 척결의 동력일 시민의 소명의식에 불 지른 거다. 아울러 그건 김나리에 대해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 인권변호사 서권영(최덕문 분)의 통찰을 부각시킨다.
 
한편 나는 조직에 충성하는 중수부 검사 최프로(허성태 분) 캐릭터가 눈에 밟힌다. 어찌 보면 사법개혁을 위해 다시 여의도를 향할 촛불 민심은 그런 정치검사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는 변화 가능성을 겨냥하는 거다. 그건 편 가르기를 선동하는 정치행위와 거리 먼 열린 시민의식이다. 오래된 미래의 전망을 그렇게 일구는 데 합세한 고희를 넘긴 감독의 뚝심이 빛난다. 고령사회에서 그 행보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의기투합할 듯하며 파장을 일으키는 케미가 필모그래피에 더해질 두 배우 조진웅과 이하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newcritic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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