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선녀 아니라니깐요 "저는 사실 그 애칭을 들을 때마다 조금 그래요. 마음 한쪽에 '아, 이게 실제는 아닌데...' 해요. 제 친구가 저더러 ‘삶이 코미디’라고 해요. 좀 엉뚱한 구석이 있나봐요. 걸어다닐 때 풍경을 보기도 하는데 ‘넌 좀 다른 세상에 있는 거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어디서 무얼 하던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편이에요. 아! 배고픈 건 못 참아요. (웃음)” ⓒ 서정준

 
"저에게 관객이란 저를 늘 '긴장시키는 존재'였어요. 정말 용기 낸 시간이에요. 인물이 아니라, 관객들과 마주하고 얘기하고, 노래하는 순간이요. 이번 무대는 '긴장 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얘기를 나누고, 평가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무대에 오르기 전 종소리가 나면 늘 긴장돼요. 콘서트 준비 과정도 늘 긴장의 연속이고요. 하지만 행복해요.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렘이 들거든요."

그는 러시아 혁명기의 부조리 속에서 사랑을 꿈꿨던 여인이었다. 한때는 자신을 가둬둔 모래시계를 부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였고, 어떨 때는 오스트리아의 별처럼 빛나던 황후였다. 복수의 광기에 물든 남자를 사랑으로 껴안던 이이기도 했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으려던 과학자를 이해하던 유일한 인간이기도 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이질적인 존재에 끌리기도 했고, 미친 기사의 불가능한 꿈을 자신의 가슴에 옮겨 붙이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17년을 맞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걸어온 길은 그런 길이었다. 그가 거쳐온 작품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뮤지컬의 역사에 어떤 식으로든 아로새길 만한 극이었고, 배우 조정은은 그 작품 안에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각인하는 인물이었다. 언제나 품위 있고 고결하며, 강인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영혼을 본인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불어넣었다. 그의 섬세한 숨결이 닿은 인물들은 조정은이라는 배우 덕분에 무대 위 환상에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랬던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조정은'으로 무대에 선다. 작년 <닥터 지바고>와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에 오른 뒤로 휴식을 취하던 그가 전한 근황은 '콘서트'였다. <마주하다>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콘서트 준비로 한창인 조정은을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를 주제별로 묶어보았다.
 
조정은, 걷다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조정은은 완벽주의자인가? "한 번에 많은 작품을 하기 쉽지 않아요. 제가 한 작품에 임하고 제 것으로 만드는데 오래 걸리더라고요. 기질, 성향이 그래요. 마음을 쪼개서 작품에 임하기 못하겠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제가 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요. 앞으로도 그런 고민은 계속 될 거 같아요." ⓒ 서정준

 
"작품 제의가 들어올 때, 역할이 들어오면 '내가 이제 이걸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나' 스스로 체감이 돼요. 예전에는 '내가 이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이제 적은 나이는 아니구나'라고 실질적으로 좀 느껴지기도 해요. 앞으로 작품을 해나가는 게 특별하게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동안 해왔던 작품을 콘서트 계기로 하나씩 좀 꺼내봤어요.
 
어떤 작품은 정말 좀 꺼내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좀 창피하다 이런 작품도 있었는데 그때 그 시점이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꺼내보고 다시 봤을 때, '참 애썼구나' '열심히 했구나'하며 새롭게 저 스스로 평가하는 게 보였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못하는 거에만 제가 집중이 돼 있었고, 그거를 그냥 '너무 못했어'하고 스스로 접어 놨을까요. 40이 된 조정은이 어렸을 때 해왔던 20대 30대의 조정은을 보면서,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참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했다. 애썼다'라고 해주고 싶어요."

 
2002년에 데뷔한 1979년생 여자 배우 조정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베테랑 배우인 그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배우 조정은', 또 '인간 조정은'으로 다시 보게 됐다. 그러면서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해, 마음속에 '꽁꽁' 숨겨뒀던 자신을 마주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내 힘으로 안 되는 것"도 있고, "내가 한만큼 그 이상의 결과가 얻어진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로 후회하는 건 따로 있다는 것도 보이게 됐다.
 
"제일 후회되는 건 '그때 노래를 이렇게 좀 더 할 걸', '작품 속에서 이렇게 더할 걸' 이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그때 그 상황에 너무 마음이 묶여서, 그 상황에 온통 휩싸여서 '아, 참 좋다', '이게 참 좋은 기회구나'라는 걸 많이 못 누렸던 것 같아요. 앞으로 작품을 할 때도 그게 한 번에 바뀌진 않겠죠. 여전히 예민한 상황이 또 오고, 힘들고, 안 풀리고, 이런 게 여전히 있겠죠. 하지만, 그 순간을 누리는 순간순간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조정은은 겸손하고 온유한 배우이다. 기자들이 칭찬을 해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들어도, 그는 항상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바라보며 애써 본인을 낮췄다. 자신을 '마주'하면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없었을까. 조정은은 단번에 "그런 건 없어요"라고 답하며 손을 저었다. 자신이 겸손한 것이 아니라,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늘 (바라는 곳을 향해) 도달해 보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조정은, 꿈꾸다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공백기의 이유 “제가 이렇게 공백기를 가지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어요. 쉬면서 작품 제의가 있기도 했고, 오디션 본 것도 있었는데…. 제의가 있던 건, 이 작품을 왜 해야 되는지, 그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뭐 특별하게 막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여행도 좀 다녀오고, 소소하게 가까운 사람도 만나고 그렇게 지나가다보니 시간이 훅 가게 된 것 같아요. 계획했던 게 아니에요.” ⓒ 곽우신

   
"어렸을 때는 배우가 꿈이고, 하고 싶은 게 배우 밖에 없었어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 자체가 꿈이었고,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차는 것 자체가 꿈이었죠. 지금은 이미 배우가 됐고, 꿈일 때와 실제 현실로 그것을 하고 있을 때랑은 또 다른 게 많잖아요. 배우가 되니까, 꿈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어요. 바라는 만큼 안 될 때, 그런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으니까요. '꿈'이라는 에너지로 끌고 왔는데, 소진된 것을 느끼고 유학을 갔어요. 배우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늘 했죠.
 
그 안에서 고민이 되고, 고민하면서 다시 답을 얻게 되는 것도 있어요. '내가 진짜 배우가 맞나?', '배우를 해도 되나?', '배우가 내 진짜 길이 맞나?' 프로 배우로 생활하면서도 그 생각을 끊임없이 해요.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도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이룬 후,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이 조정은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었고, 더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배우를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랬던 그에게 계속 배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 것도, 그를 힘들게 한 바로 그 꿈이었다.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드라큘라> 연습실의 추억 “전쟁터같이 치열했지만, 정말 재밌게 공연했거든요. 수원에서 막공할 때 퍼즐이 딱 맞춰진 느낌을 받았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했는데 말이죠. 작품 속에서 풀리지 않는 것이 풀렸을 때 정말 뿌듯해요. 사람들과의 만남 역시 절 기쁘게 해요. 작품이 끝나도 인연이 이어지는 소중한 분들이요. 작품 이상의 힘이 되어요.” ⓒ 서정준

 
"<소서노> <드라큘라>를 하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다'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결국 내가 제일 재밌었던 일에서 답을 얻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려진 역할이라는 그림에 저를 맞추려고 했어요. 자유롭지 않았죠. 하지만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잘 알고 내뱉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출과 부딪히기도 했어요.
 
<모래시계> <엘리자벳> 등의 작품에 임할 때는 '이 인물이 왜 이렇지?'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재밌다'라는 생각이에요. '난 배우가 맞구나'라고 생각하죠. 저에 대해 알고, 재미를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아요."

 
"맡은 것, 잘해내야 하는 것, 책임져야 하는 것"의 힘으로 걸어왔던 그에게 어느 순간부터 그게 너무 힘들어졌었다. 그러나 그 무대 위에서 뒤늦게 다른 재미를 찾게 됐다.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어가며 연구했다. "역할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그 역할이 조정은화 되어서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오는 재미가 그를 계속 꿈꾸게 했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다시 마주한 조정은에게는 다른 꿈들도 생겨났다. 공연 외적으로는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생겨났다. 공연 내적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연기하고 싶다. 노래를 하지 않는 환경에서 연기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자신처럼 느린 사람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연극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변신을 위한 변신"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을 줄여나가며 계속 꿈을 꿀 테다.
 
"여자 역할이 다양하진 않잖아요. 크게 나누면 착한 역, 나쁜 역. 드레스 입고, 안 입고. 단순하게 나누면 그렇죠. 대부분 남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그런데 나빠서가 아니라, 환경 때문에 그렇게 성장한 사람도 있잖아요. 그 사람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슬프고 기쁘고 이런 감정을 안 느끼는 건 아니잖아요. 나쁜 의도가 아닌데 이 여자가 살고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그 배경으로 인해 이 여자 사고방식이 악역이 되는 그런 인물이 흥미로운 것 같아요. '착하다/나쁘다' 이런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고 기존에 없는 역할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역할이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더블 캐스팅'된 배우들과 연기하고 싶어요. 더블도 좋아요. 좋은데, 연습할 때는 같이 해서 좋은데 상대로 만나지 못해서 너무 아쉬워요. 옥주현씨도, 정선아씨도, 구원영씨도, 저랑 더블했던 전미도씨도 그렇고 김지현씨도…. 너무 좋은 배우들인데, 상대로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 그게 진짜 아쉬운 것 같아요. 여자 역할이 한정적인 것도 아쉽지만, 같이 더블한 배우랑 상대역으로 못 만나는 게 정말 아쉬워요."

 
그 꿈을 건네다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어떤 소원 “지금은 삶에 대한 다른 소원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실 일밖에 몰랐거든요. 제 에너지를 쏟는 대부분이었는데, 계원예고 특강을 가게 됐을 때 학생이 ‘지금은 뭘 제일 하고 싶어요?’라고 질문했어요. 질문 요지는 다음 작품을 뭐하고 싶으냐였는데, ‘좋은 가정을 이루고 싶다’라고 대답하는 저를 보고 저도 조금 놀랐어요. 이런 걸 보면서 조금 달라진 걸 느꼈어요." ⓒ 서정준

 
조정은은 꿈을 꾸는 배우이다.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꿈을 이뤄주는 배우이다. 동시에 그를 보면서 후배들이 꿈꾸도록 만드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 배우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그 꿈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자신이 자신의 꿈에 얽매여 힘들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그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단순히 '꿈을 꾸라'라는 메시지를 건네지 않는다.
 
"꿈이 곧 나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꿈이 되게 소중하고 중요한 건 맞아요. 하지만 꿈이 다는 아니에요. 꿈이 없어진다고 해도 나는 그대로 존재하거든요. 예전에는 꿈이 이뤄지지 않으면 저도 없어진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꿈을 통해 인간, 배우로서 성장했겠지만, 꿈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죠. 관객들과도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저와 우리들의 '존재'가 중요한 거예요. 꿈이 안 이루어져도 내 존재가 중요한 거죠. 물론 마음대로 안 되면 속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꿈에 마음이 사로잡히기도 하죠. 하지만 '저'보다 중요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각자가 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거요. 악기로 치자면, 전 플롯인데, 바이올린이 될 수 없잖아요. 이런 마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어요. 저렇게 되고 싶은 마음에 제 장점을 들여다보지 않게 되죠. '그 사람다울 때'가 가장 매력적인 거 같아요.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다른 다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라고요. '자신다운 게 가장 매력적'이라는 말을 꼭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콘서트가 제게 과거를 쭉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내가 이렇게 지나왔지', '내 삶이 여전히 이랬지'하고 관객들도 편안하게 돌아보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앞둔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정은은 오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마주하다>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배우 조정은의 첫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 콘서트이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 “뮤지컬 작품이, 어떨 때는 음악이 참 좋은데 드라마가 그 음악을 다 쫓아가지 못할 때가 있고, 드라마는 참 좋은데 음악이 그걸 다 못 쫓아갈 때가 있어요. 완벽하게 딱 맞는 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딱히 어떤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대본이나 음악을 들었을 때 내가 이걸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겠다면 하게 되는 거고, 능력 밖이다 싶으면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스로 객관적으로 많이 보려고 노력해요. 정말 작품이 하고 싶은 건지. 어떨 때는 왜인지 이거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때도 있죠.” ⓒ 서정준

 
조정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울림'이 전해졌다. 그 울림은 마음 한구석을 요동치게 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었고, 마음속에 켜켜이 쌓였던 어느 한 곳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조정은이 건넨 마음 속 처방이었다. 그렇다면 '인간' 조정은은, 가장 힘들었던 '배우' 조정은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조정은이 지금까지 발을 내딛던 순간순간의 '진심'이 묻어났다.

"배우로서 도태될 것 같은 마음에 조급하게 작품을 결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런 저에게 '참 미련스럽고, 느렸지만, 너 대로 왔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데뷔 17년 만에 맞이하는 첫 단독 콘서트이기에, 이번 콘서트를 하기 전의 조정은과 후의 조정은은 조금은 다른 사람일 테다. 미련스럽게, 느리게 하지만 꾸준하게 여기까지 온 조정은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자신의 향기를 남기며 걸어갈 것이다. 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완고한 신념가는 아니지만,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 다잡으며 꿈꾸고, 꿈을 이뤄왔다. 자신을 마주하는 그 시선 덕분에.
 
"삶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다를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해나갈 일들에 대해서 생각이나 가치관이 확 달라진 건 아니지만 조금씩 달라진 건 있으니까요. 이제 40대 배우에 접어들면서, 무슨 작품을 하든, 작품을 연습하거나 공연 올릴 때 그런 게 반영되지 않을까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고, 지금 시점에서 '그때 그랬구나'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이 되겠죠. 재단하거나 '이때 더 잘할 걸' 이런 것 보다는 그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참 어려웠지만, 잘 지나갔고, 그런 것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이걸 털고 새롭게 발을 내딛는, 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건 사실 없어요. 저는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나이 들어가는 것만큼, 연륜이 더해지는 것만큼 변하겠죠. 연륜이 더해진다고 해서 고여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삶에 임할 때, 제 역할에 책임감을 갖고 하게 되겠지만, 그 일의 성패와 상관없이, 그 상황이랑 상관없이 '이게 참 나에게 좋은 시간이다'라고 누리는 순간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이 달라질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관객들과 마주하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콘서트를 기념하여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10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정은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돌아가서 마주하고 싶은 순간 “유년시절이요. 언니 오빠가 있지만, 늘 혼자였거든요. 언니 오빠들은, 막내와 안 데리고 놀아주잖아요.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고, 외로움을 많이 탔던 거 같아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작품 속 ‘이야기’가 참 좋았어요. 중전 마마가 되거나, 결재서류를 건넨다거나, 돌멩이로 고춧가루도 만들고, 참 재밌었어요. 저녁 밥 짓는 냄새가 나면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갔는데, 그렇게 싫더라고요. 그 당시의 저와 마주해 함께 놀고 싶어요.” ⓒ 곽우신


[다음 기사]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콘서트, 이 배우가 전하고픈 말

조정은 선녀 선녀콘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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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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