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 이동건

<보디가드> 이동건ⓒ FNC제공

 
"필모그래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이 생겼으면 하죠. 드라마와 뮤지컬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배우 이동건이 뮤지컬 <보디가드>를 통해 활동 범위를 넓힌다. 단순한 '출연'에 그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TV, 영화뿐 아니라, 무대에서도 '배우 이동건'으로 많은 이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방송중인 TV조선 일요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에서 이태준 역을 맡아 예리한 면모와 카리스마, 그리고 절절한 부성애를 드러내고 있는 이동건이지만, 촬영이 끝나거나 없는 날이면 <보디가드> 연습실로 향한다. 드라마 촬영과 뮤지컬 연습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동건을 지난 4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드라마 촬영과 뮤지컬 연습을 병행하는데, 쉽지 않네요. 스케줄이 겹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연습량도 떨어지고, 그만큼 실력도 부족해요. 뮤지컬 연습에만 (시간을) 온전히 할애할 수 있으면, 몇 걸음 더 갈 수 있을 텐데, 아쉬워요. 같이 무대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고요. 다른 분들은 연습실에서 왁자지껄 재밌게 지내는데, 제가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 아니라, 아직 그러질 못해요. 저의 숙제죠. 처음이고, 드라마 병행도 하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번 연습실에 가면 하루 종일 연습에만 매달려요. 완벽하게 연습하고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첫 공연도 같은 역할을 맡은 경준씨(강경준)에게 양보했어요. 다시 뮤지컬을 할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다른 작품과 병행하지 않을 거예요."
 

이동건을 사로잡은 <보디가드>의 매력
 
 <보디가드> 이동건

<보디가드> 이동건ⓒ FNC제공


이동건을 이끈 뮤지컬 <보디가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보디가드>는 스토커의 위협을 받고 있는 당대 최고의 팝스타 레이첼 마론과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의 러브 스토리다.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동건은 프랭크 파머를 맡았다.
 
"노래도 했고, 연기도 했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뮤지컬은 꼭 하고 싶었어요. 앞서 제안 받았던 작품도 있었지만, 제 깜냥으로는 부족할 거 같아서 거절한 적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디가드>는 제게 '최적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래와 춤이라는 부담을 놓고, 연기만 고민하면 되니까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용기를 냈죠."
 
하지만, 첫 뮤지컬 무대이기 때문에 고민도 많다. 춤과 노래는 없지만, 그만큼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아닌, 무대 발성과 표현 또한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다.
 
"코앞까지 들어오는 카메라가 아니라서 고민이에요. 영화 속 감성을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무대 연기가 낯설기 때문에, 뮤지컬 경험이 많은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노래의 경지에 오른 분들과 함께 하다 보니 '뮤지컬 넘버는 엄두를 내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작품 안에 짧지만, 노래가 있긴 해요. 프랭크가 음치인 장면인데, 웃음 포인트죠. 처음에는 제가 노래를 잘 해내서 '웃기지 않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연습할 때 달라졌어요. 한 번 불렀는데, 문제없이 웃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랭크라는 인물은 카리스마와 차가움,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모두 지녔다. 이동건은 프랭크에 대해 "강하고,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이면에 쓸쓸함과 책임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표현하는 프랭크는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초연(2016)과 다른, 강경준씨와 다른, 다른 뮤지컬 배우들과 다른, 그런 프랭크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 자리에 제가 있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무대 위 정형화된 방법 외에 제가 다르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저만의 표현 방식을 찾으려고 하죠. 뮤지컬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제 목표는 좋은 뮤지컬 배우들을 흉내 내서, 그분들처럼 해내는 게 아니에요. 무대 연기는 좀 과장돼 있고, 톤도 높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톤과의 간극을 뚫고 나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동건이 하니까 좀 다르다'라고 느끼셨음 하는 거죠. '나쁘지 않네?'라는 평가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제 공연이 좋아서, 제가 하는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기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감정
 
 <보디가드> 이동건

<보디가드> 이동건ⓒ FNC제공


이동건 만이 나타낼 수 있는 프랭크를 그려야 하기에, 인물에 '이동건' 자신을 투영시킬 예정이다. 연기로 표현해 낼 수 없는 감정을 그려낼 것이라는 것. 무대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포부가 전해졌다.
 
"사랑 앞에서 변해가는 남자들은 다 똑같아요.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프고, 행복한 감정은, 연기로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동건이라는 '배우'를 투영하는 거죠. 프랭크라는 인물이 저와 맞지 않았으면, 작품에도 임하지 못했을 거예요. 감정에 저를 투영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처음 다가가가는 인물이면 철저한 분석을 하지만, 이미 캐릭터가 잡혀진 인물이라면, 저를 투영하게 돼요. 감정에는 이동건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관객들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의 몫이겠지만요."
 

이동건이 분하는 프랭크에 기대가 실리는 이유가 쏟아졌다. 이동건이 생각하는 '프랭크'로서 자신의 강점도 이어졌다. 바로 '양복 입은 모습'과 '노하우'다. 프랭크라는 인물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났다.
 
"보디가드니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는 신이 많아요. 저도 잘 어울리지 않나요?(웃음). 무대 위에서 액션이 있는 게 아니라, 레이첼과의 멜로가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랑 연기를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죠. 드라마를 통해 총기, 액션 등도 보였기 때문에,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디가드>를 통해 뮤지컬 신고식을 함께 알리는 배우 강경준에 대해 이동건은 "많이 의지하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서로에게 배우고 있어요. 생각을 나누다 보니, 서로의 프랭크를 참고할 수도 있고요. 경준씨는 따뜻해요. 프랭크의 따뜻한 면이 잘 맞죠. 레이첼의 아들과 만나는 장면 등, 사랑을 느끼고 따뜻한 면모를 드러낼 때 참 잘 어울려요. 반면, 전 차갑고 이성적이죠. 프랭크의 그런 면을 내보이기가 더 수월해요. 경준씨와 저의 감정의 폭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서 같은 역할이라고 해도 굉장히 다르게 다가올 거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보디가드>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육아'다. 이동건은 "연습실 문 밖으로만 나가면 육아 얘기를 나눈다"라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아내 조윤희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경준씨와 공유할 게 많아요. 제가 육아 선배라, 지금 시기에 필요한 것들, 느끼고 있는 정신적 피로 등에 대해 얘기해주죠. 요즘엔 육아가 불가능해요. 집에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아기 옆에 있으려고 하죠. 기저귀도 갈고, 옷도 갈아입히는 등 자연스러워요.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더 소중해요. '육아'라는 표현이 과분하네요. 카메라로 아기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어요. 늘 보고 싶고, 잘 놀고, 자고 있는 모습 보면 심리적인 안정을 얻어요. 아내(배우 조윤희)도 드라마 촬영으로 바빠서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이번 일정 끝나면 아기에게 몇 달이라도 온전히 집중하자고 약속했어요."
 
"무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었다"
 
 <보디가드> 이동건

<보디가드> 이동건ⓒ CJ ENM


앞서 언급한 대로, 이동건은 드라마 촬영과 연습을 병행 중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 힘들지는 않을까. 이동건은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라고 전했다.
 
"드라마는 개인 연습이고 현장에서 순간의 기운과 호흡으로 만들어낸다면, 뮤지컬은 한 걸음 가기 위해 서로가 맞추고, 지켜보기를 반복하죠. 하나하나 모두가 함께 채워간다는 느낌이에요. 그런 면에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참 따뜻해요. 인간적이죠. 팀워크도 느껴지고요. 함께 하는 배우들의 소중함도 느끼고 있어요."
 

<보디가드>에 오른 후, 다른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으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해보고 싶다"라는 답이 이어졌다. <보디가드>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동시에 드러났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했어요. 기회가 없었죠. 무대를 향해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었어요. 연극배우 출신의 좋은 선후배가 많고, 그들만의 뭔가 다른 내공이 부럽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죠. 박상원 선배님 초대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봤는데,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불현듯 내가 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디가드>가 다시 오른다면, 프랭크 역은 제가 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저만의 생각이지만, 이동건의 프랭크를 그리워하는 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뿐만 아니라, <보디가드>가 공연되는 LG아트센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동건에게는 남다른 의미라고. 그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뮤지컬은 <빌리엘리어트>"라며 "작품을 보고나서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라고 자신이 무대에 오르는 의미를 전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어요"라고 밝힌 이동건. 실제로 그는  1998년 가수로 데뷔해. 드라마 <광끼>(1999), <잘난 걸 어떡해>(2001), <프렌즈>(2002), <네 멋대로 해라>(2002), <내 사랑 링링>(2002), <죽도록 사랑해>(2003), <상두야 학교 가자>(2003), <흥부네 박 터졌네>(2003), <낭랑 18세>(2004), <파리의 연인>(2004), <유리화>(2004), <스마일 어게인>(2006), <사랑한다면 이들처럼>(2007), <밤이면 밤마다>(2008), <미래의 선택>(2013), <청담동111>(2013), <슈퍼대디 열>(2015),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 <7일의 왕비>(2017), <스케치>(2018), <여우각시별>(2018), <단 하나의 사랑>(2019), <레버리지: 사기조작단>(2019), 영화 <패밀리> <B형 남자친구> 등에도 이름을 올렸다.

군 생활(2010~2012)을 제외하면, 매년 작품을 꾸준히 한 셈이다. 만들기 쉽지 않은 필모그래피다. <보디가드>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그는 '도전'을 언급했다. '배우 이동건'의 꿈과 목표는 아직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뭔가 더 대단하고, 크게 되는 걸 꿈꾸기보다, 다양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여기서도, 저기서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어디서든 연기하는 거요. 제 연기 활동 범주가 넓어지는 거죠. 사실 드라마 작업은 피로도가 엄청나요. 한 배우가 일 년에 몇 작품씩 하면,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것 또한 배우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요. <보디가드>는 무대에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에서든 연기하는 게 제 꿈이자 목표예요."
 
뮤지컬 <보디가드>는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