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 포스터

<가장 보통의 연애> 포스터 ⓒ (주)NEW

 
고(故) 김현식의 노래 '사랑 사랑 사랑'은 사랑에 정해진 형태나 정답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노래이다. "그 흔한 사랑 한 번 못해 본 사람/ 그 흔한 사랑 너무 많이 한 사람"이라는 가사는 사랑을 알든, 알지 못하든, 많이 해 봤든, 해본 적 없든, 사랑은 누구에게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사랑을 할 때 누구나 경험해 봤을 법한 이야기를 웃기고도 슬프게 풀어낸 작품이다.
 
출판사 직원 재훈(김래원 분)은 그 흔한 사랑이 너무 힘들다.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 수정에게 파혼 당한 뒤 매일 술이 없으면 밤에 잠도 잘 수 없다. 술에 취할 때면 수정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남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 재훈의 회사에 새로운 사원 선영(공효진 분)이 들어온다. 입사 첫날부터 회식자리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찾아온 선영은 사랑을 정말 흔하게 많이 한, 사랑에 '쿨'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런 선영과 재훈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선영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게 된 재훈은 술에 취한 다음 날 자신이 선영과 2시간 동안 통화를 했음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선영과 재훈은 사랑에 있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영은 바람을 피운 남자친구에게 가차 없이 이별을 고한다. 그런 선영에게 재훈은 너무 칼 같이 남자를 대한다고 말한다. 반면 선영은 전 여자친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재훈을 이해하기 힘들다.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 (주)NEW

 
직장 내 사수 관계라는 점과 서로의 연애사를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두 사람은 진솔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연애에는 항상 술이 함께 한다. 술 기운에 전하는 취중진담은 30대 이상의 관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쓰디쓴 달달함을 선사한다. 10대나 20대 때와는 다르게 30대인 두 사람은 두려움이 많다. 상대의 마음을 명확하게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 직장에 혹시 소문이 퍼지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에 호기롭게 고백하지 못하고 주저한다.
 
이럴 때 술은 취했다는 변명과 함께 자신의 진심을 은근 슬쩍 찔러볼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동시에 이런 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랑이 두렵고 어려운 심리가 반영된다.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두 배우, 김래원과 공효진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술에 취한 재훈과 선영의 캐릭터를 표현해낸다. 술에 취하면 격렬하게 애정을 표현하지만 다음 날이면 어색한 표정으로 만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현실감 넘치는 모습으로 매력을 선사한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수많은 로맨스 영화 중에 <건축학개론>과 <연애의 온도>는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은 작품들이다. <건축학개론>은 20대 초반의 아련하고도 슬픈 첫사랑의 감성을, <연애의 온도>는 오래된 연인의 쓰디쓴 이별과 미련 남은 모습으로 큰 공감을 주었다. 여기에 한 편 더 추가할 수 있는 영화가 <가장 보통의 연애>일 것 같다. 30대 중후반, 이제 사회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직장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을 시기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컷 ⓒ (주)NEW

 
이 시기에 이르면 사랑은 더 두렵고 어려워진다. 사랑 때문에 주변에 이상한 소문이 돌까봐 두렵고 연애는 해 볼만큼 해봤다고 자신하지만 여전히 사람 마음 하나 알아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남들 다 하는 평범해 보이는 연애라는 게 나에게만은 어렵게 느껴진다.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사는 달달하고 로맨틱한 대사와는 거리가 멀다. 때론 저속하고 때론 직설적이며 때론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랑 사랑 사랑'의 가사 "사랑에 마음 아파 사랑에 울고/ 사랑에 기분 좋아 사랑에 웃고"처럼 사랑은 도돌이표처럼 같은 감정을 반복한다. 기쁨이 지나면 아픔이 오고 다시 기쁨이 찾아온다. 연애 고수 선영에게도, 연애 하수 재훈에게도 사랑은 쉽지만 어렵고 기쁘지만 아픈 보통의 감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상처를 받지만 또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
 
최근 로맨스 영화들은 이상적인 판타지보다는 현실적인 공감을 통해 사랑이 지닌 웃음과 슬픔을 함께 선사한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연애를 '보통'이라는 단어를 통해 역설적으로 포장한다. 사랑이 지닌 감정을 진솔하게 풀어낸 이 현실 공감 성인 로맨스는 쓰지만 달달한 소주의 역설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가장 보통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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