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과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의 성장, 그리고 신인센터 이다현의 깜짝 활약으로 2019-2020 V리그 우승을 노리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바로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의 심한 기복이다. 지난 시즌 베키 페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마야는 22경기에서 504득점을 올리는 뛰어난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더욱 성숙해진 기량을 기대했던 이번 시즌 마야의 활약은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현대건설이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전한 마야는 95득점으로 득점8위에 머물러 있다. 경기당 평균 13.6득점은 6개구단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마야가 오른쪽에서 믿음직한 활약을 해줄 것으로 믿고 FA시장에서 왼쪽 공격수 고예림을 영입한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이도희 감독은 13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경기에서 마야의 부진이 계속되자 3세트부터 베테랑 황연주를 투입해 경기를 치렀다. 재미 있는 사실은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른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25득점을 올린 흥국생명을 3-2로 꺾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마야의 부진을 극복하고 흥국생명을 제압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번 시즌부터 양효진에게 '캡틴' 자리를 물려 받은 '밍키' 황민경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넘치는 파이팅과 강한 승부근성을 가진 코트의 살림꾼
 
 현대건설은 황민경 가세 후 서브 리시브 등 수비가 몰라보게 안정됐다.

현대건설은 황민경 가세 후 서브 리시브 등 수비가 몰라보게 안정됐다.ⓒ 한국배구연맹

 
대구에서 태어난 황민경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해 세화여고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174cm의 신장은 배구 선수, 특히 공격수로는 매우 작은 편이지만 황민경은 높은 점프력으로 신장의 열세를 극복하며 2007년부터 꾸준히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황민경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염혜선(KGC인삼공사행)에 이어 전체 2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 14경기에 출전한 황민경은 2009-2010 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했고 2010-2011 시즌엔 179득점으로 기량 발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1-2012 시즌에는 세트당 0.43개의 서브득점으로 박정아(도로공사), 황연주 등을 제치고 서브왕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 사이 도로공사에는 표승주(IBK기업은행 알토스), 문정원, 고예림 등이 차례로 입단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황민경의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황민경은 무릎과 어깨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지만 코트에 서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비록 잦은 부상과 작은 신장 때문에 대표팀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황민경의 플레이는 신장이 작은 윙스파이커의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황민경은 코트 밖에서도 웜업존의 응원단장 역할을 자처하며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격한 리액션을 보이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황민경은 2015-2016 시즌 득점 19위(266점), 퀵오픈 8위(40.71%), 리시브4위(세트당 3.15개), 수비(리시브+디그) 3위(세트당 6.95개)를 기록했다. 비록 팀 성적은 1위에서 5위로 추락했지만 황민경은 도로공사의 살림꾼으로 맹활약하며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황민경은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도로공사가 영입한 FA 센터 배유나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며 GS칼텍스 KIXX로 이적했다.

GS칼텍스에는 표승주,이소영에 유망주 강소휘까지 레프트 자원이 풍부한 편이라 주전 경쟁은 더욱 어려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황민경은 표승주의 센터 변신과 강소휘의 부상 공백을 틈 타 주전 레프트로 활약했다. 도로공사 시절에 비해 서브의 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대신 42.28%의 안정된 서브리시브와 탄탄한 수비, 과감한 공격력을 두루 갖추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높은 팀 공헌도를 기록했다.

수비형 레프트? 공격 2개 부문 1위 달리는 현대건설의 캡틴
 
 이번 시즌 황민경은 현대건설의 새 주장으로 자신의 '파이팅DNA'를 동료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이번 시즌 황민경은 현대건설의 새 주장으로 자신의 '파이팅DNA'를 동료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황민경은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다. 2017년 V리그 여자부 FA시장에는 김희진, 김수지(이상 기업은행), 박정아, 김해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 대어들이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2016-2017 시즌 수비 불안으로 디펜딩챔피언에서 4위로 추락한 현대건설에서는 수비 보강을 위해 황민경을 선택했다. 비록 대형FA는 아니지만 불과 1년 전 보상선수 지명을 받았던 선수가 1년 만에 FA로 팀을 이적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현대건설의 황민경 영입 효과는 2017-2018 시즌부터 곧바로 나타났다. 황민경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해 43.32%의 리시브 효율과 세트당 3.49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현대건설을 한 시즌 만에 다시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물론 블로킹은 세트당 0.14개에 불과할 정도로 높이에서 약점을 보였지만 양효진과 김세영(흥국생명)을 보유한 현대건설에서 황민경의 낮은 높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2018-2019 시즌 3라운드까지 1승14패를 기록하는 등 5위로 추락하며 명문팀의 자존심을 구겼다. 황민경은 여전히 45.94%의 뛰어난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26.35%까지 떨어지면서 수비에서의 공헌이 크게 빛나지 않았다. 그렇게 현대건설에서 두 시즌을 보낸 황민경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양효진으로부터 주장 자리를 물려 받았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은 29.35%의 리시브 효율로 6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승점 14점으로 GS칼텍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팀이 좀 더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한 탓인데 이는 황민경의 이번 시즌 활약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황민경은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이 30%로 떨어져 있는 반면에 공격 성공률은 38.17%로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황민경은 13일 흥국생명전에서도 무려 56.52%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양효진(28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득점을 올렸다. 황민경의 공격 점유율은 양효진(25.73%)이나 고예림(15.20%)은 물론 교체 투입된 황연주(15.20%)에도 밀렸지만 상대 수비의 집중을 덜 받는 틈을 타 확률 높은 공격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실제로 황민경은 이번 시즌 시간차(75%)와 퀵오픈(53.06%) 부문에서 나란히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을 오가며 2개의 챔피언 반지를 보유하고 있는 흥국생명의 윙스파이커 김미연은 자신의 롤모델로 불과 3살 위의 언니인 황민경을 꼽았다(황민경과 김미연은 도로공사 시절 5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그만큼 황민경이 코트에서 보여주는 투지와 파이팅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 리시브 효율만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황민경은 주장을 맡은 첫 시즌 팀으로도 개인으로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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