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은정아!"
"웬일이냐?"


지난 13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KBS1 < TV는 사랑을 싣고 > 급의 훈훈함으로 꾸며몄다. 다름 아니라 반가운 얼굴이 자신의 대학 동기를 응원하기 위해 깜짝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MBC <세친구>(2000~2001)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배우 박상면이었다. 박상면은 친구인 정릉 수제함박집 사장님을 발견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무려 32년 만에 만난 두 친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서울예대 동기였던 두 사람의 삶은 다르게 흘러갔다. 한 명은 긴 무명 시절을 이겨내고 배우의 길을 걸었다. 다른 한 명은 연극 무대를 누비다 결혼과 출산으로 꿈을 접었고, 생계를 위해 요식업을 시작했다. 박상면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친구를 위해 진심으로 응원을 건넸다. 그 정겨운 모습은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박상면은 수제함박집의 새로운 메뉴 '청양 크림 함박'을 먹으면서 "맛있다"며 연신 감탄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식가이자 한때 갈빗집을 운영했던 박상면은 진지하고 섬세하게 맛을 평가했다. 그리고 "우리 아내 데리고 오면 정말 맛있게 먹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산을 하면서는 '동기애들 데리고 와서 먹겠다'며 사장님에게 힘을 듬뿍 실어줬다. 

"맛의 초심을 다 잃어버린 거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제가 어디 갔을 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집이라고 하면 손님이 없는 집을 한번 가봐요. 오, (방송에) 나왔는데 (손님들이) 없더라고? 알고 보면 그 사람들의 태도나 그런 게 바뀌어 버린 거야. 맛의 초심을 다 잃어버린 거지."

맛있게 식사를 끝낸 박상면은 잠시 MC들이 모여 있는 상황실을 찾아 짧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평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솔루션을 받았던 식당들 가운데 '손님이 없는 곳'을 찾아가 보곤 하는데, 그런 식당들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면이 찾아낸 교집합은 바로 식당 주인들의 태도가 (방송 당시와) 달라진 것, 다시 말해 '맛의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종원은 "맞아, 맞아!"라며 격하게 맞장구를 쳤다. 속을 뻥 뚫어주는 박상면의 '사이다'는 그동안 백종원이 수없이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초심을 지키는 게 그 무엇보다 힘들기에 늘상 절박했던 지금을 기억하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백종원은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오래 장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게 중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 했다. 

음식의 맛과 양을 일정하게 유지할 것, 섣불리 메뉴를 늘리는 우를 범하지 말 것, 장사가 잘 된다고 가격을 올려 소비자와의 신뢰를 깨지 말 것, 청결과 재료의 신선도에 만전을 기할 것, 서비스와 손님 응대에 최선을 다할 것. 처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시간이 갈수록 번거로운 일이 되고, 명쾌하고 명확했던 기준들이 조금씩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초심을 잃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나브로 손님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SNS 등을 통해 '맛없다'는 입소문이 퍼져 손님들의 유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손님이 줄어들면 불안한 마음에 메뉴를 늘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솔루션을 통해 다잡았던 문제점들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과거로 회귀하게 되는 악순환이다. 그럴 때 사람들은 초심을 잃은 자신을 바로잡기보다 탓할 대상을 찾기에 바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한 장면ⓒ SBS

 
이건 비단 요식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초심을 쉽사리 잃는다. 작심한 일은 삼일을 넘기기 힘들고, 개구리가 되면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법 아닌가. 물론 그들이라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박상면이 들렀던 '손님없는 식당들'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결국 '초심'이다. 맛과 서비스 등 손님들로부터 직접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요식업의 경우에는 처음을 유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변했다'는 평가만큼 치명적인 게 없으니까. 요식업 선배 박상면이 대학 동기인 수제함박집 사장님에게 초심을 강조했던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수제함박집이 지금의 초심을 지켜 지금의 맛을 유지할 수 있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장사가 잘 되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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