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 레바논전을 치른다. 현재 한국은 2승 1무 승점 10으로 H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북한과는 승점(2승1무 승점 10)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고 있다. 3위 레바논이 2승1패로 승점 5점을 기록중이다. 레바논의 10월 FIFA 랭킹은 91위로, H조에서 한국(39위)에 이어 H조 내에서 두 번째로 높다.

한국과 레바논은 북한과의 '평양 원정'에서 나란히 곤욕을 치른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다. 레바논이 1차전에서 북한에 0-2로 덜미를 잡혔고 뒤이어 한국은 0-0으로 비기며 평양 원정의 쓴맛을 경험해야했다. 한국이 레바논을 제압할 경우 최종예선 진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지만 만일 덜미를 잡히게 된다면 남은 일정이 상당히 험난해질 수 있다.

한국은 레바논과 역대 전적에서 9승2무1패로 압도하고 있다. 다만 레바논 원정으로 치른 5경기만 놓고보면 2승 2무 1패로 거의 박빙에 가깝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의 우위는 분명하지만 한국을 레바논에 이기지 못한 3경기가 모두 '베이루트 원정'이었을만큼 평양 못지않게 원정팀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다.

2011년 조광래호, 레바논에 1-2로 패해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로타나 제피노르호텔에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레바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로타나 제피노르호텔에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레바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레바논은 한국축구를 월드컵 탈락 위기까지 몰아넣었던 전력이 있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던 2011년 11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당시 한국은 레바논 원정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가 1-2로 패했다. 지금까지 한국축구가 레바논에 당한 유일한 패배였다.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박주영·기성용·이청용 등 핵심선수들이 부상과 경고 누적 등으로 빠진 가운데 유럽파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던 조광래 감독의 플랜B 부재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결국 조 감독은 이 패배가 결정타가 되어 대표팀에서 경질당했다. 한국은 이후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이어받아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최종예선행을 확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뒤 최강희 감독도 레바논 원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3차예선에 이어 최종예선에서 다시 한 조가 된 두 팀은 홈경기였던 2차전에서 3-0으로 완승하며 기분좋게 설욕하는 듯했으나 2013년 6월에 치러진 원정 6차전에 또다시 졸전을 거듭하다가 1-1로 간신히 비겼다.

그것도 종료 직전까지 한골차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는데, 후반 추가 시간 52분경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 프리킥골이 터지면서 한숨 돌렸다. 결과적으로 당시 한국이 우즈벡을 골득실로 간신히 제치고 브라질월드컵 본선티켓을 거머쥔 것을 감안하면, 레바논전에서 골이 터지지 않았거나 후반 추가시간이 조금만 덜 주어졌어도 한국은 월드컵에서 탈락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을 뻔했다. 

레바논 원정은 언제나 변수가 많았다. 열악한 잔디상태와 원정 텃세, 특히 중동 특유의 악명 높은 침대축구는 선수들의 평정심을 흔들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또 유독 레바논 원정 무렵만 되면 부상자나 경고누적으로 인한 전력누수가 발생하거나, 득점찬스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징크스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 더구나 북한전 원정 패배로 갈길이 바빠진 레바논이 홈에서 한국을 상대로 어떻게든 승점을 지키기 위하여 총력전을 펼칠 것은 당연하다. 레바논같은 팀에게 만일 선제골이라도 내준다면 벤투호에게는 그 순간부터 '지옥문'이 열릴 수도 있다.

벤투 감독에겐 시험무대가 될 레바논전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안방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원정 경기에서는 기복이 심했다. 월드컵 예선에 돌입한 이후 치른 투르크메니스탄전(2-0)과 북한(0-0)전은 비록 패하진 않았지만, 경기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점유율 축구'를 강조해온 벤투 감독과 전술상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나선 아시아 약팀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밀집수비-침대축구 등 그야말로 악명높은 중동원정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는 레바논전은 벤투 감독이 아시아 축구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다행히 이번 대표팀은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소속팀에서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10년 전 풋풋한 대표팀 막내에서 이제는 주장이자 유럽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토트넘)을 선봉으로, 황의조(보르도), 김신욱(상하이 선화),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모두 정상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레바논 원정과 이어지는 강호 브라질과의 평가전(19일)에 대비하여 추가인원 없이 최정예 선수 23명만 선발했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벤투호가 가진 최상의 전력을 확인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셈이다.

변수는 조합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득점력이 저조한 손흥민의 공격력 극대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포지션이 다른 황의조-황희찬의 활용문제, 최근 부진했던 좌우풀백들의 크로스 능력 향상, 조커로 예상되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의 투입 시점 등은 마지막까지 베스트11을 결정하는데 벤투 감독에게 고민을 안겨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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