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영화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조 페시가 뭉쳤다. 이들은 209분간 실화 사건을 담은 <아이리시맨>에서 열연을 펼친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20세기 미국의 대표 장기 미제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제작진은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실제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영화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시런과 러셀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넷플릭스

 
실종 뒤 2019년 현재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지미 호파는 1940~19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 'Teamsters'의 수장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며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얻었던 인물로, 넘치는 야망과 권력욕으로 범죄까지 손을 뻗친다. 그는 1960년대 배심원 매수와 뇌물 사기죄로 유죄를 선고 받아 5년 동안 복역한다. 석방된 그는 이후 조합의 수장 자리를 되찾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지만, 안하무인의 태도와 독선적 행동으로 좋지 않은 결말을 맞는다. 
 
영화 초반, 청부살인업자인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은 범죄 조직의 내부와 속사정, 경쟁, 주류 정치계와 범죄 조직의 유착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서 설명한다. 그렇게 프랭크 시런은 자신과 지미 호파(알 파치노)가 만나게 되는 배경과 과정들을 차근 차근 설명해준다. 

표면적으로는 펜실베니아에서 활동하는 직물-커튼 사업가로 알려진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는 실제로는 범죄를 기획하고 저지르는 인물로, 프랭크 시런을 범죄 세계로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또한 영화는 그의 말을 거역하는 자에겐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상세히 묘사한다. 지미 호파와 프랭크 시런을 마나게 한 인물이기도 한 그도 실존 인물이다. 영화 속에 담긴 에피소드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이란 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연기력 보증된 노장 배우들 
 
 영화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영화 <아이리시맨>의 포스터.ⓒ 넷플릭스

 
이번 작품에 영화계뿐 아니라 관객들이 놀랄 수밖에 이유는, 배우들의 면면 때문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대부분 70대 중후반이거나 80대에 갓 들어섰다. 특히 9년 전 찍은 작품을 마지막으로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조 페시는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설득으로 스크린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미 호파 역은 데뷔 후 여러 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한 알 파치노가 맡았다. 알 파치노의 캐스팅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졌는데, 그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감출 수 없다"며 바로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최근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조커>에서 머레이 프랭클린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로버트 드 니로는 프랭크 시런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앞서도 <인턴> <오디션> <프리랜서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아왔다. 제64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인 그는 <아이리시맨>에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주인공들을 30년 어려 보이게 만들자' 마틴 스코세이지의 노력
 
<아이리시맨>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연출이 한 몫 했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노년기 이야기보단 전성기 시절 모습을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각각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이미 노년기에 접어든 터라, 총격 액션 등을 소화하긴 어려웠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주인공들이 30년 어려 보일 수 있도록 '기술'을 이용했다. 

영화의 시각효과 감독인 파블로 헬만은 일반적으로 헬멧을 쓰고 얼굴을 마킹하는 방법이 아닌, ILM이 개발한 카메라 시스템과 보조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배우들의 미세한 얼굴 변화를 최대한 포착한 뒤 3D 컴퓨터 기술을 사용해 배우들의 외모를 30년 전으로 되돌렸다. 

제작사의 보도자료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계단을 뛰어 내려가 누군가 마주치는 장면에서 내가 평상시처럼 계단을 내려가자 '이 장면에서 당신은 아직 쉰 살도 안 됐어요. 젊은 사람처럼 활기차게 움직여야죠'라고 개리 타콘이 외쳤다"라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기술로 배우들의 얼굴을 젊게 만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행동까지 나이대별로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움직임 분석가 개리 타콘이 제작진에 합류해 배우들의 섬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노장 배우들의 연륜 있는 연기, 그들의 젊을 시절 얼굴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 외에 <아이리시맨>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액션이다. 작품 초반엔 과거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대부>의 액션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독특한 점은 총격 액션과 총에 맞은 인물의 상처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할리우드 액션에 많이 사용되는 박진감 넘치는 앵글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과한 액션으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길 바란 감독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만약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들이 흔들리는 화면에 담겼다면 관객들은 러닝타임 3시간 29분 동안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중후반부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가족 이야기가 그려진다. 프랭크 시런은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의 모습들을 회상하며 더 늦기 전에 화해를 하고 싶어 하는데, 이걸 보고 있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라스트 미션>이 떠오른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긴 러닝 타임을 고집한 이유는 '가족'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한편 영화는 오는 20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다. 또 11월 27일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별 점 : ★★★☆4.5/5
한 줄 평 :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3시간 29분짜리 '악마의 힘'

 
영화 <아이리시맨> 관련 정보
제 목 : 아이리시맨(The Irishman)
연 출 : 마틴 스코세이지
각 본 : 스티브 제일리언
출 연 :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제 공 : 넷플릭스(Netflix)
공 개 : 2019년 11월 27일
극장개봉 :2019년 11월 20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